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확보 난항 및 조직적 은폐 시도 가능성…다른 외국 수감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개

충남경찰청이 확인한 사기 피해는 110건으로 전해진다. 범죄 수익 규모는 93억 원 상당이다. 송환된 64명 중 15명은 경기북부경찰청 수사를 받았고, 11명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로맨스 스캠을 통해 36명을 대상으로 16억 원 상당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이처럼 송환자 대부분이 범죄 피의자로 특정되어 가는 상황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정부가 캄보디아로부터 피의자들을 송환한 조치와 관련해 “자국민 구출을 빙자해 범죄자들만 데려온 정치 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현지서 체포된 한국인을 송환한 근거는 범죄인 인도조약이다. 한국과 캄보디아는 2011년 조약을 체결했다. 두 나라 모두에서 죄가 되는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인 인도가 가능하다.
국제형법 전문가 A 씨는 “범죄 피의자들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돼 캄보디아 법에 따라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는데 한국으로 송환됐다. 피의자들 입장에선 쾌재를 부를 만한 상황이 된 셈”이라면서 “사실 우리 정부에서 사태 해결을 하려던 포인트는 최대한 많은 범죄 피해자들을 구출해오겠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이 아니고 피의자들을 전세기로 송환한 조치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진행된 이번 송환은 국제사회 관례나 외교적 관례를 통째로 뒤흔든 이례적인 조치”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갑작스런 송환은 양국 간 주권 문제나 외교 마찰로 비화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국으로 범죄 피의자들을 데려온 후 캄보디아 당국이 수사 자료를 공유한다든지 하는 ‘공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증거가 부족해 처벌이 곤란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재판을 받기 전 구치소에 갇힌 상태의 한국인을 데려온 것은 ‘감형’과도 같은 조치다. 이미 현지에서 체포된 피의자들의 경우 수사관을 급파해 현지 조사하는 방식으로 ‘자국민 보호’를 할 수 있다.”
이어 그는 “캄보디아에서 재판이 끝난 사안이라면 국제 사법 공조를 통해 증거를 받아올 수 있지만, 이번 케이스에선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수형자 이송조약’에 정통한 국제법 전문가 B 씨는 “이번에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한국인들은 외국서 체포되거나 형사처벌을 받는 여타 한국인들과 달리 ‘특혜의 대상’이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범죄 피의자로 특정될 경우 재판을 모두 마친 뒤 ‘국제 수형자 이송조약’에 따라 송환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조약과 다르게 ‘국제 수형자 이송조약’엔 판결이 확정된 수형자가 국내 이송에 동의할 경우 송환이 가능하다. 외국에서 판결받은 형에 대한 감형은 불가하다. 엄격한 원칙들이 존재해 오히려 외국에 수감 중인 한국인 재소자들이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한국인들 대부분이 범죄 피의자로 수사받고 있는데, 범죄 혐의의 질이 좋지 않다. 국가가 나서서 공과 돈을 들여 이들을 서둘러 송환할 필요가 있었는지엔 의구심이 남는다.”
B 씨는 “증거는 현지에 있고, 송환자들이 입을 맞춘다면 감형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만큼의 죄를 저지른 이들이 2~3 정도 책임만 지고 사건을 일단락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며 “이런 조치를 하는 데에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소모됐음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무고하게 갇혀 있는 자국민을 구출하겠다고 급파된 당국자들이 캄보디아 당국이 이미 잡아 놓은 피의자들을 털어온 격이 됐는데, 앞으로 캄보디아가 또 한국인 피의자들을 체포한다고 해도 이들을 모두 전세기로 데려올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향후 여러 가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3년 9월 기준 외국에 수감된 한국인 수는 총 1017명으로 나타났다.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했던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재외 한국인 수감자 수는 감소했다. 대부분 한국인 수감자들은 마약, 사기, 살인, 절도, 폭행, 강도, 강간추행 등 강력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범죄 예방 등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선 현지서 체포된 피의자들의 재판을 조금 기다려보는 것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현재 상황에선 피의자들이 오히려 캄보디아에서 체포됐던 것이 ‘호재’이자 ‘행운’이라고 느낄 수 있는 측면이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