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감독 “시범경기 이전 이토록 건강한 투구 선보인 건 처음”
#결혼생활 얘기하며 ‘화기애애’
2월 15일(한국시간)은 LA 다저스 투수, 포수조의 캠프 첫 훈련이 있던 날.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클레이튼 커쇼, 리치 힐, 켄리 잰슨 등 다저스의 핵심 선수들과 함께 40개의 투구를 선보였다. 공식적으로는 첫 번째 불펜피칭이지만 류현진은 캠프 시작 전에 이미 세 차례의 불펜피칭을 소화했던 터. 주축 선수들의 불펜피칭에는 다저스의 프리드먼 사장부터 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나와 선수들의 투구 과정을 지켜봤다. 특히 프리드먼 사장은 ‘새신랑’ 류현진에게 결혼 생활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성공적으로 불펜피칭을 마친 류현진은 “2013년 처음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스프링캠프 첫날의 느낌은 똑같다”면서 “중요한 건 이 느낌을 시즌 끝날 때까지 잘 가져가는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24일에는 타자를 상대하는 캠프 첫 라이브피칭을 실시했다. 류현진을 상대로 타석에 들어선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캠프에 초청된 마이너리그 선수들. 모두 21개의 공으로 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고 2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은 “생각했던 것보다 제구가 잘됐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올 시즌 ‘밀고’ 있는 투심 패스트볼의 제구를 높이 평가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비시즌 동안 연습했던 노력들이 실전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커쇼 외엔 모두 선발 경쟁 중”
어깨와 팔꿈치 수술 후 지난 시즌 복귀했던 류현진은 2017년과 2018년의 스프링캠프 온도 차를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2017시즌에는 넘쳐나는 선발투수들로 교통정리가 필요했고, 덕분에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 여부는 큰 관심사였다. 스프링캠프 막판까지 그 이슈를 놓고 현지 기자들도 설왕설래했지만 류현진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진에 합류, 25경기(선발 24경기), 126.2이닝 5승9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77이란 성적을 올렸다.
복귀 두 번째 시즌인 올해는 일찌감치 5선발이란 자리가 보이지만 올 시즌을 마치고 FA를 맞이하는 터라 더욱 중요한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부의 이런 시선과 달리 류현진은 나중보다 지금의 상황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시즌 끝난 후 FA 신분이 되는 걸 지금부터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올 시즌 내가 마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발 경쟁은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 외엔 모두 경쟁하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기 전까진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투심 패스트볼, ‘신의 한 수’ 될 수 있을까
류현진은 지난해 정규시즌이 거의 끝나갈 무렵 새로운 구종을 시험 삼아 던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잡아보지 않았던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마침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서 제외되며 심적 여유가 생겼고, 선수단과 동행하는 상황에서 불펜피칭을 할 때마다 새로운 구종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투심 패스트볼은 검지와 중지로 실밥을 잡고 던지는 공으로 포심 패스트볼보다 구속은 떨어지지만 움직임이 심하고 낮게 떨어지는 특성으로 땅볼 유도에 효과적이다. 한국에서는 변화구로 취급되는데 메이저리그에선 속구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류현진이 이전에 투심을 던지지 않았던 이유는 직구처럼 쭉 뻗어나갔기 때문.
“그래서 투심을 던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수인 댈러스 카이클의 영상을 보다 투심을 발견했고, 영상에서 본 대로 캐치볼 할 때 시험 삼아 던졌다가 공이 휘어져 들어가는 걸 발견한 것이다. 비시즌 동안 투심을 본격적으로 연습했다. 투심은 장타를 줄이고 땅볼 유도를 높일 수 있지만 공이 제대로 휘지 않거나 밋밋하게 들어가면 오히려 장타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래서 어느 구종보다 제구가 중요하다. 시간이 갈수록 제구가 되면서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 같다.”
#다저스 감독, 코치들의 반응
캠프가 시작되고 류현진의 세 차례 불펜피칭과 라이브피칭을 모두 지켜본 로버츠 감독과 릭 허니컷 코치. 그들은 류현진의 투구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먼저 로버츠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번 캠프에서 보이는 류현진의 투구는 매우 일정하다.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등을 골고루 섞어 던지며 안정된 투구를 선보인다. 불펜피칭을 거듭할수록 공의 움직임이 살아났다. 원하는 곳에 정확히 던지고 있다. 시범경기 등판 전에 이토록 건강한 투구를 선보인 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비시즌 동안 가정을 꾸려서 그런지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돌아온 것 같다. 캠프 합류할 때부터 밝은 모습을 보이더니 그게 불펜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정말 기대되는 선수이다.”
류현진의 투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허니컷 코치도 류현진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투구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은 우리 팀한테도, 또 류현진한테도 매우 중요한 해이다. 비시즌 동안 류현진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그걸 잊지 않기를 바랐다. 캠프를 시작하고 보니 류현진은 그 사실을 절대 잊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훈련을 많이 했다는 게 불펜 피칭에서 나타난다. 어느 해보다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류현진한테 이런 느낌을 갖는 게 무척 오랜만인 것 같다.”
선수단 전체에 퍼진 바이러스로 이틀 동안 출근을 미뤘던 류현진.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훈련에 합류하자마자 몸을 만드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애리조나에서 혼자 지냈더라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을 터. 그러나 집에는 그를 살뜰히 내조하고 챙기는 아내가 있어 한결 빠른 회복세를 나타낸 그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류현진 아내 덕에 기분 업! 여신 강림에 주변선 “류는 럭키가이” 탄성 류현진의 라이브피칭이 있었던 2월 24일. 그의 아내 배지현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가 처음으로 다저스 스프링캠프지인 캐멀백 랜치 글렌데일에 나타났다. 남편의 직장을 찾은 배지현 아나운서의 발걸음은 상당히 경쾌했다. 류현진 에이전트인 보라스코퍼레이션의 테드 여 씨와 함께 훈련장을 찾은 그는 로버츠 감독, 허니컷 코치 등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로버츠 감독은 테드 여 씨를 통해 배지현 아나운서가 류현진의 아내라는 얘기에 깜짝 놀라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배 아나운서의 미모에 반한 로버츠 감독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류현진을 향해 연신 ‘럭키가이’라고 말하며 배 아나운서와 환담을 이어갔다. 그중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로버츠 감독이 배 아나운서에게 “남편이 당신을 힘들게 하면 곧장 나한테 얘기해라. 내가 해결해주겠다”고 말한 것. 배 아나운서는 감독의 얘기를 이해하고선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고 응수했다. 허니컷 코치는 배 아나운서를 보고선 류현진에게 과분한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연신 ‘럭키가이’를 되풀이했다. 어느새 가장이 된 류현진은 아내의 존재가 더할 나위 없이 고맙기만 하다. 자신과 결혼 후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생활하게 된 부분은 미안한 마음도 들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훈련이 끝나고 훈련장에서의 하루 일과를 마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향한다. 자신을 위해 점심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을 아내를 만나기 위함이다. 배지현 아나운서의 음식 솜씨가 기대 이상이라는 후문. 류현진이 먹어본 여러 음식들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건 꼬리곰탕. “정말 맛있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이 달리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집안이 편하니 류현진의 야구도 건강과 안정감을 되찾고 있는 중이다. “결혼하고 나니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한 류현진의 소감이 야구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궁금할 따름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