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꿈은 메이저리그 “대표팀 가면 선배들에게 물어볼 것”

“뭔가 폭풍같이 휘몰아친 느낌이 든다. 정신없이 경기를 치르다 보니 어느덧 시즌이 끝났더라.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면 야구장으로 출근해야 할 것 같은데 당분간 휴식을 취하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올 시즌 신임 이호준 감독이 이끈 NC 다이노스의 야구는 김주원의 개인 성적처럼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시즌 개막 전에는 하위권 후보로 거론됐던 팀이 40승5무40패로 전반기를 마쳤고, 9월 20일 7위였던 팀 성적이 9월 21일부터 기적의 9연승을 내달리며 71승6무67패(승률 0.514)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는 4위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어 1차전은 4-1로 승리했고, 2차전에서는 0-3 패배로 짧은 가을 여정을 마무리했다(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정규리그 4위 팀은 1승 또는 1무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5위는 2연승을 거둬야 한다).
김주원은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2023년에는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지만 올 시즌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마지막 무대였다.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포스트시즌 경기는 정규시즌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김주원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2023년에는 ‘가을야구’의 중요성과 부담을 느끼기보다 경기에만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워낙 힘들게 시즌을 치러서 그런지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후반기 막판에 9연승을 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앞두고 ‘경우의 수’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나는 ‘그냥 다 이겨서 올라가면 되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다른 팀들 경기 결과에 기대지 말고 자력으로 올라가고 싶어 남은 한 경기, 한 경기에 더 집중했고, 경기 분위기가 뜨거워지면서 재미있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이 감독의 눈물 소식은 선수들에게 빠르게 전달됐다. 김주원은 이 감독의 눈물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내가 감독님 입장이라고 해도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많은 형들이 부상 중이었고, 그걸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 나라도 더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꼈다. 나는 (김)형준이 형이 부상당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1차전 다음날 병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았다. 감독님으로선 이런 모든 상황들이 마음 아프셨을 것이다.”
김주원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선발투수로 나온 삼성의 원태인을 떠올렸다. 원태인은 그 경기에서 6이닝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팀을 준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NC 선수들은 2차전에서 왜 원태인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을까. 김주원의 대답이 궁금했다.
“선두타자인 내가 1회 제일 먼저 타석에 들어섰는데 파울 파울 볼 스트라이크로 삼진을 당했다. (원)태인 형의 공을 보며 ‘와, 형이 진짜 작정했구나’라는 걸 느꼈다. 공 하나하나에 영혼을 담은 듯 했다. 태인 형은 영혼을 담아서 던졌는데 내가 영혼을 더 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결과가 많이 아쉽다.”
김주원은 9월 19일 창원 롯데전에서 3회초 타구를 처리하다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고, 이후 대타로 경기 출전을 이어가다 5경기 만에 다시 선발로 출전했다. 당시 치열하게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던 NC로선 김주원의 합류가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을 때 처음에는 큰일났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는데 계속 치료를 받으면서 걱정했던 것만큼 큰 부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대타로도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세운 여러 가지 목표들 중 전 경기 출장이 포함돼 있었다. 감사하게도 그걸 이루게 돼 정말 기뻤다.”
김주원은 올 시즌 초반 타격감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타격코치 출신의 이호준 감독이 김주원을 불러 키움의 송성문 타격폼을 알려줬다. 송성문이 허벅지 힌지를 쪼아서 골반을 걸쳐놓고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타격하는 방법이었다. 김주원은 5월에 타격감이 살아난 배경으로 이호준 감독의 원 포인트 레슨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전에도 타구 질이 나쁘진 않았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잡히는 일들이 많아 그냥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당시 조언해준 내용이 크게 와닿았다. 내가 타석에 서면 중심이 투수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타석에 서기 전 왼쪽 힌지에 손을 대고 들어가니까 스윙할 때 한 번에 팽이처럼 확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했을 정도다. 내가 머릿 속으로 그리는 동작들이 퍼즐처럼 맞아 나가니까 엄청난 희열이 생기더라.”
김주원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기존의 레그킥 동작을 내려놓고 ‘토탭’으로 타격폼을 수정했다. 그는 “엄청난 변화였다”고 설명한다.
“레그킥 동작을 버리면 자존심을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계속 고민만 하다가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에 타격 밸런스를 맞추려고 ‘토탭’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야구가 잘될 때는 다리를 들고 안 들고의 차이가 없는데 야구가 안 될 때는 그 차이를 크게 느낀다. 토탭으로 변화를 준 후 시야가 고정되고 몸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면서 밸런스를 잡아가는 듯했다.”
김주원은 ‘토탭’으로의 변화를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경기 영상을 참고했다고 말한다. 그들이 토탭으로 어떻게 밸런스를 잡아가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 그는 자신의 타격폼 변화에 전민수, 조영훈 코치가 많은 도움을 줬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보시기에 스위치 타자로서 자질이 없었다면 그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을 텐데 전혀 언급조차 없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내 할 일에 집중했다. 내가 못 해서 욕먹는 건 내 몫이지만 거기에 휘둘리진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노력하고 잘해서 나를 비난했던 분들이 스위치 타자하길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시기가 올 거라고 믿었다.”
김주원이 올 시즌 경험한 여러 변화들 중 또 하나는 막연하게 여겼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대한 꿈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올 시즌 김주원을 집중 체크했던 터라 김주원의 미국행은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다. 김주원은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선배들의 메이저리그 활약을 보며 “저기서 야구하면 진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주원은 만약 자신이 WBC 대표팀에 뽑힌다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배들을 직접 만나 궁금했던 점들을 꼭 물어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만 23세의 유격수 김주원은 데뷔 5년 만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위치 타자로 골든글러브와 WBC 대표팀까지 노리는 선수로 성장했다. 2028시즌을 마치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포스팅 자격을 얻게 된다. 대표팀의 성과에 따라 2027시즌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주원은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도 받았다. 김주원의 야구 로드맵은 앞으로 더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