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40~50%대 증가 전망 잇따라…고가 주택 보유자·다주택자 매도 압박 확대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보유세 산정의 기초 근거가 된다. 집값이 높을수록 세율이 가파르게 높아지는 종부세 누진 구조상 이번 공시가격 상승으로 고가 아파트의 세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추정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 전용 111㎡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34억 7600만 원에서 올해 47억 2600만 원으로 36.0% 올라 보유세가 1858만 원에서 2919만 원으로 57.1%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도 공시가격이 45억 6900만 원으로 33.0% 오르면서 보유세가 56.1% 늘어날 전망이다. 송파구 잠실동과 마포·용산·성동 지역에서도 보유세는 40~50%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에서는 과천 공시가격이 28.69%, 성남이 21.86% 올라 서울 못지않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과천 푸르지오써밋 전용 59㎡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 10억 5400만 원에서 올해 14억 4800만 원으로 37.4% 뛰어 올해부터 중소형도 종합부동산세 대상권에 들어섰다.
하반기 세제 개편 과정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올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내년 보유세 부담은 올해보다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 수준에서 4년째 동결돼 있지만 내년 이후 상향 가능성까지 열려 있어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 우려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현행 기준으로는 공시가격 합계가 29억 원 이하면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 구간에 해당해 종합부동산세율 1%가 적용된다. 다만 이번 공시가격 상승으로 29억 원 기준을 넘게 된 다주택자는 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까지 맞물리면서 매도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실제 시장에서는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집을 넘기려는 움직임도 일부 감지된다. 매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6월 1일 기준 소유자가 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물은 공시가격 발표 직전인 지난 16일 7만 5959건에서 23일 7만 7515건으로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이나 한강벨트라인의 초고가 주택의 경우는 단기간 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 현금흐름이 빠듯한 고령자 등은 부담이 커져서 매도 압박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 절차와 잔금 일정 등을 감안하면 보유세를 피하기 위한 급박한 매각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급등이 곧바로 대규모 매물 출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고가 주택 보유세가 1000만 원 안팎으로 늘어나면 주택 보유자들은 향후 10년 간 집값이 1억 원 이상 오를 것인지 따져본다. 매도 유인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매각에 나서려는 경우는 있겠으나 이 경우에도 단지 보유세 때문에 몇 억 원씩 낮춰서 매도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