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식 중경련 회장 기업 ‘심팩’ 상속 고민…여의도 빌딩 등 자본 축소기재 투자자 원성
투자자들은 오너 일가 재산 증식 탓에 주주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어야 하는 구조를 개선하길 촉구한다. 국내 6개 경제단체 가운데 한 곳인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경련) 최진식 회장(66)이 이끄는 기업 'SIMPAC'(심팩)이 한 예다.

"상속·증여세는 기업의 가치 상승, 경제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입니다."
지난 6월 13일 이 대통령과 6개 경제단체 대표들의 첫 간담회 자리. 최진식 중경련 회장이 이 대통령에 한 말이다. 상속세율이 60%에 육박하는 등 너무 높아 기업 경영과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금방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며 "저 개인적으로나 국민 여론이나 반대가 많다"고 답했다.
이 대화는 투자 업계에서 큰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이 중경련 회장으로서 건의한 말이지만, 본인 개인 고충을 담은 표현이기도 해서다. 최 회장이 이끄는 기업 심팩이 당장 상속 문제를 주요 화두로 안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 회장 일가는 크게 '심팩홀딩스'와 '심팩' 두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 등을 놓고 일부 투자자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심팩홀딩스는 지주사로 최 회장과 아들 최민찬 전무(39),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가족회사다. 최 전무가 지분 39.56%를 보유해 최대주주, 최 회장이 23.63%로 그 다음이다. 그 외 최 회장 아내와 딸이 10%대 지분을 나눠 가졌다.
심팩의 경우 프레스 등 제조사로 '코스피 상장사'다. 시가총액은 약 3320억 원 규모다. 심팩홀딩스가 52.38%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어 최 회장 5.01%, 그의 자녀 등이 1% 미만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특수관계자들의 심팩 지분율은 59.99%다. 요약하면 '최 전무→심팩홀딩스→심팩' 형태의 지배 구조다.
문제는 심팩홀딩스의 성장 방식이다. 이곳은 2024년 매출 약 1593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심팩 등 특수관계자와 거래로 얻은 매출액만 약 1292억 원에 달했다. 심팩에서 468억 원, 심팩 종속기업인 심팩인더스트리에서만 809억 원을 올렸다. 사실상 내부거래에만 의존하고 있다.
심팩홀딩스는 이런 내부거래를 토대로 급성장했다. 2004년 59억 원에 불과했던 자기자본은 2024년 4000억 원까지 폭증했다. 배당성향도 역대급이다. 2024년에는 30%에 달했다. 그해 당기순이익 약 81억 원 가운데 24억 원이 최 전무 등 오너 일가에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최 전무의 승계자금 마련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부거래로 회사를 키우고, 이익 대부분을 최 전무에 귀속시켜 지분 추가취득과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려는 행보다.
물론 재계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오너일가 상속 작업에 나서는 경우는 흔한 편이다. 다만 심팩홀딩스는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2010년엔 당기순이익 15억 원보다도 큰 25억 원을 배당했다. 2023년엔 232억 원 대규모 적자를 보고도 34억 원을 배당했다.
이런 식이면 일반 투자자들 이익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주들에 환원될 수 있는 이익이 오너 일가에 쏠리는 격이기 때문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배라고요? 그렇게 너무 낮으면 적대적 인수합병(M&A) 당해야죠."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4년 12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행사 참석자인 심팩 정연중 최고재무책임자(CFO)에 PBR을 묻고는 "0.3배"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이같이 지적했다.
이 발언도 당시 크게 주목받았다. 실제 심팩은 2024년 차량부품사 KDA 주식 100%를 950억 원에 취득하고도 부채비율이 71%에 불과한 건실한 기업이다. 그럼에도 PBR이 이토록 낮은 배경 역시 오너 일가 상속 이슈 탓이란 시각이 많다. 후계자가 추가 지분을 저가에 취득하는 게 우선시 돼 주주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불만이다.
특히 심팩도 2024년 기준 배당성향이 39%로 국내 상장사 평균(26%)을 웃돈다. 여러모로 저평가될 이유가 없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셈이다.
심팩이 현재 보유 중인 부동산 가치를 축소 반영한 게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 있다. 서울 여의도 '심팩빌딩'이 핵심이다. 과거 'MBC경영센터빌딩'으로 불리던 건물이다. 심팩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이곳을 956억 원에 샀다. 지상 16층에 지하 4층, 연면적 6881평 규모의 대형 빌딩이다.
심팩은 지분 99.57%를 보유한 종속기업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35호'(KTB신탁)를 통해 이 빌딩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심팩은 재무제표에 이 빌딩 가치를 아직도 16년 전 인수가액만 기재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여의도 중심가에 위치한 이 빌딩 실제 가치를 심팩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천억 원대로 평가·기재하는 게 상식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KTB펀드는 올 1분기 매출만 17억 2500만 원에 달했다. 1년(4분기) 치 매출만 단순 합산해도 이 건물 임대수익은 최소 연 69억 원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심팩이 이 건물 실제 가치를 감춤으로써 주가 상승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지표상의 자산 규모를 줄여 투자요인을 축소하고, 주가 상승을 막아 상속 작업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이란 추론이다.
심팩이 2024년 6월 심팩홀딩스와 합병을 추진한 배경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심팩은 당시 주가인 3954원을 기준으로 회사 가치를 평가했다. 반면 비상장사 심팩홀딩스는 주당 14만 5208원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심팩홀딩스 대표이자 오너 2세인 최 전무가 심팩 지분을 21.4%까지 확보하는 시나리오였다.
합병은 주주들 반대로 실행되진 않았다. 그러나 심팩홀딩스의 내부거래 및 파격 배당과 심팩의 부동산 등 공정가치 미반영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심팩의 여의도 빌딩 처리 방향이 다음 관심사로 떠오른다. KTB신탁의 펀드 만기가 오는 11월 15일로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해당 빌딩을 매각하거나, 만기를 연장할 경우 실제 가치를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를 외면하고 재무제표상 자기자본을 축소하면, 더 좋은 조건의 차입 등 자금조달 기회를 포기하는 조치와 다름없는 행태라고도 주장한다.
심팩 관계자는 "여의도 빌딩은 우리 돈이 직접 들어간 게 아니라 심팩과 심팩메탈이 각각 45%씩 펀드 형태로 들어갔다. 2018년 심팩이 심팩메탈을 합병하면서 지금과 같이 이 펀드가 심팩 종속기업으로 기재됐을 뿐"이라며 "이 빌딩을 장부에 최초 기재할 때 회계법상 '원가법'을 따랐기에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계기준에 따라 한번 원가법을 택했으면 계속 원가법대로 가야 한다"며 "중간에 시가법으로 바꿔버리면 다른 자산 등의 회계표도 전부 바꿔야 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펀드에 가입했을 뿐이어서 빌딩 매각에 관해선 결정권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진식 심팩 회장은 2028년 2월까지 중경련 회장 임기를 이어간다. 그는 2022년 중경련 11대 회장으로 취임 후 올 2월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공약은 '상속·증여세 개편'이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