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면회 후 학계·종교계서도 사면론 대두…여론 악화·범여권 분열 우려 속 대통령 결단 주목

7월 10일 법학자 34명은 조 전 대표를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이들은 “조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초미세 먼지털이식,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기소 및 공소 유지는 검찰권 남용의 상징”이라고 했다. ‘내란 세력 청산’과 국민통합을 위해 조 전 대표 사면·복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원서에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지기인 이철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종교계도 움직였다. 7월 초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등이 각각 대통령실에 조 전 대표 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 대주교는 조 전 대표가 검찰 개혁 과정에서 정치적 고초와 법적 책임을 떠안게 됐다고 했다. 국민들이 조 전 대표에 대한 법적 처벌이 정의가 아닌 검찰 독재의 시작점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우 스님과 나상호 교정원장도 개혁과 정의를 위해 국민통합을 위해 무거운 형벌을 짊어진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했다.
7월 9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서울남부교도소에 복역 중인 조국 전 대표를 면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소식은 조국 사면론에 불을 지폈다. 우 의장은 ‘장소 변경 접견’ 방식으로 조 전 대표를 면회했다. 장소 변경 접견은 시간제한이 없다. 유리 칸막이 같은 차단 시설이 없는 공간을 사용한다. 신체 접촉도 가능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7월 26일 페이스북에 “특별사면의 간 보기로 해석된다”고 적었다.

조국혁신당은 전면에 나서기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조국혁신당 의원은 7월 16일 “괜히 (당이) 목소리를 냈다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7월 30일 “우리가 사면해달라고 하면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사면권은 대통령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일인데, 압박해서 얻어낼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학계·종교계와 당의 물밑 교감은 없었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일단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7월 27일 “세부 단위에서 논의가 있다거나 회의가 이뤄지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나중에 의사를 여쭤볼 수 있겠다. 그러나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밝혔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7월 30일 “(특별사면은) 어떻게 보면 고도의 정치 행위이고 대통령님의 고유 권한인데, 우리가 하라 말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판단은 우리 몫이 아니다”고 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관건
조 전 대표 사면에 대한 논의는 한미 관세 협상과 민주당 당 대표 선거가 끝난 다음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은 8월 1일이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는 8월 2일 치러진다.
8월 15일 광복절 전 조 전 대표 사면을 결정할 시간은 충분하다. 특별사면은 대통령 권한이기 때문이다. 특별사면 절차에 따르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 이후 법무부 장관이 특별사면·감형·사면·복권을 대통령에게 상신한다. 상신된 안건은 국무회의에서 심의한다. 심의 결과를 참고해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이 결심하면 언제든 특정인을 사면할 수 있는 구조다.
대통령 지지율이 관건으로 꼽힌다. 특별사면에 대한 학계와 정치권의 합의된 기준은 없다. 오롯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사안이다. 대부분의 특별사면은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은 현직 대통령 지지율을 상승시킨 거의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2021년 12월 29일 N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7%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여론조사를 두고 정치권 해석은 엇갈린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 사면 여건이 마련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도 5 대 5 구도로 팽팽한 상황이다. 학계·종교계·정치권의 사면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사분오열하며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한미 관세 협상 이후에도 이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무리 없이 사면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죄가 확정된 조 전 대표를 사면하면 이 대통령 지지율과 정권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24년 12월 12일 징역 2년의 실형과 추징금 600만 원 판결이 확정됐다. 같은 해 12월 16일 수감 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가석방 기준 충족 △범죄 반성 △사면 지지율 60%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이 관계자는 조 전 대표는 가석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60%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 여론도 조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지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대통령이 굳이 국정 동력을 훼손할 수 있는 특별사면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여권 내부에서는 의견은 분분하다. ‘친여 스피커’ 이동형 작가는 MBC 라디오 7월 18일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대통령 사면권은 논란이 좀 있다. 고유 권한이기도 한데, ‘정치인의 죄를 그냥 풀어주는 그런 것들이 있지 않느냐’ 그런 논란이 있다”고 했다. 이 작가는 “(조 전 대표가 탄압받았지만) ‘아무런 죄가 없다, 명백하게 클린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의 절반 정도는 살고 난 뒤에 그리고 대통령 임기가 조금 지난 뒤에. 그래서 저는 오히려 크리스마스 쪽이 제일 낫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책임져야 될 일은 책임져야겠지만, 과연 부부가 실형을 받을 만큼의 중죄였느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호남권 초선 의원은 “(조 전 대표는) 부당하게 탄압받았다. 명확하다. 사면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별히 (의원들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초선 의원은 당 차원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에선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국혁신당과 척을 지면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22대 총선에서 조국 전 대표는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지민비조)’를 외치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민비조 전략은 민주당 득표율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국이라는 경쟁력 있는 카드를 지방선거 격전지에 투입하지 않는 것도 손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의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범여권 분열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도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독하게 (문제들을) 바로잡아줄 사람 같다는 믿음을 가지고 지지를 한 거다. (특별사면이 불발되면) 민주당 당원들 내에서도 ‘이게 내가 생각한 모습은 아닌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