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어 탄 특종상-김명일 기자

일요신문 | 2016-12-30 16:09:57 | 537
기사 바로가기=[단독] 육군 군수사령부 흉부패드·지혈거즈 군납비리 의혹

지난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황정민은 이른바 ‘밥상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당시 황정민은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한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하다”면서 “트로피의 여자 발가락 몇 개만 떼어가도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특종상을 타게 낸 제 심정이 딱 그렇습니다. 군납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이 기사를 써내기까지 김원양 국장님과 정치부 팀장인 동진서 선배, 또 동료와 선후배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특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은 바로 이 기사의 제보자이신 신 대표님(※제보자의 신원보호를 위해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입니다. 

이번 기사는 아주 훌륭한 제보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신 대표님은 군납관련 회사의 대표이십니다. 신 대표님의 회사는 지난 해 육군군수사령부(군수사)가 공고한 응급흉부외상패드(흉부패드), 지혈거즈 납품 입찰에 참여했는데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흉부패드는 흉부에 총상 혹은 관통상을 입었을 때 야전에서 호흡보조를 위해 사용되는 제품이고, 지혈거즈는 지혈제가 포함되어 있어 상처부위를 빠르게 지혈할 수 있는 거즈입니다. 

입찰에서 탈락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기에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 대표님은 얼마 후 군수사가 흉부패드를 도입하면서 일반 반창고로 분류된 제품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혈거즈를 구입하면서도 제품 성능과는 상관없이 특정 회사에 유리한 입찰공고를 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 대표님은 곧바로 군수사 측에 항의했습니다. 그러나 군수사 측은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국방부와 조달청, 군수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겼고, 결론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신 대표님은 무려 1년 가까이 외롭게 군과 싸워왔습니다. 불량 제품이 군에 납품되면 비상시 장병들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신 대표님은 ‘자기 회사 제품을 납품하려고 다른 업체 제품을 폄훼하는 것 아니냐’는 치욕적인 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정당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을 마치 블랙컨슈머(기업 등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제품을 구매한 후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처럼 취급한 것입니다. 

신 대표님은 그 제품 하나 납품 안 해도 전혀 문제없는 분입니다. 해당 제품 납품이 취소된다고 해서 신 대표님 회사 제품이 납품된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곧 취재가 시작됐고 신 대표님은 제게 완벽한 파트너가 되어 주셨습니다. 용어 하나하나가 생소했던 저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를 해 신 대표님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고, 신 대표님은 귀찮으실 텐데도 매번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고생 끝에 드디어 기사가 나왔습니다. 군수사 측의 첫 반응은 “기사에서 사령관 이름은 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아예 기사를 빼달라는 집요한 요구가 있었고 거절하자 결국 언론중재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군수사 측은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며 저를 압박해왔습니다. 

처음에는 괜한 걸 건드렸나하는 후회도 했습니다. 기사 하나 때문에 여름휴가 기간에도 군수사 사람들을 만나 몇 시간씩 말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언론중재위를 준비하느라 다른 아이템을 취재해야 할 시간에 이미 보도된 기사의 자료를 다시 들여다봐야하니 짜증도 났습니다. 

하지만 결국 언론중재위에서 이겼고, 이 기사로 상까지 타게 되니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 특종상을 탔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밥상을 잘 차려 먹을 수 있는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김명일 기자(일요신문 취재1팀)
일요신문
스크랩 기사 [-건] 불러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