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요?” 대사 비난 화살…한한령 해제 반대 세력 입김과 혐중 시위 반감 맞물려
전지현은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으로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류스타로 꼽힌다. 사드 사태 이후로도 꾸준히 로봇 청소기 등 중국 브랜드의 광고 모델을 맡았지만 최근 주연한 드라마 ‘북극성’에서 내뱉은 대사가 논란이 되면서 중국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한 화장품과 시계 등 브랜드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광고 사진 노출을 중단했고, 새롭게 계약을 맺고 촬영을 준비하던 또 다른 브랜드는 일정을 돌연 취소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집중포화를 맞는 전지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논란의 발단은 전지현이 주연을 맡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북극성’에서 내뱉은 대사에서 비롯됐다. 9월 10일부터 공개 중인 ‘북극성’은 남북한 전쟁의 위기를 넘어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첩보 멜로드라마다. 영화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가 극본을 쓰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의 김희원 감독이 연출했다. 전지현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전 유엔대사 서문주 역으로 극을 이끈다. 유력 대통령 후보였던 남편이 피격 사망하면서 뒤를 이어 선거에 나선 인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정통한 캐릭터다.
중국 여론을 악화하게 만든 문제의 대사는 서문주의 입을 통해 나왔다. 9월 17일 공개한 6, 7회에서 서문주는 “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요? 핵폭탄이 접경지대에 떨어질 수도 있는데”라고 말한다. 이는 남북한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하려고 베이징을 찾은 대통령(김해숙 분)을 바라보던 서문주가 한반도 외교 전문가인 임두진(최종원 분)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 등장한다. 작품 전체에서는 평화를 원하는 맥락으로 해석되지만, 일부만 보면 중국을 전쟁 선호 국가로 오해할 만한 대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해당 대사를 읊는 전지현의 모습 중 일부만 따로 편집한 각종 영상이 웨이보 등 SNS와 온라인 게시판에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전지현의 대사는 허구의 드라마 속 상황인데도 마치 실제 의견인 것처럼 편집돼 확산하면서 비난도 폭주한다. ‘북극성’에는 강동원 등 스타들이 출연 중이지만 중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전지현만 지목해 논란이 확산하는 점도 눈에 띈다.
중국 누리꾼들의 주된 주장은 해외에서 일종의 ‘혐중’ 발언을 하는 연예인이 중국에서 수익 활동을 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최근 서울 명동과 대림동 등 곳곳에서 거센 ‘혐중’ 시위가 일어나면서 중국 내에서도 반한 감정이 확산하는 가운데 전지현의 “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요”라는 대사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중국 누리꾼들은 ‘북극성’에 등장하는 중국 동북 지역 다롄을 묘사한 장면도 문제 삼고 있다. 일부러 지저분한 판자촌으로 지역을 그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촬영이 홍콩에서 이뤄진 부분도 거론하면서 중국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중국의 엔터테인먼트사들과 협업하는 한 국내 관계자는 “최근 배우 전지현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 형성은 예상을 뛰어넘어 과도한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북극성’ 대사뿐 아니라 중국에서 몇몇 행사를 준비하던 국내 연예인들의 계획에도 여러 변수가 일어나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지현이 맞은 화살, 그 이면
중국에서 제기되는 전지현을 향한 비난은 사실 허구의 이야기인 ‘드라마 대사’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억지스럽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즈니+가 중국에서는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설계한 가상의 드라마에서 배우가 대사를 읊은 것뿐인데도 비난이 온통 전지현에게만 집중된 상황이 가혹하다는 반응도 따른다.

중국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이 한한령 해제 움직임에 반대하는 중국 내 세력의 입김과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혐중 시위를 대한 반감이 맞물려 작용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경주에 오기 전까지, 혹은 한한령 해제가 임박하기 전까지 ‘북극성’ 전지현 사태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에서는 특정 국가를 자극할 여지가 있는 직접적인 대사로 논란을 자초한 점에서 ‘북극성’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남북한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거나, 국제 정세를 다룬 소재의 작품은 대본이나 시나리오 단계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리스크 모니터링’ 과정을 이번 ‘북극성’도 거쳤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어나지 않아도 될 논란이 불거졌다는 부분에서 아쉽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