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상위 순번 싹쓸이…개막 초반부터 3안타·투런포로 존재감

유신고 3인방의 공통점 중 하나는 모두 소속팀 감독으로부터 신뢰와 애정을 듬뿍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벌써 신인왕 유력 후보들로 꼽히는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KT 위즈는 4월 2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3-8로 승리하면서 창단 첫 개막 5연승을 거뒀고, 단독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만루 홈런 포함 혼자 6타점을 책임진 장성우의 활약도 눈에 띄었지만 개막전부터 주전 유격수를 맡고 있는 신인 이강민의 성적은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5경기 타율 0.450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한화전에서도 이강민은 6타수 4안타를 올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른 미디어데이에서 이강민을 올 시즌 ‘히트 상품’으로 꼽은 바 있다. 이 감독은 이강민을 개막전 선발 유격수로 내세웠고, 이강민은 성적으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4월 2일 기준 5경기 연속 주전으로 경기에 나섰다.
지난 3월 호주 질롱 KT 캠프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그때도 가장 기대되는 신인으로 이강민을 거론했다. 베테랑 지도자가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내디딘 신인에 대해 언급하는 건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감독은 이강민을 떠올리며 환한 미소와 함께 “그 선수는 조금 다르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비와 공격면에서 가을 마무리 훈련 때도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스프링캠프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받아들이는 게 굉장히 빠르다. 마무리 훈련 때 처음 보고 ‘아 그래, 이 선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호주 캠프에 와서 보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더라. 감독이 신인 선수에 대해 칭찬을 나열하는 건 자제해야 하는데 (자제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이 감독은 위의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감정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자칫 어린 선수에게 부담과 자만심을 심어줄 수도 있을 거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강민은 주위의 칭찬과 관심에 별다른 동요를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 마인드가 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개막전부터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는 배경이다.

오재원은 이런 팀의 현실과 잘 맞아 떨어졌다. 가을 마무리 훈련서부터 김경문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선 김 감독의 마음까지 훔쳤다. 고졸 신인답지 않은 진중함과 책임감, 성숙함이 눈에 띄었던 것. 김 감독은 호주 캠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한화의 중견수가 약하다고 말하는데 이원석, 오재원 등이 있고, 권광민도 중견수 수비 훈련 중이다. 이 가운데 신인 오재원의 잠재력이 뛰어나다. 시즌 준비를 잘하고 있다. 여러 후보 선수들을 경쟁시킨 후 이 선수가 한화의 미래를 위해 뛸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됐을 때 그 선수를 고정 라인업에 올리려고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김 감독의 마음을 훔친 오재원은 시범경기 11경기 타율 0.256(43타수 11안타) 3타점 5득점 OPS 0.545의 성적을 냈고,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후 5경기 연속 출전해 타율 0.364 22타수 8안타 2타점 2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NC 다이노스의 신재인은 신인 드래프트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당시 NC가 경기항공고 양우진(LG)을 지명할 거란 소문이 나돌았지만 NC는 1라운드에 투수가 아닌 고교 야수 최대어로 꼽힌 신재인을 지명했다. 드래프트 직후 만난 임선남 단장은 신재인에 대해 “정확한 콘택트와 강한 손목 힘을 기반으로 장타 생산 능력을 갖춘 우타 거포형 내야수”라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4월 1일 창원 롯데전에서 신재인은 프로 데뷔 두 경기째 만에 동점 투런포를 터트렸다. 팀이 2-4로 지고 있던 8회말 1사 1루에 이날 경기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 롯데 정철원의 2구째 시속 130km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전날인 3월 31일 롯데전 교체 출전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신재인은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면서 이강민, 오재원보다 먼저 첫 홈런을 신고했다. 또한 이 홈런은 김주원을 제치고 NC 구단 최연소로 프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것이다.
신재인은 이강민, 오재원이 개막전부터 선발 출전하는 것과 달리 아직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있다. 내야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하지만 3루수 김휘집, 유격수 김주원, 1루수 맷 데이비슨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 신재인의 선발 출전 기회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이호준 감독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신재인의 잠재력과 실력만 봤을 때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하고 싶어도 선배들의 컨디션과 성적이 좋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이호준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진행된 인터뷰 당시 신재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카우팅 리포트보다 더 좋은 선수다. 야구선수로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도 완벽하다. 정말 마음에 드는 선수가 나타났다. 술, 담배를 해본 적도 없고, 심지어 탄산 음료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하더라. 머릿속에 야구밖에 없는 선수다.”
신재인은 캠프 인터뷰에서 선배들과의 자리 경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야 전 포지션을 다 볼 수 있고, 3루를 비롯해 유격수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신재인은 무엇보다 유신고 선배인 김주원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데다 가까이서 김주원의 타격과 수비하는 모습을 보며 배우는 점이 정말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시 인터뷰에서 신재인은 유신고 출신의 이강민, 오재원과 만든 단톡방을 공개했다. 그 단톡방에서 야구 이야기는 물론 소소한 잡담을 주고받으며 응원과 격려를 주고받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이강민, 오재원이 많은 관심을 받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라고. 이제 시즌 초반일 뿐이다. 진정한 승자는 마지막에 웃는 선수다. 과연 유신고 3인방 중에서 신인왕이 나올 수 있을까.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홍석무 유신고 감독 "신재인, 오재원, 이강민, 1학년 때부터 출전 기회 잡던 선수들"
요즘 유신고 홍석무 감독은 프로야구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본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신고 선수 4명이 프로 지명을 받았고, 신재인(NC, 1라운드 전체 2번), 오재원(한화, 1라운드 전체 3번), 이강민(KT, 2라운드 전체 16번), 이준서(롯데, 7라운드 64번) 모두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 구단 관계자들은 유신고 홍석무 감독이 팀을 이끄는 지도력에 궁금증을 나타낸다. 한두 명도 아니고 프로에 지명된 4명의 선수가 전부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야수 3명 중 2명은 주전으로, 1명은 교체 출전하면서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홍 감독은 자세를 낮춘다.
“내가 잘한 것보다 선수들이 잘해서 프로에 올라갔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유신고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중학교 때부터 잘했던 선수들이라 1학년서부터 출전 기회를 잡았다. 우리 학교는 학년이 아니라 실력으로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터라 1학년 때부터 그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할 수 있었다. 2, 3학년 선수들 사이에서 말이 나올 수 있었지만 그들이 보기에도 워낙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라 경기 출전 관련해선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홍 감독의 설명에 의하면 오재원은 유신고 입학하기 전 다른 학교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 선택을 두고 고민하던 중 유신고로 방향을 정한 상황이고, 이강민, 신재인도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강민은 고등학교 때부터 경기를 앞두고 상대 선수들 분석을 따로 했다. 자신이 분석한 정보를 페이퍼를 만들어 뒷주머니에 꽂아놓고 경기 틈틈이 확인했다. 그만큼 디테일에 강하다. 더욱이 어머님이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인데 가정 교육을 아주 잘 받았다. 그런 점들이 단체 생활하는데 잘 묻어났다. 오재원과 신재인도 비슷하다. 평소 책도 많이 읽고 우리 학교 코치들과도 대화하는 걸 즐겨했다. 야구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나 어려운 점들, 인생에 대한 고민들을 주제로 편하게 이야기 나눴다. 그래서인지 졸업 후인 지금도 나를 비롯해 코치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다.”
홍 감독은 유신고 출신의 제자들이 시즌 초반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한 경기 잘했다고 해서 들뜨거나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모든 걸 배움과 경험의 과정으로 삶기를 바란다. 실제 이런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해주기도 했다. 신문에 자신의 기사가 나왔다고, 인터뷰를 했다고 스타가 됐다는 착각을 할 수 있지만 그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신인은 신인이다. 그런 점에서 홍 감독도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하다.
“(오)재원이는 수비적으로 조금 더 보완해야 한다. 타구 판단도 잘해야 하고,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신)재인이 같은 경우에는 주전으로 뛰는 내야 선배들이 워낙 쟁쟁하다 보니 그 팀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렵겠지만 어느 순간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장점을 보일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강민이 한테는 특별히 따로 할 말이 없다. 지금 정말 잘하고 있다.”
야구 명문 유신고는 유한준, 최정, 정수빈, 소형준, 박영현, 김주원 등을 배출했다. 홍 감독은 2010년 체육교사로 유신고와 인연을 맺은 후 야구부 코치를 거쳐 2022년부터 감독을 맡아 유신고를 이끌고 있고, 감독 부임 첫해인 2022년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