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액 절반도 못 채운 상황, 여권도 여론도 부정적 시선…재단 측 “국민 통합 측면에서 평가해 달라”

행정안전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2026년도 예산안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행안부는 “현재까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민간단체로부터 기념관 건립 등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지원 신청이 없으며, 관련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윤석열 정부 시기 국가보훈처(국가보훈부 전신)가 추진했다. 2023년 3월경 보훈처는 3년간 약 460억 원의 건립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을 근거로 이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 공과를 둘러싼 논란과는 별개로 추진 방식과 비용도 문제가 됐다. 보훈부가 이승만 기념관을 추진할 경우 국가가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한 첫 사례가 된다.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은 민간단체가 일정 부분 정부 지원을 받아 건립했다. 김대중 도서관은 124억 원, 김영삼 도서관은 265억 원, 노무현 시민센터는 312억 원이 소요됐다. 박정희 기념관(708억 원)만이 이승만 기념관보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갔다.
반발이 커지자 (재)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이사장 김황식)은 기념관 건립 기금 조성을 위해 2023년 9월 11일부터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기념관 전체 건립비용 70%를 모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0%는 정부 지원금을 받을 계획이다. 민간 재단이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셈이다. 김황식 이사장은 목표액을 기념관 전체 예산에 해당하는 5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주무 부처는 행안부로 변경됐다. 이에 이승만 기념관은 국가유공자법이 아닌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따르게 됐다.
재단 부지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옆 부지로 정해졌다. 재단은 주한 미군 기지가 있었던 곳인 만큼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장소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근에 국립중앙박물관 등 다양한 관광지가 있어 관광객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재단이 유력하게 검토한 부지는 열린송현녹지광장이었다. 그러나 불교계와 시민 사회계의 반발에 철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 선정은 됐지만, 예산 문제로 기념관이 좌초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부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금액 목표치조차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8월 5일 기준 모금액은 약 167억 원이고, 참여 인원은 약 9만 명이다. 김황식 이사장이 제시한 500억이나 행안부에 등록된 목표 모금액인 298억 8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범여권은 부정적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자신의 트위터(X 전신)에 “우리 사회 모든 악, 몰염치, 무질서, 비양심 부정의 원인인 ‘친일매국미청산’을 초래한 장본인이고, 독립자금 횡령해 호의호식하다 임시정부에서 쫒겨난 후 해방 후엔 친일 매국노들에게 살 길을 열어준 사람”이라고 적었다. 다만 이 대통령은 21대 대선 때 이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음지만큼 양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재단에는 이영훈 이승만 학당 교장이 학예 연구위원으로 있다. 그는 식민지 근대화론,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 부정 등의 주장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외에도 김길자 전 경인여대 총장, 김명섭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관련기사 [단독] ‘위안부 발언 물의’ 이영훈, 이승만재단 추진위원 합류).
신철식 우남네트워크 대표회장은 홍보위원회 분과위원장으로 있다. 2021년 설립된 우남네트워크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정신 및 국가관 정립’ 등을 목표로 창립된 단체다. 우남네트워크는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은 곳이다. 리박스쿨은 늘봄학교를 통한 극우 역사관 주입 시도, ‘자유손가락 군대(자손군)’을 통한 댓글 부대 운용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최재란 서울시의원(민주당·비례)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기관 우리리서치가 2024년 8월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2.8%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부정적인 응답을 내놨다. 긍정적인 응답은 41.6%였다. 부정적인 이유로는 ‘과오까지 미화하고 왜곡될 수 있어서’가 37.4%, ‘부정선거와 4·19 혁명으로 불명예 퇴진해서’가 30.4%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이유로는 ‘국가에 기여한 바가 커서’가 54.6%, ‘초대 대통령 상징성 때문에’가 19.1%였다.
김용만 의원은 “뉴라이트 인사들이 포진한 재단을 통한 기념관 추진은 결국 이승만 미화 시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여론도 기념관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기념관을 계속 추진할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며 “앞으로도 기념관 건립 과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핵심 관계자는 “10월에 설계 공모가 끝나야 한다. (재단이) 아직 (행안부에) 신청을 안 했다”며 “모금하는 돈이 (건립비용의) 절반 이상이 돼야 신청을 한다”고 설명했다. 모금액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지금은 국민의 마음이 담긴 돈이 들어오는 것이다. (다음에는) 마음이 없으나 사업에서 돈 많이 번 사람들에게 협조를 부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의 부정적인 기류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한 번 참배하지 않았나”라며 “국민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기념관 건립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분위기”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여권에 대한 설득 작업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