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은·홍미란 작가 저력에 김선호·고윤정 매력적 활약 더해져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올해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첫 번째 한국 드라마로 지난 1월 16일에 글로벌 공개됐다. 넷플릭스 시리즈로는 호흡이 긴 12부작인 데다, 매회 러닝타임 1시간씩 꽉 채웠지만 공개 이틀 만인 18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톱10’ 차트에서 단숨에 1위에 올랐다. 21일에는 넷플릭스가 자체 집계하는 ‘글로벌 톱10’에서도 비영어 쇼 부문 2위에 올랐다. 국내는 물론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를 비롯해 브라질과 멕시코 등 남미, 포르투갈 등 유럽까지 총 36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뜨거운 반응이 초반 성적에서 확인되고 있다.
#‘언어’보다 중요한 ‘소통’…글로벌 팬들 주목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하루아침에 글로벌 톱스타가 된 배우 차무희(고윤정 분)와 영어와 일어, 이탈리아어까지 능통한 다중 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의 사랑 이야기다. 화려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스타 차무희는 일본의 인기 배우 히로(후쿠시 소타 분)와 캐나다, 이탈리아에서 연애 프로그램을 촬영한다. 이들 나라의 언어가 모두 가능한 주호진이 프로그램의 통역사로 참여하면서 각국을 넘나드는 러브스토리가 시작된다.
당황하면 아무 말이나 내뱉는 차무희와 모든 걸 정리하고서야 말을 꺼내는 단정한 남자 주호진 사이에는 자꾸만 오해가 생기지만, ‘말’을 넘어 ‘진심’으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사랑을 쌓아간다. “사랑은 곧 소통”이라는 메시지가 이번 드라마의 핵심이다.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는 소통의 러브스토리는 ‘K-로코’의 성공사를 써온 홍정은·홍미란 작가 덕분에 가능했다. 실제 자매인 이들 작가는 그동안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환혼’ ‘호텔 델루나’ 등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의 성공을 이끌었다. 단순히 설레기만 하는 러브스토리에 머물지 않고, 호러와 판타지를 적극 차용해 색다른 세계도 구축했다. 아이유가 주연한 2019년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죽은 자들이 머무는 호텔이 배경이고, 소지섭과 공효진이 주연한 2013년작 ‘주군의 태양’은 호러를 접목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작가들의 독창적인 세계는 ‘이 사랑 통역 되나요?’로 이어진다. 어릴 때 사고로 부모를 잃은 차무희는 영화를 찍다가 추락 사고를 당하고 6개월 만에 깨어난 뒤부터 자꾸만 환영을 본다. 자신을 스타로 만든 좀비 영화의 주인공인 도라미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 그를 옭죈다. 도라미가 나타나는 순간 드라마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고, 이를 표현하는 고윤정도 사실상 1인 2역을 소화하면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도라미는 차무희의 내면에 움튼 또 다른 자아이자,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존재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해외 매체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홍자매 작가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 환상적 소재를 인간의 감정에 녹여내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호평했고, 타임은 “사랑 이야기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외 풍경은 로맨스에 깊이를 더했다”고 평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초반부터 성과를 내는 데는 두 주인공인 김선호와 고윤정의 매력적인 활약이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김선호는 2021년 ‘갯마을 차차차’로 스타덤에 오른 직후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탓에 한동안 영화 ‘귀공자’ 등 장르물에 집중했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로맨스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이미 아시아를 중심으로 단단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지만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계기로 K-드라마를 대표하는 배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정은·홍미란 작가 역시 “김선호의 연기를 상상하면서 즐겁게 집필했다”며 “극 중 주호진이 가진 특유의 단정함부터 사랑 때문에 흔들리는 동적인 순간들, 차무희가 던진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상황을 통제해 내는 냉철함 등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선호는 “작가님들의 다이내믹하고 아름다운 글을 만나 재밌게 연기하고 표현하려 했는데 순수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서 동화 같은 드라마”라고 말했다.
연기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영어와 일본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한 통역사라는 설정은 김선호에게 도전이었다. “4개월 정도 대본에 적힌 단어를 숙지하고 반복해 연습한 뒤에 감정을 넣어 표현하는 훈련을 했다”고 돌이켰다. 실제로 김선호는 언어뿐 아니라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차무희의 감정에 따른 변화무쌍한 관계를 안정감 있게 표현하면서 연기력을 과시한다. 고윤정과의 앙상블도 돋보인다.
김선호는 “고윤정 씨가 연기를 잘하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흡수하는 센스가 있어서 모든 장면을 잘 이끌어줬다”며 “극 중 차무희는 동적이고 주호진은 정적이기 때문에 액션 없이 리액션이 나올 수 없는데 고윤정이 훌륭하게 이끌어서 리액션이 가능했다”고 했다. 고윤정 역시 “(김)선호 선배님처럼 경력이 쌓였을 때 그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옆에서 지켜보고 따라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믿음을 보였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