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도전 유리, 민주당-혁신당 ‘원팀’ 강행 가능성…독선 논란 속 당권파 vs 비당권파 패권전쟁 전망

2월 3일 정청래 대표 핵심 공약인 ‘1인 1표제’가 재수 끝에 통과됐다. 민홍철 민주당 중앙위원회 의장에 따르면 재적 중앙위원 590명 중 515명이 투표에 참여, 투표율 87.29%를 기록했다. 찬성 60.58%(312명) 반대 39.42%(203명)로 1인 1표제를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이 가결됐다. 정 대표는 2025년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12월 5일 부결되면서 무산됐다.
1인 1표제가 통과되면서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 가치는 20 대 1에서 1 대 1로 바뀐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은 영남 등 전략 지역에 우선 배정된다. 전략 지역에 가중치를 두는 등 권리당원이 적은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장치도 마련된다.
1인 1표제 통과 직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 더불어민주당도 당당하게 1인 1표 시대를 엶으로써 더 넓은 민주주의, 더 평등한 민주주의,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며 “1인 1표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6·3 지방선거 당원주권공천시스템도 완성이 됐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전략 지역 투표 가중치는 전당대회 준비위에서 결정한다”며 “전략 지역의 경우 1표가 아니라 1.2표가 될 수도 있고 1.3표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 대표는 “전략 지역은 당원들 입당이 너무 없어서 대의원으로 배려했다”며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 권리당원 숫자는 대부분 1000명을 넘는다. 대의원 구하기 어려웠던 때와 달라졌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날 ‘계파 해체’를 선언했다. 정 대표는 당원들이 공천을 주도하기 때문에 출마 후보자들이 계파 눈치 보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특정 계파가 공천 등 기득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도 했다. 정 대표는 “당원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누구라도 평등하게 공천의 기회를 갖게 되는 민주당으로서는 일대 당원 주권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정 대표 입지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검찰청 폐지, 1인 1표제 등 강경 지지층에 소구력이 있는 이슈들을 연달아 처리했기 때문이다. 지지층 사이에선 “정청래는 합니다”라는 구호가 들린다. 또한 조국혁신당 합당 발표 과정에서 불거졌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에 대한 반발을 어느 정도 잠재울 것이란 관측도 뒤를 잇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대표는 이번 과정에서 ‘수용과 숙의가 가장 강력한 리더십’임을 행동으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연임 도전 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정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66.48%라는 권리당원의 높은 지지를 받아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1인 1표제 통과로 권리당원 영향력은 커졌고, 대의원 등 조직 영향력은 작아졌다. 2016년 10월 13일부터 딴지일보 게시판 등에 글을 쓰며 당심 잡기에 주력해 온 정 대표에게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1인 1표제 통과로 자신감을 얻은 정 대표가 민주당-혁신당 합당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당권파(서삼석 박지원 이성윤 문정복) 우위 구도로 재편되자 부결됐던 1인 1표제를 재추진했다(관련기사 과거 ‘친이-친박’ 갈등 아른…정청래 민주당 대표 ‘세 확장 전략’ 통할까). 다만 정 대표는 당내 반발이 커지자 이언주 최고위원 등 반대파를 만나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친명계 반발 확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당내 비토 기류는 정 대표가 풀어야 할 난제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는 정 대표가 연임을 위한 행보를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1인 1표제 재추진 역시 8월 전당대회를 노린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선수가 규칙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1인 1표제 통과 후 밝힌 계파 해체 선언에 대해서도 불편하다는 반응이 감지됐다.
친명계는 당원 투표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2025년 11월 진행된 당원 여론조사에서 1인 1표제에 86.81%가 찬성했지만, 투표율은 16.81%에 그쳤다. 투표 자격을 10월 한 달 당비 납부 당원까지 확대했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라고 했다.
1인 1표제 2차 추진 때인 1월 24일 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85.3%, 투표 참여율은 31.64%를 기록했다. ‘친명계’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1월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 더인터뷰’에서 “투표율이 31.64%밖에 되지 않은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원 및 당비 규정 38조에 전 당원 투표를 했을 경우에 의사 정족수가 3분의 1이 투표하도록 돼 있다. 3분의 1이면 33%다. 거기에 미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소수 강성 당원 의견에 따라 당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16~31% 당원들 의견을 근거로 당의 중대사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친명 의원들은 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민주당-혁신당 합당 발표 이후 반발이 곳곳에서 나오자 정 대표는 ‘당원 여론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소속 윤왕희 선임연구원은 당 지도자가 ‘당원의 뜻’이라며 자신의 결정에 따른 책임을 당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선임연구원은 “책임을 질 사람도 없고, 책임 있게 행동할 필요성도 없어진다”면서 “(당원들은 사안을) 정확히 알 기회도 없는 상태에서 뽑는 행위만 하게 된다. 사실상 정당이 없는 상태의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소위 히틀러도 투표를 통해 선출된 사람 아닌가. 직접 민주주의와 다수의 결정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당 대표 제안, 최고위 숙의, 당무위, 중앙위 이런 절차가 있다. 당원 투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며 “모든 문제를 ‘당원 투표에 맡기겠다’ 이렇게 하면 쉽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 당원끼리 논쟁하고 서로 분열이 커진다. 어떤 때는 당 대표나 최고위원들이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지도부의 역할은 그런 것”이라고 했다.

앞서의 중진 의원은 “소신이었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8 대 2 정도 나올 것으로 봤더니 6 대 4로 나왔다”고 했다. 이 의원은 “여러 가지 (비판이) 혼재돼있는 것 같다. 1인 1표제 자체가 (당내) 민주주의에 다가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전략 취약 지역에 보완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왜 이 시점에 급하지도 않은 부결된 안건을 지선을 앞두고 하느냐는 문제 제기일 수도 있다. 당내 문제 제기가 많은데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냐에 대한 문제 제기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2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 논의를 중단해달라’는 비당권파 최고위원·친명계 의원들의 요청에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정 대표는 “여러분 제안대로 (토론) 일정을 잡아 진행하겠다”면서도 “합당 전 과정은 당원들 뜻에 달려있다. 당원들께서 올바른 판단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1인 1표제의 중앙위 반대표에 대해 “지난번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안 와서 (1인 1표제가) 무산된 것 아닌가. 그 사람들이 (이번에) 와서 반대를 찍은 것이다. 반대파가 조직돼 있다는 것이 드러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여론조사를 하면 (합당) 찬성이 높게 나올 것이다. 합당을 밀어붙이면 절차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렇게 반대파가 조직이 된 상황이다. 그렇게 밀어붙인 후에 감당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