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1심 선고기일 전날 ‘추후 지정’ 공지해 연기…같은 사안 다른 법원 ‘원고 패소 판결’이 영향 미쳤나

법조계에 따르면 원고, 피고 모두 추정기일 사유에 대해 현재 공지된 내용 외에 추가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판결 선고기일이 지정됐다가 추정기일로 변경되면 변론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사건에 대한 쟁점 검토 중 또 다른 사안이 발견되면 원고나 피고 모두 그에 대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원하는 날짜에 선고기일을 다시 지정하면 원고·피고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원고 측 한 변호사는 “(선고가)날짜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라서 지금 원고들이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며 “7년을 끌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고 하소연한다. 10년간의 기회비용을 날린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기일 변경에 (본인도) 실망했다”면서 “보통 2~3주 후로 날짜를 지정해 판결 선고기일을 공지하는데 이번 건은 추후지정이라고 돼 있어 언제 재개할지도 모르고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2심 판결이 이번 추정기일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보사 허위 공시 의혹으로 인한 주주 손해배상 소송은 앞서 이뤄진 8건의 재판을 포함해 약 25건이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소송 쟁점은 큰 틀에서 비슷하다. 이들 소송은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인간배아 신장유래세포(GP2-293 세포)로 추정돼,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 제조·판매를 중단하며 비롯됐다. 이후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급락했고, 주주들은 인보사 관련 여러 공시 내용이 ‘허위’였다고 주장하며 자본시장법 제162조 ‘거짓의 기재 등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근거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주요 피고인은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과 특허권을 가진 코오롱생명과학, 그리고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이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두 차례 소송은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 “코오롱생명과학 사업보고서 등에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가 있어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웅열 명예회장은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 이중 한 사건이 최근 2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 것으로 ‘일요신문i’ 취재 결과 확인됐다. 2심 재판부는 공시에 거짓 기재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주식을 사들인 시점이 문제의 공시가 있기 이전인 점을 근거로 매수 행위와 공시 내용의 인과 관계를 불인정,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같은 판결의 영향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 역시 해당 사건 원고들의 주식 매매 시기 등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고 측이 주장하는 피고 측 허위 공시 기간이 재판마다 다르고, 원고들의 주식 매수 시점도 제각각이어서 재판부가 이를 일일이 살펴보기 위해 재판 선고를 미뤘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5일 선고가 예정됐던 사건의 원고는 최소 2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원고 측 또 다른 변호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 2심 패소 사건이 영향을 미쳐 재판부가 추정기일 사유로 다른 사건과 비교가 필요하다고 적은 것 같다”며 “원고마다 주식 매수 시점이 다르면 각각에 적용되는 선고가 달라질 수 있고, 보유 주식에 대한 손해 배상 여부도 매수 시기에 따라 인정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