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총액 1500만 달러에 3년 뒤 선수 옵션 선택권 확보…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도전

송성문의 MLB행은 야구인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2024시즌 전까지만 해도 그가 빅리그 계약을 하리라고는 단 한 명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초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유튜브를 통해 “송성문이 2025시즌 뒤 빅리그에 도전한다”라는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기자들의 시선은 한창 시즌을 치르고 있는 송성문의 입으로 향했다. 송성문은 당시 “에이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자신의 실력과 나이를 거론하며 “난 한국에서 열심히 하겠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본 선배 김하성이 송성문에게 연락을 취해 “무슨 소리냐.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도전해 보라”고 응원을 보냈다. 후배 이정후도 송성문의 MLB 도전에 반가운 목소리를 전하며 힘을 보탰다.
MLB를 향한 송성문의 마음의 문이 두 선후배의 응원 덕분에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2025시즌 최선을 다해 달린 끝에 11월 21일 오후 10시(한국시간)에 포스팅을 신청하게 된다. 마감 시간은 12월 22일 오전 7시였는데 송성문은 12월 19일 급하게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것은 송성문이 MLB 한 팀과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의미였다. 이후 MLB닷컴, 디애슬레틱 등 미국 현지 언론이 19일과 20일 “송성문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입단 합의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에이전트 측에 의하면 송성문을 영입하고 싶다고 나선 MLB 팀들 중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팀은 총 3개 팀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주전 자리를 보장한 팀도 있었지만 송성문의 선택은 포스트시즌에 나갈 확률이 높은 샌디에이고였다. 그리고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활약했던 팀이라 송성문이 MLB 중계로 접한 익숙한 구단이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송성문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한국에서 샌디에이고 구단 사장 겸 단장인 A.J. 프렐러와 크레이그 스태먼 신임 감독, 스티븐 수자 주니어 타격코치까지 참여한 화상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A.J. 프렐러 사장 겸 단장이 송성문에게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성적이 급성장했던 배경과 타격이 좋아진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내용이었는데 송성문은 그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대답했다는 후문이다.
1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송성문은 샌디에이고 도착 후 곧장 메디컬 테스트를 치른 게 아니라 A.J. 프렐러 단장과 함께 한식당에서의 식사로 미국 일정을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7시부터 오후까지 오랜 시간 메디컬 테스트를 치렀고, 23일 새벽 3시(한국시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송성문 측에서 이번 계약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옵션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계약금 100만 달러에 2026년 250만 달러, 2027년 300만 달러, 2028년 350만 달러를 받고 3년 계약을 마무리한 다음에는 ‘선수 옵션’으로 2029시즌 계약을 결정한다. 샌디에이고와 2029시즌을 함께 하게 된다면 400만 달러를 받게 되고, 2030년에는 상호 옵션으로 700만 달러를 받되, 무산될 경우 바이아웃 100만 달러가 포함됐다. 송성문이 신인상 수상 시 2027시즌 연봉이 100만 달러 인상되고, MVP 5위 이내에 든다면 다음 시즌부터 연봉 100만 달러 인상이 추가된다.
송성문 에이전트는 “다른 계약 내용보다 3년 계약 마치고 선수 옵션으로 4년째 계약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항목을 넣었다는 게 특이점”이라면서 “그런 조항은 MLB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 중 유일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다음 날인 22일 샌디에이고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구단과 정식 계약서에 사인하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선물받은 송성문은 유니폼을 입고 라커룸과 펫코파크 구장을 둘러봤다고 한다. 송성문으로선 TV로만 봤던 펫코파크에 자신이 팀 유니폼을 입고 서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송성문은 샌디에이고에서 어떤 자리를 부여받을까. 확실한 건 아직 주전 자리는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샌디에이고 내야는 빈틈이 없는 상태이고, 구단에서는 계약 전에 송성문에게 ‘두 번째 내야수’, 즉 백업 선수로 출발하게 될 것임을 알렸다는 후문이다. 송성문 측에서는 처음 2루수로 뛰다 3루나 1루, 외야수로 활약하는 등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역할을 구단이 기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성문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2루수로 635타석, 3루수로 2206타석을 소화했고, 프로에서는 외야수로 나선 적이 한 번도 없다.
송성문은 올해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 등 국내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KBO리그 최고의 3루수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고, 절묘한 타이밍에 MLB에 진출한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송성문이 마냥 백업 선수로만 머물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3루수 매니 마차도, 유격수 잰더 보가츠,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쟁쟁한 내야수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이 시즌 162경기를 꾸준히 출전하기란 불가능하다. 스프링 트레이닝캠프를 통해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내야와 외야 전반을 커버할 수 있는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송성문이 맞이할 MLB에서의 2026시즌은 ‘정답’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그 정답을 어떻게 찾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