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관 부산 이전, 1억 만들기 지원 공약에 청년들 “당장 일자리·생계 해결 의문”…후보들 추가 공약 경쟁

현재 부산시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양강 구도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뉴스1 의뢰로 지난 5월 10~11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보 지지도 조사(무선전화조사, 응답률 14.7%,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5%p)에 따르면 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43%,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41%의 지지율을 보였다.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는 2%를 기록했다.
주목할 대목은 세대별 지지 후보 구도에서 후보들의 지지세가 엇갈린 점이다. 해당 조사 결과 18~29세 응답자 그룹에선 박형준 후보 35%, 전재수 후보 29%의 지지율을 보였고, 30대 그룹에서는 전재수 후보기 42%, 박형준 후보가 35%를 기록하는 등 세대별 혼전 양상을 보였다. 특히 18~29세 응답자의 30%, 30대 응답자의 21%가 ‘지지 후보 없음’ 또는 ‘모름’으로 답해, 이들 세대의 상당한 부동층 비율이 확인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후보들은 이들 세대 표심을 고르게 공략하기 위한 공약을 앞다투어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표심 경쟁이 한창이다. 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대형 기업·기관 부산 이전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승부수로 띄웠다. 국내 최대 해운기업 HMM(구 현대상선) 본사의 부산 이전을 완수하고, 지난해 12월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의 산하 공공기관까지 부산으로 이전시켜 향후 5년간 1만 6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 지역 경제 규모를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파격적인 청년 자산 지원책을 핵심 카드로 꺼냈다. 부산 청년이 10년간 저축해 3000만 원을 모으면 시 지원금과 미래기금 운용 수익을 더해 총 1억 원을 만들어주는 ‘복합소득 청년 1억 자산 형성 프로젝트’를 대표(1호) 공약으로 발표하는 등 청년들의 부산 정주 매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개선책을 약속했다.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는 평일 오전 7시 30분 이전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요금의 50%를 환급해 주는 ‘부산 얼리버드 출근 반값 패스’ 등 3040 직장인을 겨냥한 생활 밀착형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 공약에 대한 청년 유권자들의 현장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일요신문i’가 지난 11일 만난 부산 거주 청년들은 대형 기관 이전이나 자산 형성 지원 같은 공약이 당장의 취업난과 주거 불안, 지역 정착 고민을 해소하기에 한계가 커 보인다며 정책의 현실성과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산 서면 지역에서 만난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 관계자는 “전재수 후보의 대규모 업무 인프라 유치 공약이나 박형준 후보의 자산 형성 지원책 같은 거시적·중장기 공약들이 모두 시도는 좋으나, 그 효과가 당장의 일자리와 생계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피부에 닿기까지는 시간 간격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디테일(세부사항)’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이한 후보의 대중교통 할인 공약에 대해서는 “이미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K-패스’가 있고, 회사마다 출근 시간도 달라 공약의 실제 영향(수혜)을 받을 청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역 인근에서 만난 부산청년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각 후보들이 나름대로 부산과 청년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시된 청년 정책의 규모는 확대된 것에 비해 청년의 삶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행정 컨트롤타워가 마땅치 않아 정책 체감도와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순히 일자리뿐 아니라 주거와 교육 등 다른 분야와의 교차성(연계성)도 제고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정책 체계가 부족해 보이며, 정책 조정·평가 과정에 대한 청년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거의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분석했다.
부산 서면 학원가에서 만난 20대 취업준비생 김 아무개 씨는 “공약대로 자산 1억 원 형성 지원을 받으려면 10년 동안 부산에 발이 묶여야 하는 상황인데 당장 내년 출근할 수 있는 번듯한 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무슨 수로 10년을 버티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전형적인 선거철 표심 잡기용 공약 같다. 차라리 서울로 올라가 기회를 찾는 게 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부산항의 한 해운회사 직원이라고 밝힌 30대 정 아무개 씨는 대형 기업·기관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HMM이나 해수부 부산 이전은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재탕 공약 아니냐”며 “실제 이전이 추진되더라도 대규모 일자리가 생기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 당장 생계가 급한 청년들에게는 그저 희망고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대 앞에서 만난 한 재학생은 “시장 후보들의 공약은 주로 사회에 진출한(졸업한) 청년들을 위한 공약으로 보인다”며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간 친구들의 경우 졸업한 이후에도 서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부산 지역 대학에 온 타 지역 출신 학생들은 졸업 후 부산에 남겠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대학생 때부터 부산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공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이러한 바닥 민심을 확인한 후보들은 고용 안정과 경력 형성 지원, 체감 일자리 추가 확대 등 후속 공약을 내놓고 현장 소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재수 후보는 지난 13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미래보다 안정적인 경력”이라며 추가 공약을 발표했다. 채용 장벽 해소를 위해 부산시가 청년을 첫 고용 후 기업에 파견하는 ‘첫 경력 보장제’ 전면 도입과 ‘청년 재탐색 보장제’ 신설 등을 약속했다. 전 후보는 공약 발표 직후 일자리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과 정책 간담회를 열어 이들의 쓴소리를 들었다.
박형준 후보도 같은 날 1억 펀드 공약의 약점을 보완할 ‘부산형 AI 산업’ 공약을 추가 발표했다. 항만·해양 데이터 허브를 신설해 첨단 AI 청년 일자리 5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이 담겼다. 박 후보는 1호 공약(청년 1억 프로젝트) 발표에 앞서 지난달 29일 청년들과 간담회를 열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직접 설득한 데 이어, 일자리 창출 로드맵을 추가하며 청년층과의 심리적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각 후보가 청년들과의 소통에서 주요 공약 실현 가능성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가 부동층 표심 경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