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에 극적 역전승, 강동윤·안성준과 최종 선발…‘랭킹시드’ 신진서 ‘와일드카드’ 박정환도 승선
[일요신문] ‘바둑 삼국지’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출전할 대한민국 대표팀의 최종 5인이 7월 21일 모두 확정됐다. 랭킹 시드로 자동 합류한 신진서 9단을 비롯해 치열한 국내 선발전을 뚫은 강동윤·안성준·이지현 9단이 태극마크를 거머쥐었다. 마지막 한 자리는 선발전 결승에서 아쉽게 패했던 박정환 9단에게 와일드카드로 돌아갔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6연패 신화에 도전할 최정예 멤버 구성을 마쳤다.
14번째 도전 만에 박정환 9단을 꺾고 농심배 출전 티켓을 거머쥔 이지현 9단. 사진=사이버오로 제공이번 선발전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이지현 9단(랭킹 7위)의 ‘13전 14기’ 드라마였다. 이지현은 지난 16일 열린 최종예선 결승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박정환 9단(랭킹 2위)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생애 첫 농심배 대표팀 승선의 감격을 누렸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14번째 도전 끝에 이뤄낸 쾌거였다. 특히 6년 전 21회 대회 예선 결승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박정환에게 설욕하며 5연패의 사슬까지 끊어냈기에 의미를 더했다.
대국 내용 또한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초반 박정환의 완벽한 타개에 밀려 AI 승률 그래프가 1%까지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으나, 이지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좌상귀 패싸움을 통해 전세를 뒤집는 데 성공하며 151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 바둑을 중계한 송태곤 9단이 “유리할 때의 중후반이 예전 같지 않다”고 평할 정도로 박정환의 자멸에 가까운 수순이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지현 9단의 집념이 만들어낸 역전 드라마였다.
랭킹 3위 강동윤 9단도 본선 관문을 뚫었다. 농심배 8번의 출전에 3번의 우승 경험이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대국 후 이지현은 “프로가 된 후 내게 농심배는 꿈같은 무대였다. 이번에 운 좋게 뽑혔으니 책임감을 갖고 중국과 일본 기사들을 상대해야겠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연승보다는 중국 선수에게 많이 이기는 것이 목표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 농심배만큼은 잘하고 싶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이 패배로 박정환의 농심배 14년 연속 출전 기록은 무산되는 듯했으나, 후원사의 부름으로 기사회생했다. 주최 측은 박정환 9단을 와일드카드로 선정하며, 극적인 드라마의 두 주인공이 모두 한국 대표로 활약하게 되는 흥미로운 그림을 완성했다.
한편 17일 열린 나머지 결승에서는 강동윤 9단(랭킹 3위)과 안성준 9단(랭킹 5위)이 각각 홍성지 9단과 신민준 9단을 꺾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8번째 출전하는 베테랑 강동윤 9단과 11년 만에 다시 농심배 무대를 밟게 된 안성준 9단이 힘을 보탠다.
신민준 9단을 꺾은 안성준 9단은 11년 만에 다시 농심배 무대를 밟게 됐다. 사진=한국기원 제공이로써 한국은 농심배 18연승의 ‘끝판왕’ 신진서 9단을 필두로, 위기 속에서도 저력을 보여준 박정환 9단, 관록의 강동윤 9단, 11년 만에 돌아온 안성준 9단, 그리고 14년의 꿈을 이룬 이지현 9단까지 신구 조화가 어우러진 막강한 팀을 꾸리게 됐다.
한국의 농심배 6연패를 향한 도전은 오는 9월 2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함께 시작된다. 1차전(9월 3일~6일)은 칭다오, 2차전(11월 21일~25일)은 부산, 최종 3차전(내년 2월 2일~6일)은 상하이에서 펼쳐진다. (주)농심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 3연승부터 1000만 원의 연승 상금이 지급된다.
[승부처 돋보기] 제27회 농심신라면배 한국대표 최종예선 선발전
흑 이지현 9단 백 박정환 9단 151수 끝, 흑 불계승
장면도[장면도] 백의 최선은?
초반 우변에서 마치 비단에 수를 놓듯 백이 타개에 성공해서는 박정환 9단이 많이 우세한 국면이다. 계속해서 전장이 옮겨진 좌상에서 백이 △로 따내 패싸움이 발생했는데, 흑이 1로 팻감을 써온 장면. 자, 이 장면에서 백의 최선의 무엇일까.
정해도[정해도] 패를 해소했어야
흑1에 대해 백은 뒤돌아볼 것 없이 2로 때려내 패를 해소하는 것이 좋았다. 흑5까지 우상귀의 주인이 바뀌겠지만, 백6까지면 “상변 백의 확정가가 커서 흑이 따라잡기 힘든 국면이었을 것”이라는 게 해설자 송태곤 9단의 감상.
실전진행[실전진행] 백, 피곤한 바둑
실전은 백이 패를 해소하는 대신 우변 흑▲ 4점을 잡는 것으로 만족했는데 이 판단이 좋지 않았다. 우변은 보기보다 작은 곳. 흑이 패를 해소한 후 흑1로 끊어버리자, 왼쪽 백 3점과 위쪽 5점이 근거가 없어져 백이 피곤한 바둑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