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못 썼다’ 해명 거짓 논란 휩싸여…국민의힘 “김영란법 위반·뇌물죄 성립” 난타

최민희 위원장 딸 결혼식은 10월 18일 열렸다. 10월 13일부터 10월 30일까지 열리는 국정감사 기간과 겹쳤다. 결혼식 장소는 국회 사랑재였다.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는 최민희 위원장 딸 결혼식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됐다. 박정훈 의원이 선봉으로 나섰다. 박 의원은 10월 20일 “(딸 결혼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을 때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었음에도 강행했다”며 “피감기관으로부터 화환과 축의금을 받으면서 국감을 하는 것은 이해충돌의 소지가 크고 상식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최 과방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문과 출신인 제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거의 잠을 못 잘 지경”이라며 “정말 집안일이나 딸의 결혼식을 신경 못 썼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감 등 업무 때문에 딸 결혼식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고 했다. 딸로부터 결혼식 날짜를 잊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21일 박정훈 의원은 최 위원장의 해명에 대해 “비겁한 변명”이라며 “혼주는 최 위원장 본인이다. 최 위원장이 국감을 진행하려면 피감기관, 관련 기관으로부터 축의금을 받은 것을 다 토해내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최민희 의원실 박진형 보좌관은 입장문에서 “기업이나 피감기관에 청첩장을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결혼식 날짜에 대해서는 “일부러 국정감사 기간에 맞춘 것이 아니다”며 “최 의원의 자녀는 스무 살 때부터 독립해 1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해 왔다. 결혼식 날짜와 장소 역시 어머니의 관여 없이 딸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랑재는 선착순 경쟁을 거쳐 예약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화환·축의금 사양합니다’가 일반적”이라며 “저의 경우도 안 알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청첩장에 축의금 계좌번호를 넣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이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이 딸 결혼식을 몰랐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경조사 사실을 퍼뜨리지 않았던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무성 전 대표, 우상호 정무수석 등의 사례를 들며 “(결혼식을) 그대로 밀어붙인 게 문제라고 본다”며 “충분히 더 간소화하고 아니면 화환이나 축의금 부분에 대해 자제하고 안 받고 할 수 있었는데도 그냥 진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최고위원은 “남의 시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그다음 부끄러움이나 모범이 돼야 된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환해도 뇌물죄 성립?
10월 26일 최 위원장이 국회 본회의 도중 과학기술원, 통신사, 종합편성채널 등 피감기관, 기업, 일부 정치인 등에게 받은 축의금을 돌려주는 정황이 담긴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 위원장은 “900만 원은 입금 완료”, “30만 원은 김 실장에게 전달함” 등의 메시지를 보좌진과 주고받았다.
최민희 의원실은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는 최민희 의원이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을 돌려드리도록 보좌진에게 지시하는 내용”이라며 “최민희 의원은 지난 한 주 동안 계속 국감을 진행했고, 결혼 당사자들도 매우 바쁜 관계로 오늘 축의금 리스트를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의원실은 “이름만으로 신분을 알 수 없는 경우 등이 있어 추후 계속 확인되는 대로 반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방위 관련 이해관계자들이므로 뇌물이자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했다. 주 의원은 같은 날 다른 글에서 “수백 명으로부터 억대가 걷혔을 텐데 왜 반환하는 돈은 930만 원인가”라며 “계좌로 입금돼 흔적이 남았거나 향후 들킬 가능성 높은 돈만 반환한 것이다. 현금 봉투로 받은 것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이 있는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아도 과태료 및 징계 대상이 된다.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경조사 목적’이라는 예외 규정에서도 경조사비는 5만 원, 화환은 10만 원까지만 허용한다. 농수축산물은 평일 15만 원, 명절 30만 원까지다. 만일 받았을 때는 즉시 거부·반환하고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더 나아가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10월 28일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감 중 국회에서 결혼식을 열어 계좌번호와 카드 결제 기능이 담긴 청첩장을 뿌리는 건 피감기관에 대한 명백한 압박”이라며 “축의금을 돌려준다고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라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조응천 전 의원은 10월 28일 뉴스1TV ‘팩트앤뷰’에서 “판례상 바로 돌려줬다는 것은 다음 날 정도 돼야 하는 건데 (실제 반환 시기는) 결혼식 8~9일 이후”라며 “형사처벌을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의원은 “최 위원장은 과방위원장이고 피감기관에 대해서는 무조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금품을 받았다면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려 받은 거라도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10월 28일 최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언론 정상화 운동을 하면서 늘 악의적 허위조작정보는 사회적 가치관을 병들게 하는 암세포라 생각했다”며 “이런저런 모색 속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크게는 효과가 없었다. 결론은 내가, 우리가 판단력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노무현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때다. 깨시민으로서 우리가 똑똑한 ‘조절 티(T) 세포’의 역할을 하자”고 적었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어도 엿장수 마음이 노무현 정신은 아닐 것”이라며 “가치를 무시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 공동체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택하는 것,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가치를 해하는 것, 노무현 정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의 ‘폭주’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읽힌다.
논란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10월 28일 최 위원장 딸이 페이스북 프로필에 2024년 8월 14일부터 ‘혼인 상태’라고 표기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웨딩 사진도 올라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보도가 나온 후 해당 페이스북 계정은 비공개 상태로 전환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이해충돌 및 뇌물죄 논란, 갑질 등을 근거로 최 위원장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들은 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김영란법 및 뇌물죄 위반 혐의로 최 위원장 고발을 예고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