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미프지미소정’ 심사 지연…정부 국정과제로 추진 가운데 입법 진통은 이어질 듯

식약처에 따르면 그간 식약처에 허가 신청이 들어온 임신중지 의약품은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정(미프지미소)’이 유일하다. 미프지미소는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 수축을 촉진하는 미소프로스톨 성분으로 구성됐다. 9주 이내의 초기 임신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이다. 현대약품은 2021년 3월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라인파마)로부터 미프지미소 국내 독점 판권을 획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프지미소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식약처의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는 늦어지고 있다. 현대약품은 2021년 7월 식약처에 미프지미소 품목허가를 처음 신청했다. 식약처의 자료 보완 요구로 2021년 12월 현대약품은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현대약품은 2023년 3월 다시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2023년 7월 식약처가 자료보완을 다시 요구하자 2024년 4월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12월 세 번째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현대약품은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화이바’로 유명한 기업으로 사후피임약 등 여성 건강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해왔다.
식약처가 미프지미소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허가 시점은 미지수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으로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 허용 및 임신중지 허용기간이 법률로 정해져야 효능·효과, 위해성관리계획 등 핵심 심사 항목의 심사가 가능하다. 이는 업체에서도 이해하고 있다”면서 “추후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신속히 검토해 의약품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법 공백이 이어지는 사이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판매 적발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신중지 의약품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2021년 414건에서 지난해 741건으로 79% 증가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는 임신중지 의약품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국가필수의약품은 보건의료상 필수적인 의약품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말한다. 식약처 산하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 협의회가 지정한 국가필수의약품은 정부가 직접 수입하거나 지원한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임신중지 의약품은 모자보건법에서 임신중지 가능시점 등을 규정하지 않아 현장에서 처방하거나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는 필수의약품 지정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입법 진통 이어질 듯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형법의 낙태죄 조항은 이미 효력이 사라졌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놔두든 삭제하든 법리적으로 크게 의미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 등에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꾸준히 제기될 수 있어 모자보건법을 재정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임신중지 허용 주수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도 식약처는 제약사가 임상시험을 할 때 거친 대상자 범위를 토대로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를 내어주면 된다”라고 짚었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 진통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선 임신 주수별 안정성 확보와 부작용 방지를 위해 낙태를 허용할 법적 기준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약물에 의한 낙태는 임신 9주 이내에 진행하지 않으면 불완전 유산과 과다 출혈의 위험이 있다. 자궁 외 임신이거나 산모가 빈혈이 있거나 혈액질환이 있다면 약물에 의한 낙태가 수술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을 폐지하지 않고 모자보건법을 통해 여성과 태아에 안전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선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정부도 임신 14주 이내에는 별도의 요건 없이, 임신 24주 이내에는 사회·경제적 사유 등이 있는 경우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종교계와 일부 의료계의 반발 속에서 정부와 국회도 낙태죄 대체 입법을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