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관객 34% 증가, ‘호프’·‘오디세이’까지 흥행 가세…추석 한국영화 대전 거쳐 연말까지 열기 이어갈지 주목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2026년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은 570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50만 명)보다 34.2%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영화 관객은 3737만 명으로 전년 동기(2136만 명)보다 74.9% 늘었다. 실질 개봉한 한국영화가 지난해 상반기 111편에서 올해 89편으로 줄었지만 매출액은 2038억 원에서 3702억 원으로 81.7% 뛰었다. 작품 수 증가가 아니라 흥행작의 관객 동원력이 시장 규모를 키운 셈이다.
가장 큰 역할을 한 작품은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였다. '왕과 사는 남자'는 상반기까지 1691만 관객을 동원해 '명량'(2014)의 1761만 명에 이어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매출액은 1631억 원으로 '명량'의 1357억 원을 넘어 한국영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을 주도한 '호프'의 바통은 두 편의 대형 외화가 이어받았다. 8월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8월 5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의 누적 관객 수는 539만 1724명이며, 이보다 1주일 앞서 개봉한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신작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누적 761만 9239명을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흥행 기록이 눈에 띈다. 이미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725만 명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755만 명을 넘어선 데다, 시리즈의 국내 최고 흥행작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기록 802만 명도 약 40만 명 차이로 따라붙었다. 1000만 관객까지 남은 숫자는 약 238만 명이다. 시리즈 국내 최고 흥행 기록 경신을 넘어 '스파이더맨' 시리즈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달성하는 동시에, 올해 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기를 이어갈 극장가의 다음 시험대는 추석이다. 외화가 끌어올린 관객 흐름을 한국영화가 다시 이어받고, 또 다른 성수기인 '연말 극장가'로 이 흥행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작품이 한꺼번에 몰리는 만큼 한국영화끼리의 경쟁도 치열해진다. 전체 극장 관객이 늘더라도 개봉작이 한 시기에 몰리면 관객이 분산돼 각 작품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성수기 특수를 노린 작품들이 동시에 맞붙을 경우 흥행작이 여러 편 나오기보다 일부 작품만 살아남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난해 극장가가 워낙 어려웠다 보니, 산업 관계자로서 올해 들어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는 흐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한국영화의 경우 추석을 전후해 여러 작품의 개봉 시기가 겹친다는 우려도 있지만 작품마다 성격이나 장르가 모두 다른 만큼 여름 극장가에서 활발하게 이어졌던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들 한국영화로도 옮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석 이후에도 한국영화의 개봉 행렬은 계속된다. '실낙원', '국제시장2', '정가네 목장', '폭설' 등 신작들이 연말까지 차례로 대기하고 있다. 외화는 올해 최대 기대작 가운데 하나인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듄: 파트 3'가 연말 극장가를 장식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