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팬 앞에서 직접 퇴단 발표…LA FC ‘리그 3위’인 연봉 120억 지급 예상

손흥민은 지난 1년여간 수많은 이적설에 휩싸여왔다. 2015년 입단 이후 2021년 두 번째 재계약을 맺었다. 당시 약속된 계약 기간은 2025년 여름이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이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토트넘 구단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었다. 구단 경영 일선에 있는 다니엘 레비 회장은 '짠물 경영'으로 유명하다. 손흥민이 계약 기간 끝난 상태에서 팀을 옮긴다면 구단은 이적료를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숱한 구단과 이적설을 만들어냈다. 독일, 이탈리아,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 지목된 행선지는 다양했다. 그러던 중 계약 연장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 계약에 삽입됐던 1년 연장 조항이 발동된 것이다. 손흥민의 계약 만료 시점은 2026년 여름으로 미뤄졌다.
지난 5월, 시즌이 마무리된 이후 이적설은 더욱 짙어졌다. 1년 늘어난 계약기간은 더 이상 연장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정 구단과 손흥민을 연결 짓는 소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흥민은 휴식기를 보낸 이후 새 시즌을 위한 팀 훈련에 합류했다. 구단의 친선전 일정도 시작됐고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게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손흥민의 거취는 그가 한국에 입국해서야 공개됐다. 손흥민은 한국 팬들 앞에서 그의 입으로 스스로 다음 행보를 발표했다. 뉴캐슬과의 친선전을 위해 입국한 다음 날인 2일, 경기 전 기자회견장에서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스스로 이야기했다. 토트넘에서의 10년간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이 다음 행선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로 이적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토트넘과 뉴캐슬의 친선전은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됐다. 선발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초반 교체됐고, 6만 명이 넘는 국내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함께 뛰었던 양팀 선수들도 경기를 마치고 나서 포옹과 헹가래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2015년 8월 28일 토트넘과 계약한 손흥민은 10시즌간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이적 첫 시즌은 녹록지 않았다. 이미 리그 일정이 시작한 이후 팀에 합류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합류 이후 약 1개월 만에 부상을 입는 불운도 따랐다. 부상 이후에는 선발과 교체를 오가는 신세가 됐다. 첫 시즌 기록은 리그 28경기 4골 1도움이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에 한 시즌 만에 이적설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훗날 손흥민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독일 볼프스부르크 이적이 거의 성사됐었다'고 당시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손흥민은 토트넘 2년 차부터 리그 정상급 측면 공격수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리그 34경기 14골 7도움을 포함, 모든 대회를 통틀어 21골 8도움을 기록한 것이다.
이후 손흥민은 거침이 없었다. 동료들과의 호흡은 안정을 찾았고 매 시즌 20골 내외의 득점을 책임졌다. 유럽 현지에서도 '월드클래스' 공격수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축구선수로서 최대 명예로 불리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11위에 올랐다. 이에 더해 2021-2022시즌에는 리그 35경기에서 23골(9도움)을 기록, 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활약에 정점을 찍었다.
손흥민이 10년간 토트넘에서 남긴 기록은 454경기 173골 101도움이다. 출전 횟수로 역대 5위의 기록이다. 그보다 많은 출전 기록을 남긴 인물은 모두 1900년대 중반에 활약한 이들이다. 프리미어리그 출범(1992년) 이후 토트넘에서 손흥민보다 많은 경기에 나선 이는 없다. 173골은 구단 역사상 4위의 기록이다. 프리미어리그로 한정한다면 '절친' 해리 케인(280골)에 이어 2위다.
지난 10년간 손흥민 개인의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토트넘 구단 또한 영광의 시기를 보냈다.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 최대 성적이 4위였던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 입단 이후 '고공행진'을 펼쳤다. 손흥민 1년 차 3위에 오른 이들은 2016-2017시즌 우승 경쟁 끝에 리그 2위를 기록했다. 대회 진출 경험조차 3회에 불과했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018-2019시즌 결승전에 오르기도 했다.
런던 연고지, 다수의 스타플레이어 보유, 꾸준한 상위권 성적 등의 이점에도 토트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분은 적지 않은 기간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것이었다.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은 2008년 리그컵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이 주장을 맡은 시기, 토트넘은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오랜 한을 풀었다.
단순히 그라운드에서의 성과만 좋았던 것이 아니다. 토트넘은 기존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을 뒤로하고 2016년 4월 신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시공에 돌입해 2019년 4월 개장에 이르렀다. 10억 파운드를 과감하게 투자해 영국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에 등극하기도 했다. 토트넘은 이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규모의 최신식 구장을 보유하며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둔 구단 반열에 오르게 됐다. 손흥민, 케인 등의 맹활약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구장 개장 이후 프리미어리그 1호골, 챔피언스리그 1호골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토트넘에서 10년간의 활약을 뒤로하고 손흥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FC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는 뉴캐슬과의 친선전을 치르고 토트넘 선수단과 같이 영국 런던으로 복귀하지 않고 서울에 남았다. 곧 LA로 떠나 새로운 팀에 합류했다. 공식 입단 발표가 있기 전부터 팀의 홈경기 관중석에 등장하며 입단을 알렸다. LA FC는 경기장 전광판에 그의 얼굴을 띄우며 환영 메시지를 전했다. 7일에는 구단의 공식 입단 발표가 이어졌다.
앞으로 손흥민이 활약하게 된 미국의 MLS는 홍명보·이영표부터 현재 정상빈(세인트루이스), 김준홍(DC 유나이티드), 정호연(미네소타)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친숙한 듯하지만 여전히 생소함이 많은 리그다. K리그와 마찬가지로 봄에 시즌이 개막해 가을 무렵 마무리된다. 동부, 서부 콘퍼런스가 나뉘어 리그 순위를 따로 산정한다. 정규리그는 팀당 37경기를 진행한다. NBA(농구), MLB(야구) 등 미국을 대표하는 리그와 유사하게 각 콘퍼런스 상위권 구단끼리 플레이오프를 진행,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MLS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나라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제도다. MLS는 여타 미국 스포츠가 그렇듯 드래프트 제도와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는 글로벌 스포츠 축구에서 다른 리그와의 경쟁이 어렵다. 이에 MLS는 소위 '베컴룰'로 불리는 '지정 선수 제도'를 운영한다. 팀당 3명까지 샐러리 캡과 관련 없이 예외적으로 고액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베컴을 시작으로 티에리 앙리(은퇴), 리오넬 메시(마이애미) 등 스타 군단이 미국으로 꾸준히 향하게 된 배경이다.
손흥민 역시 LA FC의 지정 선수 중 한 명이다. 예상 연봉은 120억 원 이상으로 메시, 로렌조 인시녜(토론토)에 이어 리그 연봉 3위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미국 현지에서 손흥민의 이적료는 약 2600만 달러(360억 원)으로 보도됐다. 앞서 토트넘 구단은 2015년 손흥민을 영입하며 독일 바이어 레버쿠젠에 이적료 3000만 유로(약 483억 원)을 지불했다. 10년간 헌신한 손흥민이 30대 초중반의 선수인 것을 감안하면 LA FC가 쓴 돈은 상당히 큰 금액이다. 이적 과정에서 손흥민은 토트넘에 이적료 수익을 안기려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 개인 역시 LA로 이적하면서 축구 외적인 부분 역시 취할 것으로 보인다. LA는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 미국에서도 뉴욕과 함께 최대 '빅마켓'으로 꼽힌다. NBA, MLB, NFL 등 주요 거대 스포츠리그 소속 구단을 모두 두 개 이상 보유했다. 같은 연고를 두고 있기에 구단 간 교류도 활발하다. 오타니 쇼헤이, 김혜성 등과 함께하거나 LA 레이커스 코트 VIP석에 앉아있는 손흥민을 곧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8년 LA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과의 연계 또한 기대해볼 수 있다. 손흥민과 LA FC 계약기간은 2027년까지이며 1년 연장 옵션이 있다.
손흥민의 에이전시는 미국에 기반을 둔 CAA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콜 파머(첼시) 등 축구계 인사뿐 아니라 농구의 크리스 폴, 야구의 오타니 쇼헤이 등 여러 종목의 슈퍼스타가 소속돼 있다. 이에 더해 브래드 피트, 비욘세 등 대중문화 스타들도 함께한다. 단순 이적 작업을 진행하고 연봉 협상을 대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지니스에 나서는 에이전시의 영향력은 이번 이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명품 의류 브랜드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행사에 얼굴을 비추기도 하는 손흥민에게 LA라는 무대는 더 큰 발판이 될 수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