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부 요원의 화면 ‘꽉 채운’ 위압감…“시즌 2에서는 더 플러스될 것”

“기태가 악역인가요(웃음)? 개인적으론 기태가 악역이란 생각으로 연기하지 않았고, 단순한 악역이라기보다는 매력 있는 인물이라고 받아들였어요. 당연히 잘못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이해되는 부분이 있고, 공감이 가면서도 뭔가 불편하고…. 이런 것들이 백기태를 ‘나쁜 놈이지만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아요.”
‘메이드 인 코리아’는 혼란과 도약이 공존했던 197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 낮에는 중앙정보부 요원, 밤에는 위험한 비즈니스맨으로 이중생활을 영위한 백기태와 그를 막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검사 장건영(정우성 분)이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빈이 연기한 백기태는 권력기관의 힘과 사적 욕망이 뒤엉킨 인물로, 시즌1 내내 ‘악인인가, 아니면 과정이 옳지 않았을 뿐인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만든 캐릭터인 만큼 현빈 역시 ‘연기하는 재미’를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기존 작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결이 다른 인물이었고, 그만큼 표현 방식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백기태가 가진 ‘위압감’은 캐릭터 설명의 일부이기도 하다. 극 중 백기태는 중앙정보부 조직의 힘을 등에 업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판을 설계한다. 현빈은 그 위압감이 대사와 눈빛에 더불어 화면을 채우는 체형과 슈트핏, 움직임의 무게까지 함께 가져가야만 완성된다고 판단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체중 증량은 외형 변화로만 그친 게 아닌 캐릭터 논리의 연장선으로 자리매김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시대적 상황이나 기태가 속해 있는 기관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 그 위압감 같은 게 백기태란 인물로부터 뿜어져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벌크업을 계획했어요. 1화의 요도호 사건 관련 에피소드에서는 제임스 본드 같은 느낌으로, 위압감이 있지만 위트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감독님이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증량하면서도 기태의 유니폼 같은 슈트가 완전히 몸에 착 달라붙길 바랐죠. 화면 속 꽉 찬 제 모습을 보니 스스로 만족스럽더라고요(웃음).”
외형을 완성하고 난 뒤 현빈이 백기태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깊이 생각했던 지점은 그를 향한 ‘질문’이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극과 극의 뚜렷한 대비를 반복해서 보여주지만 작품은 꽉 닫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에게 판단을 넘기는 구조를 택한다. 그래서 백기태는 나름의 정의를 가진 보통의 인간으로도,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한 악당으로도 완벽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현빈은 그 애매함을 유지하는 것이 곧 캐릭터의 설명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깊이 있는 서사와 세련된 연출, 여기에 더해진 현빈의 호연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몰입감을 선사했지만, 상대역인 장건영 역의 정우성은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감정 표현과 톤이 작품 전체의 결과와 어긋나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즌 1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린 지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현빈은 함께한 선배를 향한 평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말씀드리긴 쉽지 않아요. 그 아쉬움은 저보다 선배님이 훨씬 더 많이 느끼실 거고요. 어느 배우들이나 아마 다 그럴 거예요. 배역을 소화하고 보여드리기 위해 부단히도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노력을 하니까요. 그런 반응에 대해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더 직시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시즌 1에서 끝이 아니라 시즌 2까지 있기 때문에 굉장히 더 많은 고민을 하시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계실 거라는 추측을 감히 해봅니다.”
올 하반기 시즌2 공개를 앞둔 현빈은 연기의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 삶의 변화가 연기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결혼과 출산으로 남편과 아버지가 되면서 새롭게 맞이한 시간은 그의 연기 세계를 바꿔놓았다기보다 오히려 그가 오래도록 쌓아온 태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쪽에 가깝다. 배우로서의 목표나 작업을 대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았지만 책임과 시선의 방향은 조금 더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저는 결혼 안 했어도 (연기를)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웃음). 결혼해서 바뀐 것은 없어요. 연기자로선 당연히 발전되고 싶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이건 모든 연기자들의 공통점일 거예요. 물론 아이가 생기고 나서 ‘아빠가 이렇게 좋은 배우야, 훌륭한 배우야’라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 사실이에요. 그런 지점이 결혼 후 달라진 점이라면 맞는 것 같기도 해요. 결혼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고, 나이도 먹고,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어지고, 그런 게 종합된 거죠(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