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주식 교환가액 낮아 공개매수 수용 불가피”…‘오너 4세 경영 부담 완화’ ‘상법 개정 대응’ 해석도

지난 7일 코오롱은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완전자회사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한 두 가지 절차가 진행된다. 먼저 8월 8일부터 9월 8일까지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21.62%를 공개매수 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지난 7일 종가(3325원) 대비 20.3% 높은 4000원이다. 우선주는 5950원이다.
공개매수 절차가 끝난 뒤 오는 12월 17일에는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주들을 대상으로 포괄적 주식교환이 이뤄진다. 이 절차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식은 주주 의사와 관계없이 정해진 비율로 코오롱 주식으로 교환되며 이를 통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완전자회사로 편입된다. 이후 절차를 밟아 비상장사로 전환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과 코오롱의 주식 교환 비율은 보통주 기준 1 대 0.0611643, 우선주 기준 1 대 0.1808249다. 코오롱그룹은 “이번 주식 교환 결정으로 완전자회사의 경영효율화가 가능해져 유연하고 신속한 사업구조 재편 여건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가(보통주 4000원)가 주식교환가액(보통주 2945원)보다 훨씬 높아 공개매수 제안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자진상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나 노력이 없었던 점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 자진상폐와 포괄적 주식교환 등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으로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현재 지주사 코오롱이 지분 75.23%를 보유하고 있어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다. 형식적으로 주주총회는 열릴 예정이지만 표결 결과는 사실상 확정적이어서 소액주주들이 대거 반대하더라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코오롱글로벌에서 인적분할 후 2023년 1월 31일 재상장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식은 상장프리미엄과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성장 기대감이 반영돼 첫날 종가 4875원을 기록했다. 상장 10일 만에 주가가 7950원까지 급등했다가 이후 하락을 거듭해 지난해 12월 13일 최저점 1756원까지 떨어졌다. 상장 초기 고점에 물린 일부 주주들 입장에선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찾기 어려웠다. 한 소액주주는 “대주주 비율이 높은 주식은 상장 후 10년 이내에는 자진상폐를 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소액투자자들의 투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갑작스런 자진 상장폐지는 오너 4세 이규호 부회장의 경영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해 매출 2조 2580억 원, 영업이익 19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 6% 감소, 영업이익은 50% 감소했다. 올해도 실적 전망이 밝지 않았다. 업계에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자진상폐가 이 부회장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7월 상법 개정안 시행으로 이사의 충실의무(책임) 대상이 확대되고, 소액주주의 권한이 강화되는 등 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맞자 선제적 조치로 자진상폐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기업 입장에선 상법개정안 시행으로 의사결정 비효율성의 증가, 각종 규제에 대한 부담 증가 등으로 자진상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정 상법의 적용을 받기 전에 주주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며 “상장폐지는 기업이 존속하는 기간 동안 웬만해서는 보기 드문 일인데, 올해 들어 벌써 4개사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였거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다만 어떤 이유로 자진 상폐를 추진하든, 상폐를 원하지 않는 소액주주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급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자진상폐는 지난해부터 진행됐던 그룹 사업 조정 차원의 일환이어서 상법 개정과 관련 없다”며 “많은 고민 끝에 공개매수와 주식교환 등 2개 선택지를 소액주주에게 준 것이며 주식 가치는 외부기관을 통해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