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초대 감찰관 내사 자료가 박근혜 탄핵 시발점…이후 두 정권 동안 여야 눈치게임 반복

청와대는 “철저한 원칙주의와 감찰 역량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소임을 수행하면서 대통령 친인척과 핵심 참모의 비리를 차단하고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적임자”라면서 “모든 권력은 제도적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국민주권 원칙 아래 공직자에 대한 예외 없는 감시를 통해 최 후보자가 공직 사회 신뢰도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국회는 15년 이상 직에 있었던 변호사 중에서 후보자 3명을 대통령에게 서면을 추천하는 절차를 거친다. 대통령은 추천서를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1명을 특별감찰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해야 한다.
7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은 최길수 후보자를 추천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바른미래당이 추천했던 인사라는 점을 부각하며 ‘중립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8월 초 강지식 변호사를 추천했고,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최용훈 변호사를 추천했다. 8월 2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특별감찰관 후보 3명에 대한 추천안을 가결했다.
8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최길수 후보자를 지명했다. 민주당은 적극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여권 추천 인사를 지명했다며 특별감찰관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별감찰관법 제8조는 ‘특별감찰관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다’면서 ‘특별감찰관이 결원된 때에는 결원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후임자를 찾는 데엔 10년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선 청와대(대통령실)와 국회가 서로 공을 넘기는 상황이 반복됐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제도 설립 취지 자체는 선진화된 권력 감시 체계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면서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특별감찰관 제도 표본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한 명이었는데, 그 예후가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도 특별감찰관 임명을 꺼려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2016년 8월 18일 우 전 수석을 둘러싼 두 가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우 전 수석 장남 의경 복무 당시 보직 특혜 의혹(직권남용 혐의), 회사 설립 이후 회사에 생활비를 떠넘겼다는 의혹(탈세 및 배임 혐의)이었다.
이 밖에 이 전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여동생 박근령 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내사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에 대한 내사 내용은 ‘최순실 게이트’ 발단이 됐다.
청와대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외부에 누설했다는 의혹을 문제 삼았다. 2016년 8월 29일 압수수색을 받게 된 처지에 놓인 이 전 특별감찰관은 정상적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사표를 제출했다. 2016년 9월 23일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특별감찰관은 공석으로 남았다.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임명을 촉구했지만 정부 여당은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이런 상태는 지속됐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특별감찰관제 운영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임명 과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민주당은 이를 줄곧 비판했다.
2024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가 후보를 추천한다면 특별감찰관을 당연히 임명할 것”이라는 취지 발언을 했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전개되며, 정국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 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며 특별감찰관 임명 이슈 바통은 이재명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작 국민들은 특별감찰관 유무에 대해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신 교수는 “특별감찰관 임명은 대통령 측근 비리를 예방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면서 “특별감찰관이 임명되면, 대통령을 비롯해 친인척 및 측근도 더 조심하게 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특별감찰관 임명 자체가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은 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9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감찰 대상’을 둘러싼 논쟁을 벌였다. 국민의힘 청문위원들은 김현지 청와대 부속실장을 비롯해 대통령 친인척 관련 비리 의혹 등이 대상인지를 집중적으로 질의했고, 민주당 청문위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시 수석비서관들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