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 김연경’ 열풍 일으켜…‘아이 엠 복서’ ‘야구 여왕’ ‘열혈농구단’ 등 가세
하지만 전체 그림을 놓고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화자는 ‘배구 여제’ 김연경이다. 그는 최근 MBC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에 참여했다. 2.2%로 시작한 시청률은 5.8%로 마침표를 찍었다. 팀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겠다는 김연경의 진정성이 통한 셈이다. 이후 복싱, 야구, 농구, 레이싱 등 다양한 종목을 소재로 삼은 스포츠 예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을 ‘김연경 효과’로 볼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신인감독 김연경’의 성공을 통해 “스포츠 예능을 챙겨 보고 싶다”는 대중적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었다.

김연경은 그런 선수단을 어르고 달래지 않는다. 누군가는 위로와 공감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연경은 다그치며 실력을 끌어올렸다. 그게 궁극적인 정답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리시브 실책을 저지른 후 전광판을 쳐다보는 선수에게 “야. 어딜 봐. 네가 해야지. 미쳤나. 진짜”라고 일침을 놓았고, 또 다른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고 하지 마, 미안하다고 하다가 경기 져!” “자신감 있게 할 거 아니면 들어가지 마, 여기서 놀아 그냥 인마!”라고 호통 쳤다.
그런 김연경을 보며 대중은 ‘회피형 인간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이라 평했다. 무작정 “공감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 “내 편 들어줘"라고 떼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이다.

전략·전술을 보다 쉽게 알려준다는 것이 스포츠 예능의 묘미다. 실제 경기에서는 감독이 어떤 지략을 펴고, 선수들이 어떻게 실천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신인감독 김연경’은 김연경 감독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이 일사천리로 움직여 득점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해를 돕는다. ‘아이 엠 복서’ 역시 복싱 체육관까지 운영하는 마동석의 전문적인 설명과 리얼한 반응을 통해 복싱을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도 스포츠 예능이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게 된 주요 요인이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였던 김연경의 참여에 앞서 JTBC ‘최강야구’에서는 은퇴 뒤에도 상당한 팬덤을 유지하고 있는 이대호, 박용택 등이 다시 방망이를 잡아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채널A에서 새롭게 준비한 야구 예능인 ‘야구 여왕’에는 메이저리그 출신인 추신수가 가세하고, 현역 시절 ‘국보급 센터’로 이름을 날린 서장훈은 SBS 농구 예능 ‘열혈농구단’을 이끈다.
과거에도 스포츠 예능은 존재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예능인들의 스포츠 도전이었다. 노력과 재미는 있지만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예능은 거들 뿐, 스포츠가 중심이다. 그래서 ‘최강야구’(현재는 이름이 바뀌어 ‘불꽃야구’)는 승률 70% 미만이면 팀 해체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신인감독 김연경’ 역시 프로, 실업팀과의 대결에서 승률 50%를 목표로 삼았다. ‘아이 엠 복서’에는 전직 복서 및 이종격투기 선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는 관찰 예능을 비롯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보다 몰두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성향과도 관계가 깊다. ‘진짜’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연경, 이대호, 서장훈 등도 ‘대충’할 생각은 없다. 선수 시절, 단 한 번도 그런 마음을 가진 적이 없고, 그렇기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중은 그런 진정성에 열광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