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국민의힘 집중 견제에 ‘전략적 모호성’ 유지하며 출마 지역구 탐색 중

조국 대표는 2024년 12월 12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조 대표는 곧바로 의원직을 잃고 수감됐다. 2025년 8월 15일 이재명 정부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됐다. 조 대표가 수감된 사이 혁신당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여기에 성 비위 사태가 불거지면서 도덕성마저 실추된 상태였다. 조 대표로서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원내로 복귀해 줄어든 영향력을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동훈 전 대표 입장도 비슷하다.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비대위원장-당 대표를 역임했지만, 아직 선출직이 된 적은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12·3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에 협조하면서 당 주류인 ‘친윤계(친윤석열계)’ 견제를 받아왔다. 1월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으로 당적마저 잃은 상태다.
한 전 대표로서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경쟁력 입증, 원외 정치인 한계 돌파 등을 이뤄내야 한다. ‘친한계(친한동훈계)’에서도 ‘계속 원외에 있을 수 없다’ ‘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나’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집중 견제 대상이라는 점이다. 합당 논란 이후 민주당과 혁신당의 갈등의 골은 깊어진 상태다. 양당은 연일 날 선 발언을 주고받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중도 표심 이탈, 보수 결집 유발, 입시 비리 등 공정 이슈 재발 등을 이유로 조국 대표가 이끄는 혁신당과의 연대에 반대하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혁신당과 연대·통합 논의 추진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출마자 배분 등 선거연대 추진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현재 지방선거, 보궐선거 포함해서 각자 관점에서 치른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조국 대표도 ‘이준석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이준석의 길’이라는 게 3자 구도에서 이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파는 여전히 한 전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당권파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친한계 인사들까지 징계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다.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2월 27일 소셜미디어(SNS)에 대구 서문시장 일정에 동행한 친한계 인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제명된 당 외부 인사를 지원하는 해당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조국 대표, 한동훈 전 대표는 출마 지역을 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모습이다. 혁신당의 경우 지도부조차 출마 관련 상황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당은 조 대표가 선거에서 지면 후일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조 대표가 당의 유일한 자산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조 대표는 혁신당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다음 출마 지역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도 출마 지역을 미리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전 대표는 2월 말 대구 순회 때 “제가 지금 어디에 나간다고 하면 그것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 당권파에서) 다들 덤벼들 것 아니냐. 출마 지역을 미리 말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출마 지역구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당초 조 대표는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출마설이 거론됐다. 이곳은 신영대 전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다. 신 전 의원은 선거캠프 실무자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러자 군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주현 혁신당 군산 지역위원장은 조 대표를 군산 재선거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이곳은 조 대표가 민주당 후보와 일대일 대결을 펼칠 만한 지역구로 꼽힌다. 22대 총선 비례대표에서 혁신당이 득표율 45.3%로 37.92%를 얻은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을 누르고 제1당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민주당 후보자들의 체급이 조 대표에 비해 낮다고 평가되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GM(제너럴 모터스) 군산공장 철수 이후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거물급 정치인의 등판을 원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러나 조 대표의 군산 출마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쇄빙선이 아닌 이삭줍기선’ 발언을 입증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송 전 대표는 3월 6일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지난번 대구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해 ‘쇄빙선을 해라, 이삭줍기선을 하지 말고’ ‘왜 호남에서 돌아다니냐’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지금은 부·울·경, 대구·경북을 이겨서 극우적 세력을 해체하고 합리적 보수 세력을 만드는 게 국가를 위해 중요하다”고 했다.
안방인 호남을 조 대표가 정치적 발판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구심도 떠올랐다. 이 지역에 출마한 전수미 민주당 대변인은 “군산은 잠시 거쳐 가는 정치적 정거장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질 사람이 필요한 곳”이라고 각을 세웠다.
경기도에서는 평택을과 안산갑이 거론된다. 평택을은 이병진 전 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되면서 공석이 됐다. 이 지역구는 격전지로 꼽힌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불과 1.6%포인트(p) 표차로 국민의힘을 꺾었다. 19~21대 총선까지는 보수 진영 후보가 석권한 곳이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판설이 나오고 있다.

한 전 대표는 ‘함께 보수 재건’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보수 텃밭 지역을 순회하고 있다. 순회 지역마다 출마설이 돌고 있다. 대구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가장 많다. ‘대구 지역구 현역 의원 대구시장 출마→해당 지역구 재보궐 선거 출마→원내 입성’ 시나리오다. 현재 주호영 추경호 최은석 윤재옥 유영하 등 현역 의원들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문제는 ‘배신자 프레임’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구 지역에서는) 배신자라고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대구를 선택한다면 국민의힘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구는 국민의힘 7, 민주당 3 구도다. (국민의힘) 70% 중의 35%를 가져가면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지역구 부산 북구갑에서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구갑은 민주당의 유일한 부산 지역구다. 민주당이 포기할 수 없는 요충지다. 국민의힘에선 박민식 전 의원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친윤계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이름도 오르내린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두 사람은 무조건 원내에 들어가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김 평론가는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다. (부산 맞대결은) 가능성이 올라간 것 같다”며 “상황을 보면 조국 대표는 군산·부산 북구갑 둘 중에 하나를 저울질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서는 “부산에 호의적인 것은 맞지만, 3자·4자 구도가 됐을 때가 다르다. 상황이 유동적”이라며 “(국민의힘) 재입당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한동훈이 나오는 지역에 (민심이) 우호적으로 나온다면, 국민의힘이 공천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