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4년 연임제 등 띄워, 일각 제왕적 대통령제 해결 역부족 시선…특검 수사 직면 국힘 ‘제 코가 석 자’

9월 16일 정부는 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가 마련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담긴 123대 국정과제가 거의 원안 그대로 확정됐다. 이 대통령은 “주권자의 뜻이 담긴 123대 국정과제를 나침반 삼아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국정과제 1호는 개헌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개헌안에 따르면 현행 5년 단임제는 4년 연임제로 바뀐다. 그동안 5년 단임제는 국정 운영의 연속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직을 단 한 번만 할 수 있어 장기적인 구조 개혁 정책 대신 5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단발성 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은 축소되고 국회 기능은 강화된다. 대통령에 소속된 감사원은 국회로 이관된다. 윤석열 정부 시기 감사원은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현 민주당 의원) 감찰, 문재인 정부 때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는 표적 감사 논란에 휩싸였다. 감사원 이관은 국회의 실질적인 행정부 견제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기대와 국회 한복판에서 정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받는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은 제한되고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은 강화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40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이는 정국 경색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현재 그는 내란 우두머리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개헌안에는 계엄 선포 시 국회 사전 동의와 72시간 내 국회 인준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 만들어진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도 도입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눠 행사하는 책임총리제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국회가 총리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중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장들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다. 앞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윤석열 정부 일부 기관장들이 빚었던 편향성 논란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밖에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명시한 헌법 조항 폐지 △세종시를 행정 수도로 명문화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수록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확대 위한 논의 기구 설치 등이 주요 의제로 꼽힌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개헌안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일요신문에 “분권형 대통령제가 돼야 한다”며 “책임총리제, 양원제, 지방 분권 강화, 이 세 가지가 핵심이다. 그런데 지방 분권과 양원제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회장은 “4년 연임제, 감사원 이관 등이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잘못하다가는 개악이라는 표현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재 시도? 현직 대통령엔 효력 없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독재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연장과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헌법 제128조를 무력화한 다음 재선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한 관계자는 “지금 (개헌의) 본심은 독재 완성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강압부터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지금 헌법 개정에 어떤 것들을 담아내든 (여권의) 가장 큰 목표는 독재 권력 완성으로 보인다. (개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상) 임기 변경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독재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명분이 없기 때문에 그럴듯한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러한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지난 5월 대선 기자간담회에서 “(독재가) 걱정되면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 이렇게 쓰면 된다. 푸틴처럼 독재하려 한다고 하면 정치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헌법 제128조에) 재임 중 대통령은 적용이 없다. 헌법에 그렇게 쓰여 있다. 개정 당시의 국민 뜻이라면 개정된 헌법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주의에 더 맞다”고 강조했다.
#야당 협조 필수 '산 넘어 산'
개헌안 발의와 관련 내용 논의 주체는 국회가 될 전망이다. 국회는 헌법개정 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8월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개헌특위는 9월 말 출범할 가능성이 크고,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 의장은 2026년 지방선거에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국회의 계엄 통제 권한 강화, 감사원 국회 이관 등 국민적 공감대가 크고 여야 이견이 적은 사안 위주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8년 총선 때는 4년 연임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199석이 필요하다. 범여권 의석수를 모두 더하면 188석이다. 개혁신당을 더해도 191석에 그친다.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수인 셈이다.
복수의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은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른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개헌 자체에 동의를 안 한다”고 밝혔다. 양당 원내대표 특검법 협상안을 일방적으로 뒤집은 민주당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도 지연될 전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야당에 협상 파트너가 없다. (국민의힘 자중지란이) 극심해져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이 정리가 되려면 내란 수사가 끝나야 할 것”이라며 “(여권도) 내란 수사 전 개헌 논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인식한다. 연말쯤 가야 화두가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