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액 소송 국세청 패소율 40% 돌파…이번 사태가 연예계 가족법인·용역 관행 기준 바꿀 분수령

조사4국은 차은우가 현 소속사인 판타지오 외 1인 기획사를 세워 거액을 탈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차은우의 어머니가 설립한 A 법인과 판타지오가 차은우의 연예활동 지원을 명목으로 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차은우가 번 소득을 판타지오, A 법인, 차은우, 세 주체가 갖는 식으로 분배했다는 것이다
핵심은 A 법인의 실체다. 국세청은 A 법인이 실질적인 용역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라고 판단했다. 개인에게 귀속돼야 할 고소득을 법인으로 분산시켜 최고 45%에 달하는 소득세율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으려 한 ‘조세 회피’ 행위로 봤다. 이에 조사4국은 차은우에게 국내 연예인 사상 최고액인 200억 원(소득세 등)을, 판타지오에는 82억 원(법인세 등)의 추징금을 각각 통보했다.
차은우 측은 즉각 ‘방패’를 들었다. 차은우는 법무법인 세종을, 판타지오는 법무법인 율촌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법조계에서 세종과 율촌은 대표적인 ‘국세청 킬러’로 통한다. 세종은 임성빈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조사국 라인 고위직을 대거 영입해 방어력을 키웠고, 율촌은 전통적으로 조세 쟁송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승소율을 자랑한다. ‘재계 저승사자’ 조사4국과 ‘법조계 어벤져스’ 대형 로펌의 맞대결이 예고되자 과거 사례들이 재소환되고 있다.
조사4국이 그 위명을 떨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3년 ‘CJ그룹 비자금 사건’이다. 당시 조사4국은 CJ그룹의 역외 탈세 혐의를 포착, 전격적으로 세무조사를 단행해 검찰 수사의 물꼬를 텄다. CJ그룹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광장을 연합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방어에 나섰지만, 조사4국이 확보한 금융 자료가 워낙 정교해 무력화됐다. 국세청 조사는 검찰 특수부 수사로 이어졌고 이재현 회장이 구속 기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2016년 롯데그룹 수사 때 국세청은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에 인원을 투입해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당시 국세청은 롯데캐미칼에 조사4국을, 다른 계열사에는 다른 부서 인원을 투입했다. 당시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검찰이 진행하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와 연관돼 주목을 받았다. 이에 롯데그룹은 김앤장을 통해 검찰 수사를 대응하고, 율촌을 통해 개별 세법 조항(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을 파고들어 추징 액수를 줄이려 했다. 수천억 원대로 예상되던 추징금을 일부 감액한 것이 성과였지만, 신동빈 회장은 결국 법정에 서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조사4국이 뜨면 대형 로펌을 선임하더라도 ‘세금 깎기(감액)’는 사실상 포기하고, ‘오너 구속 막기’를 유일한 목표로 삼아 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대형 로펌들이 조사4국의 공격 패턴을 학습하면서 역으로 승소까지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료 및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국세청의 전체 행정소송 패소율은 10~11%대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형 로펌이 개입하는 ‘고액 사건’만 떼어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액 사건 패소율은 35%에서 점차 증가해 최근 40%를 넘어섰다.
구체적으로 2021년 국세청의 고액 사건 패소율은 35.1%였으나 2023년에는 39.2%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40%를 넘었다. 특히 김앤장·율촌·태평양·세종·광장·화우, 6대 로펌이 대리한 사건의 경우 국세청이 열 번 싸우면 네다섯 번은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로펌 조세팀 변호사는 “조사4국은 특성상 ‘탈세 혐의’를 확신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실적 압박 탓에 무리하게 법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로펌 입장에서는 국세청이 절차를 어기거나 증거가 부족한 부분을 파고들면 의외로 쉽게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에 율촌은 “해당 수익은 사익 추구가 아니라 종교 활동이라는 고유 목적을 위해 적립된 돈”이라며 국세청이 ‘영리 활동’으로 본 부분을 ‘비영리 종교 활동의 연장선’으로 재정의해 조세심판원과 법원을 설득했다. 결국 핵심 쟁점에서 승소하며 세금 폭탄을 무력화시켰다. 율촌은 은행권 교육세 반환 소송에서도 대법원 파기환송을 이끌어내 국세청이 1000억 원을 토해내게 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 돈은 수익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실질 과세 원칙을 역이용한다. 대우조선해양 법인세 경정청구 사건 당시 세종은 “분식회계로 이익이 없었는데 세금을 냈으니 돌려 달라”는 기상천외한 논리를 폈다. “회사가 사기를 쳐 이익을 부풀렸으니 실제로는 번 돈이 없다. 따라서 냈던 세금을 돌려주는 게 ‘실질 과세 원칙’에 맞다”는 주장이었다. 국세청은 “사기 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돌려 달라니 말이 되느냐”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세종의 손을 들어줬다.
효성그룹 세무조사 때도 세종은 조사 단계부터 투입돼 ‘경영 자문료’가 비자금 통로가 아닌 정당한 대가였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폭탄처럼 제출해 검찰 고발을 막아낸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차은우 사건에서도 세종은 ‘사실관계의 재구성’을, 율촌은 ‘법리의 허점’을 파고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기업 사건 전문 변호사는 “세종은 A 법인이 단순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 실질적인 매니지먼트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율촌은 판타지오가 A 법인에 지급한 돈이 정당한 계약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만약 이를 입증해낸다면 조사4국의 과세 논리는 또 힘을 잃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서 관행처럼 여겨지던 ‘가족법인’과 ‘용역구조’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기준을 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거 CJ와 롯데처럼 조사4국의 칼춤에 무릎을 꿇을지 아니면 율촌과 세종의 방패가 200억 원이라는 화살을 막아낼지, 재계와 연예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