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전 대표 딸 공개 채용 거치지 않고 인턴 근무…위재민 대표 “내가 독자적으로 추천”

그 ‘특정인’은 이장석 현 히어로즈 최대 주주이자 전 구단 대표다. 선수협은 “키움의 구단 운영이 특정인 개인을 위해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수년 동안 쉬쉬하다가 고름이 썩을 대로 썩어 한꺼번에 터져버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협까지 나서 키움의 비정상적인 구단 운영을 비판하고 나선 결정적인 이유는 7월 14일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가 한 번에 경질된 것보다는 이장석 전 대표의 딸이 공개 채용을 거치지 않고 구단 인턴으로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특혜 의혹 때문이다.
이장석 전 대표는 2018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횡령) 혐의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 실격 징계를 받았다. 히어로즈의 구단 지분 69.26%를 소유한 최대 주주이지만 어떤 형태로도 구단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 당시 KBO는 이 전 대표에게 영구 실격 제재를 내리며 “히어로즈 구단 경영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구단은 물론 임직원까지 강력 제재하겠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이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의혹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21년 4월 이 전 대표가 가석방 출소한 뒤 구단 관련 일에 여전히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2023년 3월 이 전 대표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위재민 변호사가 새 대표이사로 취임하자 그 의혹이 더욱 거세졌다. 당시 A 팀 단장은 기자에게 “이거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인사권 행사 아니냐”면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전 구단 대표의 법률 대리인이 구단 새 대표이사를 맡는다는 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2008년 KBO 가입금 자금난을 겪을 당시 재미교포 부동산 사업가 홍 회장에게 20억 원을 차입하면서 구단 지분 40%를 넘기기로 약정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후 거대한 법적 분쟁으로 심화됐고, 홍 회장은 지분 약정 불이행과 손해 발생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에서 키움 히어로즈 측이 175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구단은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고 일부를 지급한 뒤 나머지는 법원에 공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홍 회장 측은 판결액이 지나치게 낮다며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홍 회장 측은 2심을 진행하면서 히어로즈 구단이 적극적으로 변제 의지를 나타내지 않자 구단에 가압류를 걸었는데 이와 관련해 구단과 이메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참조’에 임상수란 이름이 포함돼 있었고, 이후 임상수 변호사와 직접 통화하며 가압류 취소 재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최근 키움은 이장석 전 대표의 딸이 공개 채용을 거치지 않고 지난해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인턴으로 뽑혀 구단에서 근무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전 대표의 딸을 인턴으로 추천한 이는 2022년 3월 이 전 대표의 법률 대리인이었다가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위재민 대표였다. 위 대표이사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딸을 인턴으로 추천한 배경에 이장석과 논의 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했고, 전공,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위 대표는 법조인 출신이다.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6기로 수료했고,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와 광주지검 부장검사, 외교부 주일대사관 법무협력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검찰에서 퇴임한 후에는 법무법인 동인과 선정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해 활동한 이력도 있다.
위 대표이사는 2023년 3월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장석 전 대표와의 인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가 (키움 구단) 대표로 오게 된 데는 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10년 전쯤 친한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분인데, 법률적인 조언과 자문을 하기도 했다. 그분이 어느 날 내게 대표이사직을 제안했다.”
위재민 대표이사는 대표로 선임된 지 14일 만에 강정호를 KBO로 복귀시키려다 여론의 거센 반대와 KBO가 최종 승인을 하지 않으면서 무산된 일이 있었다. 당시 모든 화살은 최근 해임된 고형욱 단장이 앞장서서 맞았다. 고 전 단장은 “내가 강정호 복귀를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위재민) 대표도 반대하지 않았다”면서 “(대표이사가) 어설프게 끝날 것 같으면 시작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도 전한 바 있다. 야구계에서는 고형욱 단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이 모든 일들의 중심에 이장석 전 대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키움은 올스타전 축제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7월 14일,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공석이 된 사령탑은 설종진 퓨처스팀 감독이 1군 감독 대행을 맡고, 1군 수석코치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신임 단장에는 운영팀장을 맡고 있던 허승필 씨가 신임 단장에 올랐다. 이로써 2021년 1월 신임 감독과 신임 단장으로 동시에 선임됐던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이 동시에 팀을 떠났다.
키움 구단의 한 관계자는 현장과 프런트의 수장이 한꺼번에 해임된 것과 관련해서 ‘성적 부진’을 꼽았다.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성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구단 내부에서 이에 대한 심각성이 크게 대두 됐고,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금으로선 후반기 일정을 잘 소화하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차기 감독을 통해 새 판을 짜야 하는데 홍원기 감독을 두고 물밑 작업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안타까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고형욱 단장은 2009년부터 스카우트로 일하며 히어로즈와 인연을 맺었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 단장으로 일하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는 스카우트 상무이사로, 그리고 2021년 홍원기 감독과 함께 키움 단장으로 선임돼 홍 감독을 지원했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고형욱 단장을 올 시즌 초부터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난 몇 년 동안 키움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게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간 선수들 영향도 있겠지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의 드래프트 결과가 좋지 않았다. 키움은 외부에서 비싼 몸값의 FA 선수를 공격적으로 영입해 전력을 보강하는 팀이 아니지 않나. 과거부터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서 팀의 전력을 만들어가는 팀이었는데 그게 지난 5년 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올 시즌 초 스카우트 파트가 개편됐고, 고형욱 단장도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키움 관계자는 김창현 수석코치까지 함께 해임한 것에 대해선 “수석코치가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터라 전면적인 쇄신과 변화를 위해 홍원기 감독과 같이 해임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홍원기 감독은 올해가 재계약 마지막 해였다. 따라서 키움 구단은 자진 사퇴가 아닌 해임이기 때문에 잔여 연봉은 전액 지급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키움 관계자에게 감독, 단장, 수석코치의 해임을 최종적으로 누가 결정하느냐고 물었다. 그 관계자는 “최종 결재권자는 위재민 대표이사가 맞지만 이러한 구단의 결정 사항을 대주주(이장석 전 대표)에게 당연히 공유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대주주로부터) 어떤 별도의 의견을 따로 받은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허승필 신임단장은 차기 감독 선임과 관련된 문의에 아직은 백지 상태이고 올 시즌 마칠 때까지 설종진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중에 차기 감독을 선임하기보다 후반기 감독 인선이나 코칭스태프 구성에 돌입해서 각 파트별로 의견들을 취합해 준비해나갈 예정이다. 지금은 갑자기 단장 보직을 맡게 된 터라 조금 경황이 없다.”
KBO도 현재 키움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감독, 단장, 수석코치 교체야 구단 내부의 일이니 KBO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이장석 전 대표의 딸이 위재민 대표이사의 추천으로 인턴직을 맡았다면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미쳤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KBO 고위 관계자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이 사안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이나 제보가 없기 때문이다.
“KBO에서 할 수 있는 건 구단에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부분인데 이와 관련해선 (허구연) 총재님과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 또한 구단 측에서 ‘이 전 대표와 전혀 관계없이 진행됐다’라고 나온다면 이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과연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될지는 의문이다. KBO는 규약 위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고, 어떤 의혹이 있다면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