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인종차별 시비, 울산 감독·선수 폭행 공방…대구 강등 후 내홍 지속

시즌 말미였던 K리그1 36라운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대전 하나시티즌 간 경기에서는 보기 드문 심판 판정이 나왔다. 후반 막판, 심판 판정에 전북 벤치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타노스(본명 마우리시오 타리코) 코치가 퇴장당한 것이다.
퇴장 명령을 받은 이후 타노스 코치는 지속적으로 격렬하게 항의했다. 양손 검지를 눈에 갖다 대는 행동이 동반됐다. 이에 심판협의회는 성명서를 내며 타노스 코치의 행동을 '인종차별'로 규정했다. 이들은 '인종차별 행위 및 비하 발언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타노스 코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됐다.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는 '파울을 직접 보지 않았느냐'는 항의의 취지로 눈을 손으로 짚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상벌위는 5경기 출장 정지, 2000만 원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곧 반발이 이어졌다. 같은 소속팀의 이승우는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노스 코치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그의 의도가 왜곡돼 전달되는 것이 안타깝다. 이번 일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정확하게 다시 살펴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외에도 홍정호, 박진섭 등도 시상식에 참석해 '오해가 풀리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타노스 코치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팀에서 사임했다. 구단은 이와 별개로 징계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으나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결국 이를 기각했다.
전북은 기념비적인 시즌을 보냈다. 침체기에서 회복해 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다수의 국가대표도 배출했으며 20년간 전북에서 활약한 '레전드' 최철순의 은퇴식을 시즌 최종전에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들이 인종차별 논란과 뒤엉켰다. '축제'를 오롯이 즐기기 어려운 분위기가 지속됐다.

혼란스러운 전북이 그라운드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과 달리, 전 시즌까지 리그 3연패를 달성했던 울산 HD는 고통스러운 시즌을 치렀다. 시즌 초반 상위권 순위를 유지하던 이들은 6월부터 패배를 쌓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시즌 말미에는 1부리그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처지까지 놓였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의 감독이 물러나야 했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이끈 김판곤 감독이 7월을 마지막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소방수로 부임한 신태용 감독도 3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떠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별안간 골프 가방이 구단 버스 짐칸에 놓인 사진이 외부로 유출됐다. 가방에는 신 감독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구단 내부자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사진이었다. 이와 함께 축구계에선 '신 감독이 원정 일정이 있을 때마다 골프를 즐긴다'는 루머가 돌았다. 문제의 골프 가방 사진이 유출된 날, 신 감독은 경질이 발표됐다.
경질 이후 신 감독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감독이 침묵을 지키는 그간의 사례와 달리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는 '골프 루머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과 함께 울산 내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고 이들이 자신을 몰아냈다는 주장도 더했다. 구단 측도 반박을 내놨다. 마치 유럽 축구와 같은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구단 측은 감독의 지도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대응했다.
논란은 그라운드로 번졌다. 신 감독 경질 이후 벌어진 경기에서 베테랑 미드필더 이청용은 페널티킥 키커로 직접 나서 골을 성공시켰고 세리머니 과정에서 골프 스윙과 유사한 자세를 취했다. 이는 곧 신 감독에 대한 '저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순식간에 축구계는 불타올랐다. 신 감독의 리더십이 지적을 받는가 하면 '이청용의 행동이 선수로서 감독에게 과했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앞서 신 감독은 울산 감독직을 수행할 당시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단을 물갈이 해야한다"는 격한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논란 속에서도 리그 일정은 이어졌다. 신 감독 경질 이후 울산은 2승을 더하는 데 그쳤고 리그 최종전에서야 가까스로 강등권을 벗어날 수 있었다.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짓고 안도의 한숨을 쉴 새 없이 다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말을 아껴 온 선수들이 리그 일정 종료와 함께 입을 연 것이다. 수비수 정승현은 시즌 최종전인 11월 30일 경기가 끝난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나서 신 감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팀의 부진을 놓고 책임 공방이 오가던 신 감독과 울산 구단의 불편한 관계는 '폭행 논란'으로 번졌다. 정승현은 "(가해자 측에서)'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해도 받는 사람이 폭행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것"이라며 "잘못된 것은 확실하게 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의 폭로 이후 이튿날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마저 뜨거워졌다. 폭로의 당사자 신 감독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K리그2 성남 FC에서 뛰는 신 감독의 아들 신재원이 수상자로 결정됐고 이를 축하해주려 그가 현장에 참석했다. 그는 "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렇게 느꼈다면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시상식의 주인공인 선수들에게 쏠려야 할 스포트라이트는 폭행 논란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울산 선수단과 신 감독의 폭행 시비는 급작스럽게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당초 울산 구단이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를 담은 입장문을 낼 것으로 보였으나 '실망스러운 성적에 죄송하다. 더 성숙해지겠다'는 사과문으로 내홍을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 FC는 이번 겨울이 가장 달갑지 않을 구단이다. 2025시즌 K리그1 38경기에서 7승 13무 18패의 성적으로 최하위에 떨어져 K리그2 강등이 확정됐다. 앞서 한 차례 강등이 됐다 다시 K리그1 무대에 올랐으나 9시즌 만에 1부리그 생활을 청산했다. 최하위 순위, 리그 강등과 같은 절망적인 현실을 맞이하는 구단에게 혼란은 필연적이다.
많은 강등권 구단이 그렇듯 대구 역시 시즌 내내 풍파가 지속됐다. 2연승으로 개막 직후 신바람을 냈으나 이후 승리하지 못하는 기간이 이어졌고 리그에서 가장 먼저 감독이 사퇴한 구단이 됐다. 감독 대행 체제를 거쳐 김병수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도 승수를 쌓지 못했다. 시즌 중 부진한 성적에 팬들이 간담회를 요청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현장에 나선 조광래 대표이사는 건강이 악화된 모습이었다는 목격담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샀다.
더위가 한풀 꺾이던 시점, 대구의 반등이 시작됐다. 시즌 막판 12경기에서는 단 1패(4승 7무)만을 기록하며 다이렉트 강등이 되는 12위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한때 두 자릿수 승점차로 벌어진 11위 제주를 끈질기게 추격했으나 결국 이들에겐 승점 5점이 모자랐다.
10년 만의 2부리그 강등,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 조광래 대표이사의 사퇴가 공식화됐다. 조 대표이사는 구단을 통해 강등에 대한 사과의 말과 함께 응원을 당부했다.
구단 역사 중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하는 순간이었다. 2002년 창단해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구는 ‘조광래 시대’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2014년부터 대구를 이끌어 온 조 대표이사는 당시 2부리그에 있던 팀을 1부리그로 끌어올렸다. 신구장 건설 작업에도 착수, 현재의 대구iM뱅크파크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조 대표이사 부임 당시 1000여 명 내외를 오가던 대구의 평균 관중은 약 10배로 성장했다. 그 사이 코리아컵에서 구단 역사상 최초 우승도 달성했다. 다만 최근 2~3년 사이 팀의 전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강등이라는 결과에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조 대표이사의 사퇴에도 성난 민심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 서포터즈 '그라지예'는 "디렉터, 부장급 인사의 책임 있는 행동을 결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시위 등 이어질 단체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2016시즌부터 10년간 대구의 상징적 선수로 활약해 온 세징야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조광래 없는 대구 FC는 존재할 수 없다"며 조 대표이사의 복귀를 촉구했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모두가 나를 판매하려 했을 때, 내가 떠나고 싶어 했을 때조차 붙잡은 사람이 조 대표이사다. 돌아와서 우리의 리더로 남아 달라"고 덧붙였다. 일부 선수들도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팬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당분간은 대구의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