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삼성물산 보유, 최근 노루홀딩스 매입…KCC “성장 전략 맞춰 주식 전략적 활용”

#HD한국조선해양, 삼성물산 지분 보유 목적 있나?
KCC 의사 결정에 대한 불만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7월이다. KCC는 지난 7월 보유하고 있던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88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EB 투자자 입장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담보로 잡고 돈을 돌려받거나, 아니면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내면 되는 구조다.
문제는 주식 교환가액이 주당 42만 9650원이라는 점이다. 이는 당시 HD한국조선해양 주가보다 30% 높은 수준으로,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CC가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처분하기보다는 추후 만기 때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지금 조선주는 미국과의 협력 기대감 때문에 고점을 찍고 있기에, 여기서 추가로 주가가 넉넉하게 오르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많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이맘때쯤만 해도 16만 원대였으나 지주사 투자 열풍에다 조선업 기대감이 겹치면서 올해 들어서만 2배 이상 올랐다.
KCC가 EB 발행으로 빚 부담을 다소나마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LS증권에 따르면 KCC는 지난해 말 기준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가 약 5조 6000억 원으로, 평균 이자율이 연 6.2%, 이자비용이 3478억 원이었다. 1.7%대 이자를 지급하는 교환사채 발행으로 해외 자회사의 인수금융(대출)을 일부 갚을 계획이니, 일단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예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매각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환 대상인 주식 205만 4614주를 아예 매각한다면 EB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KCC는 독특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면서 “영업이익의 74%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지불하는데도 불구하고 금융자산 처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없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책임이 주주로 확대되는 만큼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KCC가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들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오로지 같은 ‘정씨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2014년 현대중공업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했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 불황으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었는데, KCC 일가가 장내에서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현대중공업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기업 분할의 과정을 거쳤고, KCC는 지주회사가 아닌 중간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주식이 삼성물산이다. KCC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기 전 931만 557주(5.96%)를 매입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경영권 다툼 중이었는데, KCC가 백기사로 깜짝 등장한 것이다. 당시 KCC의 총 투자금은 1조 4482억 원이다. 현재 삼성물산 주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8만 5000원 대에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주가를 보면 100%가량 오른 셈인데, 10년가량 돈이 묶여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의사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R&D 투자해 고객사 스펙인 노려야”
최근 KCC는 페인트업계 2위인 노루페인트의 모회사 주식을 장내에서 취득해 또 한번 주목받았다. KCC는 지난 12일, 노루홀딩스 주식 28만 9846주(2.18%)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이 7.17%로 올랐다고 공시했다. 지분 인수에 들인 231억 원은 자체 보유 현금이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라는 지적을 받는 이때, 도리어 타사 주식을 사들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KCC가 노루홀딩스를 대상으로 당장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노루홀딩스의 최대주주 측 지분이 35.85%, 2대주주인 디아이티 지분이 9.4%인 데다 자사주가 22%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KCC 스스로 투자 목적이 일반투자라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KCC 성향을 고려했을 때 감사인 선임과 같은 방식으로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KCC는 과거 현대엘리베이터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적이 있다.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44.4%를 기습적으로 취득, 현대가에서 떨어져나간 현대그룹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가 현대그룹의 저항에 좌절됐다. 이후 지분을 독일 엘리베이터업체 쉰들러에 넘겼고, 쉰들러가 이어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KCC가 미래 먹거리 발굴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곳은 LS증권 외에도 많다. KCC가 활동하는 소재 영역은 글로벌 기업들을 주축으로 기술개발(R&D)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KCC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KCC도 외부 시선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7월 EB 발행과 동시에 비전2030을 발표했는데, 응용소재화학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담고 있다. IR(기업설명)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KCC는 그간 종합건자재 및 정밀화학기업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다가 지난해부터 응용소재화학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다.
고기능성 소재 시장을 장악하려면, 개발한 소재가 고객의 제품에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장(스펙인, Spec-in)돼야만 한다. KCC는 연구 인력을 늘려 반도체와 자동차, 헬스케어, 디스플레이 등 고기능 응용 산업에서 스펙인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KCC는 기존 건자재 도료 사업부문에서 내수 시장의 한계를 명확히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산 효율성 중심의 제조업 입장에서 물량 확대의 한계는 곧 수익성 정체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CC의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2019년 인수한) 실리콘업체 모멘티브의 R&D 역량을 더해 고객사와의 스펙인 매출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KCC의 기업가치가 더 오를지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CC 관계자는 “최근 HD한국조선해양 EB 발행으로 회사는 큰 폭의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금리와 프리미엄 수준을 고려한 적절한 시점의 발행 결정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 회사가 보유한 다른 법인 주식도 향후 시장 상황과 성장 전략에 맞춰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