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요청 없었다” 신중론, 일본 파병 여부에 영향 받을 듯…미국의 호르무즈 장악이 선결조건

3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경고성 메시지를 추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개국보다 2개국이 늘어난 7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도 있고, 관여하기를 꺼리는 국가도 있다”면서 “지원을 받든, 받지 않든 우리는 (파병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3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서 취재진과 만나 미군이 수만 명 단위로 주둔 중인 국가를 직접 지목하며 파병 결단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에 4만 5000명 병력을 두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한국에도 4만 5000명을 두고 있다”고 했다. 독일에도 비슷한 규모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한미군 숫자엔 오류가 존재했다. 실제로는 한국엔 2만 8500명 정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숫자의 정확성이 아니라 트럼프 발언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대부분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부터 이란 테러 정권에 대한 군사 작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미국이 이미) 상당한 군사적 성공을 이뤘기 때문에 더 이상 NATO 회원국들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으며, 바라지도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쏘아 붙였다.
3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라는 테러 국가의 잔재를 제거한 뒤 해협 (안보) 책임을 이용 국가에 맡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면서 “우리의 ‘반응 없는 동맹’ 일부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안보에 대한 책임론을 주요 이용국에게 돌릴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시각각 다른 뉘앙스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요청과 엄포를 오가는 ‘온탕 냉탕’ 메시지에 동맹국들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미국이 자신들이 주둔하는 국가에 대한 ‘안보 채무’를 강조하면서 몇몇 국가들을 특정해 파병 요청 사인을 강력하게 보낸 셈”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과 비공식 사이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안보 채무’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움직이는지를 트럼프가 면밀히 관찰해보겠다는 일종의 경고이자 엄포일 수 있다”면서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되는 일본의 결정이 한국의 파병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신(트럼프)만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우면서 파병 관련 답변을 회피한 셈이다.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730억 달러(109조 원) 규모 추가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대규모 대미 투자로 트럼프의 마음을 우선 달랬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동맹국 간 ‘파병 눈치게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직 장성급 군 관계자는 “다른 나라 전쟁에 군을 파견하는 행동에 대한 각국 정치적 파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즉흥적인 파병 요청을 소셜미디어나 기자회견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빠른 외교적 계산’을 하라는 강력한 압박”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국가들에 대한 ‘태도 점수’를 평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파병 그 자체에 대해 미국 측과 논의가 있었느냐에 대해 저로서는 현재로서는 답변드리기가 굉장히 곤란하다”면서 “호르무즈 해협 이슈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라든지 이런 것들에 주목하면서 한미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현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미국 측 파병 사인과 관련해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면서 “소셜미디어에 메시지를 남긴 것은 공식 요청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안 장관은 ‘공식 요청’ 기준에 대해 “문서를 접수하든지, 문서 수발 전이라도 양국 장관끼리 어떤 협의를 하든가 이런 절차를 공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일각에선 ‘호르무즈 해협 즉각 파병론’이 제기되고 있다. 3월 19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호르무즈 파병을 경제와 안보자산 확보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파병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경제와 통상 분야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정유업계 대표 정책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배와 국민이 볼모로 잡혀있을 뿐 아니라, 환율·기름값·물가 등 민생경제, 나아가 우리나라 모든 산업과 경제가 달린 긴박한 상황”이라면서 “선제적으로 우리 군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참여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3월 18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팟캐스트에 출연해 “(트럼프 파병 요구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일본과 한국이 ‘노(NO)’라고 말할 위치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파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이 일정 기여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군사평론가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파병이 이뤄질 핵심 필요충분조건으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장악이 꼽힌다”면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제공권을 장악한 가운데, 해협 주요 거점에 대한 통제권까지 확보한다면 동맹국들이 나서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은 “해협 장악에 대한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핵심 과제”라면서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미국이 가져간다는 것은 파병국 군 인력에 대한 안전 보장과 같은 의미”라고 했다. 이어 “해협이 장악되지 않은 상태에선 트럼프가 직접 거론한 나라들이 ‘눈치게임’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