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불펜 어디 없소?” 부잣집 감독들도 잠못 드는 밤
조 감독 외에도 프로야구 개막전을 치르며 밤잠을 설치는 감독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전력을 가다듬었지만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에서는 SBS 이순철 해설위원을 통해 10개 팀의 불안 요소를 짚어 보고 해당 팀 감독, 코치한테 그 대응 방안을 들었다.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9일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연합뉴스
# KIA 타이거즈 4, 5선발과 불펜이 불안 요소
지난 시즌 우승팀인 KIA 타이거즈의 선수단 분위기는 다른 팀에 비해 가장 좋은 상태이다. 그러나 양현종, 헥터 노에시, 팻 딘으로 이어지는 1~3선발 이후가 걱정이다. 임기영이 몸 상태를 끌어 올리지 못하면서 4, 5선발이 불안 요소를 나타내고 있다. 선발진 외에도 김세현 앞에서 필승조로 뛰어야 할 김윤동, 임창용도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임창용의 구속이 오르지 않고 있는 건 짚어봐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 부분 또한 개막 이후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피로 누적으로 제외된 임기영이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KIA 전력은 한층 탄탄해질 것이다.
이대진 투수 코치
“4, 5선발과 불펜에서 약간의 문제를 갖고 있는 건 맞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이라 선수를 믿고 갈 수밖에 없다. 다행이라면 임기영이 예상보다 빨리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4월 초 2군 경기 등판이 예정돼 있는데 두세 경기 더 출전하고 상태를 봐서 1군에 올릴 것이다. 중간계투진에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젊은 선수들 특유의 자신감을 믿고 밀고 나가려 한다. 임기영이 돌아온다면 4선발은 채워지지만 여전히 5선발이 문제이다. 지금으로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시험 가동하면서 컨디션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임창용은 스프링캠프 때 좋은 모습을 보이다 한국 들어와서 약간 컨디션이 떨어진 면이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곧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동은 지난 시즌의 불안 요소가 이닝당 볼넷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투구폼을 살짝 바꿨고 공격적으로 마운드 운용을 할 예정이라 지켜봐줬으면 한다. 지난 시즌 초반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힘든 부분이 있었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는 좋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팀들마다 불안 요소는 있다. 어느 팀이 실수를 줄이느냐에 따라 성적이 갈릴 것이다.”
# 두산 베어스 우완 셋업맨의 부재
다른 팀과 달리 개막전부터 5선발을 갖추고 출발한다. 필승조였던 이용찬이 선발로 가면서 장원준-유희관에 이어 5선발을 맡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김강률 앞에 던져 줄 우완 셋업맨의 부재이다. 좌완 셋업맨인 함덕주가 좌, 우타자를 다 상대해야 하지만 경기력에 기복을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우완 셋업맨의 빈자리는 사이드암인 박치국, 변진수로 채울 예정인데 이 카드가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궁금하다.
이강철 수석, 투수 코치
“우완 셋업맨의 부재를 어떻게 해소할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 이영하, 김현승, 김강률, 박치국, 홍상삼의 활약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차 지명자인 곽빈도 마운드에서 감을 찾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막을 앞두고 모든 코칭스태프가 전력을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개막 초반에는 선발진이 길게 경기를 끌고 가기보단 중간 계투와 불펜을 활용하는 식의 투수 운용을 해나갈 예정이다. 신인 곽빈은 자신감만 찾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 시즌 초반에는 가급적 어려운 경기보다는 풀어가기 쉬운 경기에 내보내면서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한다. 지금은 모든 게 미지수이다. 시즌 마칠 때쯤이면 이 미지수가 느낌표가 되길 바랄 뿐이다.”
# 롯데 자이언츠 자나 깨나 포수 걱정
롯데의 전력을 살펴보면 우승권에 가깝다는 평가가 괜한 말이 아닐 정도로 모든 포지션이 탄탄한 전력을 보강했다. 문제는 강민호의 대체자 찾기. 예상은 했지만 시범경기를 통해 나타난 포수 구멍은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롯데는 좌완 셋업맨의 부재가 눈에 띈다.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고효준이 옆구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이명우 혼자 좌완 셋업맨의 역할을 떠안았다. 고효준이 언제쯤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조원우 감독
“주위에서 자꾸 우승권 후보라고 말할 때마다 부담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감독 입장에선 모든 게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팀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포수는 있는 자원으로 꾸려가야 할 것 같다. 물론 경험도 부족하고 투수와 호흡을 맞출 만한 능력이 뒤떨어지지만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이다. 강민호가 있을 때는 민호가 큰 축을 담당하면서 진정한 ‘안방마님’의 역할을 소화했다. 지금 있는 포수들한테 강민호가 해준 역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강민호의 FA 보상선수로 삼성에서 데려온 나원탁은 기량을 확인할 만한 시간이 짧았고 2년차인 나종덕은 현재 시합하기도 바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투수 파트에서 많이 도와줘야 한다. 코치들도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자신감 있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어차피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결국은 포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좌완 셋업맨은 고효준이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다면 이명우랑 돌아가면서 활용할 수 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오로지 포수만 걱정이 된다.”
# SK 와이번스 2루수, 유격수의 수비력 떨어져
SK는 두산과 같이 5선발을 제대로 갖췄다. 메릴 켈리-김광현-앙헬 산체스에다 잠수함 투수 박종훈과 ‘영건’ 문승원 등은 막강한 위용을 자랑한다. 더욱이 장타력까지 갖춘 터라 공수에서 완벽한 전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단, 2루수와 유격수의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또한 불펜도 불안하다. 박정배를 마무리로 올리고 윤희상을 불펜으로 돌리면서 불펜진을 두텁게 만들었는데 마무리만 확실히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대권 도전에 나서볼 만하다. 또한 야구가 좀 더 세밀해져야 한다. 인천을 벗어나면 어려운 경기를 반복하는 일은 올 시즌 사라져야만 할 것이다.
손혁 투수 코치
“불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있지만 우리 팀 코치들은 불펜을 높게 평가한다. 박정배가 마무리를 맡고 백인식, 윤희상이 번갈아 가면서 필승조로 나서고 서진용도 있고, 박희수, 신재웅, 정영일도 좋아지는 상태라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불펜은 안정감을 보인다. 걱정이 있다면 김광현의 건강과 지난 시즌 문승원의 이닝 수가 많았다는 점이다. 김광현이 꾸준히 건강을 유지하고 문승원이 작년 정도의 이닝만 소화해준다면 불펜은 괜찮을 것 같다. 두 선수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인다면 불펜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걱정이다. 두 선수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인다면 불펜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다. 김광현은 수술 후 완전히 자신감을 되찾았다. 재활 파트에서 많이 노력해준 덕분이다. 속구의 힘이 엄청나고 슬라이더도 살아 있다.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김광현이 돌아오면서 선수들한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광현이 우승을 거론했는데 선수들은 그 말이 현실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만큼 김광현 효과가 크고 선수들한테 동기부여를 시켜주고 있다.”
한편 이순철 해설위원은 NC 다이노스의 불안 요소에 대해선 선발진을 꼽았다. 시범 경기를 통해 나타난 외국인 선수들의 실력이 물음표를 안겨줬다는 것. 대만 출신 왕웨이중의 제구력도 들쑥날쑥 이라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가 불안한 가운데 장현식까지 팔꿈치 통증으로 개점휴업 중이라 김경문 감독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는 것.
“넥센의 불안 요소는 조상우 앞의 셋업맨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주느냐이다. 또한 신재영이 선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신재영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슬라이더가 날카롭게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슬라이더의 폭이 크고 빨랐던 그가 지금은 폭도 좁고 느리다보니 타자들이 쉽게 공략한다. LG는 2루수와 유격수가 여전히 불안 요소이다. 오지환이 합류하긴 했지만 장타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어려운 경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땅한 1번 타자가 눈에 띄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한화는 뛰어난 공격력에 비해 선발, 불펜이 불안 요소이다. 삼성은 공수주 모두에서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냥 총체적인 난국이다. 선발진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윤성환이 선발로 나오겠나.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시즌을 출발할 것 같다. kt는 전체적인 전력이 상승됐다. 단 피어밴드와 고영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발진들이 불안 요소로 꼽힌다. 니퍼트는 어깨 통증으로 정상적인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하고는 상태이다. 마무리로 복귀한 김재윤이 시범경기에선 구속이 많이 안 나왔다. 그러나 올 시즌 kt는 탈꼴찌를 할 가능성이 높다. 마운드만 받쳐준다면 김진욱 감독이 말한 5강 목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신인왕 경쟁 4파전…강백호 벌써 스타예감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kt 위즈의 강백호. 연합뉴스 전체 1순위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힌다. 강백호는 시범경기 6경기에 모두 출전해서 타율 0.333(18타수 6안타)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뽐냈다. 특히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더 큰 주목을 받았다. kt는 강백호의 스타성을 예감하고 강백호 띄우기에 나섰다. 강백호에 이어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우완 양창섭은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범경기에 두 차례 선발 등판해 총 7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했다. 대선배 강민호는 양창섭이 몇 년 후면 손에 꼽히는 선수가 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피칭을 선보이는 위기관리 능력도 일품이었다. 두산의 곽빈은 배명고 시절 ‘고교 에이스’로 이름을 날린 특급 신인이다. 시범경기에선 2차례 선발 등판해 5이닝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지만 시속 140km 후반대의 속구를 던지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강철 코치는 곽빈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고교 무대와 차원이 다른 프로에서 곽빈이 기죽지 않고 자신감을 찾는다면 두산 마운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외에 롯데 3루수 한동희도 시범경기에서의 맹활약을 펼치며 조원우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강백호, 양창섭, 곽빈, 한동희는 2017 세계청소년(18세 이하) 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선수들이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