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대여 투쟁 동시에 온건 전략 구사, 황교안 등 반면교사…지지율 하락 땐 다시 강경으로 갈 수도
#예상 밖 줄타기 정치

장 대표는 추석 연휴 때인 10월 7일 당직자, 청년 당원들과 함께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여당은 물론,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10월 17일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많은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장 대표를 비판했다.
최근 들어 장 대표는 정부·여당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부동산 이슈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위’ 위원장을 직접 맡았다. 장 대표는 10월 22일 첫 회의를 주재하며 “586 정권의 위선자들이 자행한 사회주의 경제실험이 중산층과 서민,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번번이 걷어찼다”고 쏘아붙이면서 부동산 공세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렇다고 장 대표가 선명성 전략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었다. 예상 밖 줄타기 전략을 선보이며 정가의 시선을 받았다. 당직 인선이 대표적이었다. 장 대표는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으로 정희용 김도읍 의원을 각각 발탁했다. 둘 다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대표 인사를 놓고 당내 소장파로 꼽히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후한 평가가 나왔다. “인선 발표에서 확실히 극우 색채를 중화하려는 노력이 보였다(김재섭)” “예상 밖으로 잘한 인선(김용태 의원)” 등이었다.
당대표가 지명 권한을 갖는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이 아직 나오지 않는 것도 정치권에선 비슷한 해석을 내놓는다.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를 내놓고 있지만 장 대표가 친정 체제로만 당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통상 지명직 최고위원은 당대표 ‘오른팔’ 역할을 해 왔다. 당헌에 따르면 당무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최고위원회는 선출직 5인과 지명직 1인으로 구성된다. 지명직은 선출직 최고위원과 같은 권한을 가지지만 유일하게 당대표가 직접 임명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당 대표가 전당대회 청구서를 받아들여 강성 지도부를 꾸릴 것이란 관측과 맞닿아 있었다. 장 대표는 당대표 당선 직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전한길 씨에 대해 “의병처럼 밖에서 적을 막아주고 당과 함께 싸웠다. 전한길 씨는 당 바깥의 의병”이라고 발언, 당 내부 진입 불가라는 금을 확실하게 긋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데도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재미있는 농담도 하면서 분위기도 잘 잡는다”면서 “리더로서 현재 펼쳐지는 판을 읽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유연한 줄타기가 나오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동안 보수정당이 툭하면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데려오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외부인까지 대선 후보로 내세웠던 것은 당 간판 타자들이 줄줄이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황교안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직진 노선을 고수했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장 대표가 줄타기 정치를 하는 배경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정가의 한 목소리다.
2019년 2월 전당대회에서 화려하게 등판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전 대표는 2020년 4·15 총선 참패로 중도하차했다. 여의도 정치를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정치신인이 단숨에 제1야당 대표에 오른 것은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 주류와 전통적 지지층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황 전 대표에게 강성 이미지를 사용해야 하는 굴레가 됐다.
황 전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전국을 돌며 ‘민생대장정’에 들어갔고, 대정부 규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명목으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장외투쟁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독재자, 김정은 대변인 등 문재인 정부를 향한 발언 수위는 높아졌고 독해졌다. ‘야당 정치인’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법무부 장관·국무총리 출신의 안정감은 퇴색됐고, 중도층 지지 확장을 가로막는 한계를 노출했다.
더욱이 황 전 대표는 불교 행사에서 합장하지 않아 종교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대중정치인으로서 경험과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낳았고 보수정당은 또다시 국민과 멀어져갔다. 결과는 총선 참패였고, 황 전 대표는 정치판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여당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의힘은 “젊은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2024년 7·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뽑았다. 62.8%(당원투표·국민여론조사 합산)의 압도적 지지였다.
한 전 대표는 4·10 총선을 앞둔 2023년 12월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때부터 줄곧 ‘변화와 쇄신’을 앞세우면서 여당 속 야당 전략을 추구했다. 젊은 당대표를 뽑은 이유는 변화에 방점을 둔 것이라 할 수 있었지만, 여당이라는 구조를 감안하면 어디까지나 ‘안정 속의 개혁’이 되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벌어졌다.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거취 등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앞세우며 친윤 및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한 전 대표였는데 당대표가 되고서도 노선을 바꾸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당 대표로 취임해서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의대 증원 유예 입장을 내놓으며 대통령실과 상반된 의견을 냈다. 특히 한 전 대표가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이른바 ‘3대 해법(대외 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 쇄신·의혹 규명 협조)’을 공개 건의하고 나서면서 당정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한 전 대표는 당 주류와의 갈등 속에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친박계 출신인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좋은 의도를 갖고 야당과의 공무원 연금 개혁 협상 성공을 위해 애를 썼지만 여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과의 교감도 중요했다. 그런데 유 전 원내대표가 이 협상 과정에서 너무 강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끝장나버렸고 유 전 원내대표는 배신자 늪에 빠져 정치적으로 치유 못 할 상처를 입어버렸다. 장 대표는 과거 명분만 의식한 직진 정치가 어떤 나쁜 결과를 불렀는지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장 대표 주변에선 줄타기 정치가 이재명 정부에 부정적인 무당층 세력을 흡수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 악재가 쏟아졌다. 사법부 때리기, 김현지 논란 등에 이어 부동산까지 터졌다. 그런데도 반사이익 효과를 누리지 못했는데, 장 대표의 유연한 행보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줄타기 전략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구 전술과도 맞닿고 여러모로 약효가 있다”며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 대표가 국민의힘 강성 당원들 지지를 통해 당권을 잡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벌써부터 이들 사이에선 장 대표를 향해 ‘기회주의’라는 공세가 나오고 있다. ‘이런 모습 보이려고 당대표 했느냐’는 것이다.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결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위기국면이 찾아왔을 때 당 여론을 주도하는 강성 당원들이 ‘대표 흔들기’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 대표의 어중간한 스탠스로 인해 이재명 정부 견제를 하지 못했으니, 보다 강단 있는 대표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의 재선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달렸다. 민주당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결국 장 대표도 강경 일변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