트럭 시위·버스 막기 등 반발 이어져…“프런트는 중재 안 하고 뭐 했나” 지적도

기성용의 이적 소식은 지난 6월 말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행선지는 포항 스틸러스였다. 이전까지 기성용과 이렇다 할 인연이 없는 팀이다.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기성용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10대 시절이던 2006년 팀에 입단해 국가대표에서도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2010년 유럽으로 진출한 이후 2020시즌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팬들은 뜨거운 환대로 그를 맞이했다. 2021시즌과 2024시즌 팀의 주장을 맡는 등 핵심 선수로 활약을 이어왔다. 팬들이 기성용을 향해 유독 큰 애정을 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팬들은 기성용만을 위한 응원가도 따로 만들 정도였다. 응원가 속 가사 ‘끝까지 함께하자’는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이적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팀 내 비중은 컸다. 개막 이후 8경기에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이 가운데 5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교체 출전하는 경기에서도 최소 30분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9라운드 부상으로 쓰러지며 상황은 달라졌다. 재활, 연습경기 참가 등의 과정을 거쳐 복귀가 예상되던 시점에 기성용은 이적을 선택했다.
이적 배경은 '뛰기 위해서'였다. 기성용은 "감독과 대화를 통해 팀의 계획에 제가 없다는 것을 듣게 됐다"며 "이제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아직은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선수가 떠나게 되자 팬들의 반응은 험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모기업 본사, 구단 사무실, 클럽하우스 등에 근조 화환이 배달됐다. 스포츠와 연예계 등 팬덤이 있는 곳이라면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는 새로운 문화인 '트럭 시위'도 이어졌다. 이적 보도 이후 클럽하우스 앞에는 항의의 의미를 전하고 기성용과 직접 작별 인사를 하려는 팬들이 몰리기도 했다.
구단의 이어진 일정은 포항과의 리그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기성용의 다음 행선지로 예정된 곳이었다. 일부 팬들은 '응원 보이콧'을 예고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실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포항과의 경기에서 다수의 팬들은 예고를 행동으로 옮겼다. 경기를 앞두고 검은 옷을 입은 팬들은 향을 피워 놓고 절을 하는 등 '장례식 퍼포먼스'를 펼쳤다.
경기장 내에서는 반발의 의미를 담은 현수막이 나부꼈다. 장내 아나운서가 감독을 소개하는 순간에는 야유가 쏟아졌다. '김기동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후 기성용은 직접 팬들 앞에 서서 작별인사를 건넸다.
항의의 절정은 모든 일정이 끝난 이후였다. 팬들은 선수단이 탑승해 퇴근하는 버스를 가로막았다. 이전까지 이는 구단의 성적이 극히 저조할 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서울은 4-1 대승을 거뒀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팬들은 1시간 이상 선수단 퇴근길을 점거했다. 경찰이 출동했고 구단 직원, 감독이 나서 팬들을 직접 달랜 뒤에야 버스는 지나갈 수 있었다.
'버스 막기' 사태 이후 3일 뒤 다시 홈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코리아컵 8강전. 팬들의 분노는 다소 가라앉은 듯했다. 3일 전의 팽팽한 긴장감은 다소 잦아들었다. 일부 팬들은 여전히 기성용 이적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으나 경기장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경기 결과는 지난 포항전과 달랐다. 전북에 0-1로 석패했다. 대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김기동 감독은 시즌 목표로 코리아컵 우승을 내건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패배로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졌다.

레전드 선수가 팀에서 커리어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극히 드문 일은 아니다. 선수의 기량 저하, 구단 재정적 문제 등 다양한 사정이 복잡하게 얽힌다. 리오넬 메시도 바르셀로나를 떠났고 스티븐 제라드도 리버풀이 아닌 미국에서 은퇴했다. K리그 레전드로서 첫손에 꼽히는 신태용 감독도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성남이 아닌 호주에서 보냈다.
팬들은 기성용의 이적을 아쉬워하지만 선수 기용은 감독의 권한이다.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감독의 전술에 맞지 않는다면 기용되지 않을 수 있다. 김기동 감독도 이 부분을 기성용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은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에 이적을 택했다.
이와 관련해 한 축구인은 "감독은 자신이 구상한 축구를 구현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소신대로 밀고 나간 뒤 결과로 평가받는 자리다. 물론 기성용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다. 시각을 달리하면 여전히 팀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이번 결정 이후 성적이 좋다면 김 감독이 찬사를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존재한다. 프로 스포츠 구단을 오직 성적만 보고 운영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선수라면 전력 외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팀에서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성용의 이적으로 놓고 구단의 역할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앞서의 축구인은 "감독, 코칭스태프 등은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프런트의 역할도 있다. 오직 축구만 보고 앞으로 나가는 감독은 있을 수 있지만 프런트에서는 팬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감독이 선수에게 그런 말을 전했더라도 프런트에서 중재 역할을 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마저 팬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서울 구단은 2024시즌 4위에 오르며 5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손에 쥐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선수 영입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리그 21경기를 치른 현재 서울의 순위는 6위다.
큰 반발을 낳은 기성용의 이적,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팀의 경기력이 나쁘지는 않지만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모습에 팬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다만 이들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열리면서 리그는 약 3주간의 휴식기를 가진다. 시즌이 후반기로 돌입하는 시점에 구단으로선 재정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쉬움 속에서 휴식기에 돌입한 서울 구단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