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로 포문 노출하며 긴장감 고조…적대적 두 국가론 이어 체제 유지 방점

전직 군 관계자는 “자주포는 위치 보안이 생명인 무기”라면서 “포문을 노출시키면 한미 군당국은 그 좌표를 세세하게 파악한 뒤 도발에 대비하게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포문 노출은 새로운 도발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완전한 선긋기’ 일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월 26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렇게 보이는 지역에 자주포를 배치한 것은 여러 가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도와 목적이 없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공개한 자주포가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미 군당국의 ‘원점 타격 난이도’는 상당히 낮아진다. 이미 포가 어디 있는지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이 산 뒤에 갖다 놔도 모자를 자주포를 보이는 곳에 떡 하니 갖다 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의도는 명백하다”면서 “남쪽 접경에 무기를 깔아 놨으니, 넘어올 생각도 대화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단절 선언”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안보 공백 해소를 위해 요새화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본격화되던 시점,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접경지 공백을 요새화로 보완하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휴전선 요새화는 2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전술도로를 닦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포문까지 내비치며 그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휴전선 요새화는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단기적 조치’가 아니라 향후 국가 방향성을 틀어버리는 ‘중장기적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소식통은 “북한은 통일이나 민족해방 같은 핵심 가치를 폐기하면서까지 적대적 두 국가론에 나섰다”면서 “이미 체제 경쟁엔 승산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더 이상 이상론적인 통일을 추구하기보다 체제를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는 행보”라고 했다.
소식통은 “더이상 한국과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을 인지한 상황에서 ‘지지 않는 방법’은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아예 남쪽을 무시하고 남처럼 살자는 인식이 휴전선 요새화에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통일이라는 이상적 가치를 볼모로 취득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유통기한이 다 했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인식한지는 오래 됐다”면서 “경제적인 부분은 러시아와 중국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니, 통일이라는 노선을 폐기하고 ‘알아서 살고 서로 건드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과격하게 표현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부르게 되면, 북한과 한국은 휴전 중인 나라가 아니라 별개의 나라가 된다”면서 “휴전선이 국경선이 되면 북한 입장에선 ‘정전협정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협정’이라며 적반하장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평양 무인기 삐라 살포 사건 당시에도 과격한 언사를 했을지언정 무력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면서 “12·3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당시엔 되레 북한 지도부가 아무런 코멘트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북한 지도부가 ‘무인기 삐라’에도 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면서 “최근 일련의 행보에서도 북한은 제발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함축한 ‘체제 유지용 선긋기 쇼’에 치중하고 있다. 남북교류는 물론 남북대화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이제 우리는 진짜 남남이라는 손절 의사를 ‘요새’에 담아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