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법원 현장검증 등 공세 수위 높여…판사들 “지금은 의혹 해명 말고는 대응 카드 없어”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이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의 임기는 정년 때문에 2027년 6월 5일로 짧다. 아직 임기가 약 1년 반 이상 남은 상태. 하지만 민주당이 연일 압박을 펼치고 있어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0월 13일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증언대에 서는 문제로 극한 대치를 벌였던 여야가 15일 열린 대법원 현장검증 때는 자료 제출과 현장검증을 두고 맞붙었다.
민주당은 15일 추가로 진행된 대법원 현장검증에서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협의 없이 국정감사장을 나섰다. 대법원 내 대법관 사무실 등을 찾아 PC 기록 등을 확인하려는 취지였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물론 행정처 직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현장검증은 대선 후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전산 로그기록 등 관련 자료와 대법관 증원 관련 소요 예산 산출 근거 자료를 검증해, 파기환송 과정에서 정당성과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를 강행했고,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지난해 형사사건 상고심 접수 사건에 대한 대법관 검토 자료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는 과정에서 자료 검토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려는 취지였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대법원 긴급회의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위원님들께서 해 주신 귀한 말씀을 토대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겠으며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정감사 과정에서 해소되지 않은 부분 중 답변이 가능한 부분들은 추후 파악해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답변드리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구체적으로 답변해 달라는 민주당의 요구에 “재판 사항에 관한 것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
#판사들 “지나친 국감” vs 민주당 “3차 국감 필요”
법원 안팎에서는 ‘사상 초유의 국감’이라는 불만 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사법부가 명백하게 독립돼 운영되는 이유가 있는데, 국회가 국정감사 때 지켜져 왔던 관례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고법 판사는 “정치적인 사건을 늘 판결해야 하는 게 법원의 역할인데, 원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취지로 사법부를 압박하면 어느 판사가 법리를 토대로 소신 있게 판단할 수 있겠느냐”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눴다고 하지만 판사들 모두 ‘나한테 정치인 사건이 오면 똑같이 좌표가 찍혀 공격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조희대 대법원장의 선고 일정 강행이 다소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면서도 “재판 선고 일정과 결과는 결국 사법부가 재판관들에게 보장한 고유 권한인데 이 과정을 파헤치고 확인하겠다는 자체가 선례가 될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5일 밤 자신의 SNS에 “밤 9시까지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11시간 동안 피를 토하면서 외쳤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단 5분 인사로 잘라버렸다”며 “종합국감 전에 기일을 정해 대법원에 대한 3차 국감을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김기표 의원과 김용민 의원도 “의문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추가 국정감사를 요구했고, 추미애 법사위원장 역시 “공감한다”며 대법원 3차 국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아직 1년 7개월여 남아 있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16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법원장이 스스로 물러나 주는 게 맞다. 스스로 정치를 하고 대통령을 자기가 결정하려고 해 이런 불신을 받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허물었는데 이제 와서 사법부 독립 때문에 국회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한 원로 법조인은 “조 대법원장은 사석에서 판사 출신이 아닌 사람은 잘 만나지도 않고 최근에는 더욱 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는 물러날 사람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법원 내부에서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것 말고는 별다르게 취할 수 있는 대응 카드가 없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