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붙은’ kt ‘분위기 업’ 한화…얕볼 팀 하나 없네
‘일요신문’에서는 프로야구 민훈기(SOTV), 이종열(SBS) 해설위원을 통해 올 시즌 KBO리그 전망과 변수가 되는 요인들을 살펴봤다.
# 전망
민훈기 위원: 올 시즌은 뚜렷한 ‘원톱’이 보이지 않는다.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굉장히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KIA, SK, 롯데, 두산, 넥센, NC가 5강 플레이오프 자리를 놓고 다툴 것 같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1강 또는 2강을 내세울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다. 올해는 두드러진 1강보다 하위권과 격차를 벌이는 6팀의 경쟁이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굳이 정리한다면 6강4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종열 위원: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kt 위즈의 전력이 상승되면서 엇비슷한 전력을 가진 팀들이 물고 물리는 싸움을 벌일 것 같다. 전력상으로는 두산, KIA, SK, 넥센이 눈에 띄지만 팀마다 갖고 있는 약점도 뚜렷하다.
앙헬 산체스. 사진=SK와이번스 홈페이지
# 전력
이종열 위원: KIA는 4선발 임기영이 어깨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현재로선 개막전 합류가 어려운 상황이다. 왼 허벅지 부상으로 홍건희마저 이탈해 있다. 원래 불펜에 약점이 있는 팀이었는데 특별한 보강 없이 시즌을 맞이한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가 모두 교체된 상태이다. 그런데 세스 후랭코프가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에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14일 KIA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낯선 스트라이크존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야수인 파레디스도 스트라이크존에 어려움을 먹는 건 마찬가지. KBO리그에서 뛰었던 롯데 자이언츠에서 3시즌을 뛴 조쉬 린드블럼을 제외하고 두 외국인선수는 아직까지 물음표인 상태이다.
전력이 좋아진 팀은 SK이다. SK는 지난해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지만 에이스 김광현의 부재, 중간계투의 부진이 맞물리며 5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는 메릴 켈리와 앙헬 산체스에 김광현까지 합류하고 윤희상이 불펜으로 옮겨 가면서 지키는 야구가 가능해졌다.
넥센도 전력이 강화됐다. 장정석 감독은 선발 후보로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제이크 브리검, 최원태, 신재영, 한현희, 김성민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로저스와 브리검이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지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보인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에 기대를 갖게 한다. 넥센의 가장 큰 특징은 시범경기에서 연속 홈런을 터트린 박병호를 중심으로 한 ‘넥벤져스’ 타선이다. 이정후, 서건창, 김하성, 마이클 초이스로 연결되는 타선은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한용덕호’로 새 출발하는 한화 이글스는 가장 약점으로 꼽혔던 마운드를 착실히 보강했다. 외국인 투수 2명(샘슨, 휠러)와 윤규진, 김민우, 김재영은 선발로 뛰면서 배영수, 송은범 등을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화는 마운드만 안정되면 타선의 도움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다.
펠릭스 듀브론트. 사진=롯데 자이언츠
LG는 타일러 윌슨이 눈에 띈다. 윌슨이 1선발, 소사가 2선발, 차우찬이 뒤를 잇는다면 지난 시즌처럼 막강한 투수진을 갖추게 될 것이다. 단 문제가 있다면 오지환의 합류 여부다(오지환은 병무청으로부터 해외여행 허가서를 받지 못해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 자리에 장준원, 백승현이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키스톤 콤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키플레이어는 김상수다. 김한수 감독도 김상수가 잘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김상수의 존재는 삼성 전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국인 투수 2명, 윤성환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져야 할 우규민의 이탈이 뼈아프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1군 합류 시점도 불투명하다.
# 외국인 선수
민훈기 위원: 먼저 SK 앙헬 산체스가 눈에 띈다. 구속은 물론 구위가 뛰어나다. 강속구를 쉽게 던지는 편이다. 직접 만나보니 굉장히 영리한 선수였다. 이제 한국 4년 차를 맞게 되는 에이스 메릴 켈리와 홈런군단 SK에서도 위용을 자랑하는 제이미 로맥은 SK의 전력을 한층 탄탄하게 만들었다.
한화의 새 외국인 선수 제러드 호잉도 시원한 타격감을 자랑한다. 한신 타이거즈로 옮겨간 윌린 로사리오 대체자로는 부족해 보이지만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호잉이 중심 타선에 들어간다면 한화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후 팀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엇다. 패배 의식을 떨치고 새롭게 일어서는 한화의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종열 위원: 투수 중에는 펠릭스 듀브론트(롯데)와 앙헬 산체스(SK)가 가장 눈에 띈다. 특히 듀브론트는 빠른 볼을 무기로 타자를 상대할 줄 아는 요령이 눈에 띈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데 시범경기 동안에는 자신의 공 중 어느 구종이 통하는지 테스트해보는 듯했다.
타자 중에는 LG의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지난 14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첫 홈런을 터트렸는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주전 3루수 출신이란 커리어를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 동안에는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조금씩 자신의 타격감을 찾고 있는 것 같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현수.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 유턴파
민훈기 위원: 박병호, 김현수 등은 미국에서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만한 장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팀에서 좋은 기회를 얻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한다면 이름값을 톡톡히 해낼 선수들이라고 본다. 특히 박병호와 홈런왕 타이틀을 놓고 어느 선수가 각축을 벌일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박병호, 최정, 제이미 로맥이 홈런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열 위원: 가장 기대되는 선수가 박병호다.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거포의 존재감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냥 박병호는 박병호인 것 같다. 지난 2년 동안의 설움과 마음고생을 올 시즌 제대로 털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두 해설위원의 분석에 언급되지 않은 두 팀이 있다. NC 다이노스와 kt 위즈다. 김진욱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kt의 올 시즌 전망을 ‘5할 승률과 5강’이라고 예상했다. 니퍼트-피어밴드-고영표-주권-금민철로 이어지는 선발진과 정현-박경수-로하스-윤석민-황재균-유한준-강백호의 타순이 타 구단에 밀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이 나성범을 팀 간판타자로 성장시켰듯이 김진욱 감독은 신인 강백호를 kt의 신예 스타로 밀고 있다.
NC는 군에 입대한 김태군에 이어 주전 포수를 낙점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개막 구상이 거의 끝났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주전 포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신진호가 가장 유력한 포수로 꼽히지만 김 감독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발표를 미룰 전망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돌아온 박병호, 고척돔서도 ‘홈런왕 레이스’ 이어갈까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박병호가 시범경기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리며 넥센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다. 박병호는 넥센으로 복귀하며 “미국 진출하기 전(2015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걱정했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4시즌 연속 홈런왕이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장정석 감독은 다른 선수는 몰라도 박병호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아서 잘하는 선수야말로 감독의 신뢰를 받기에 충분하다. 미국에서 보낸 2년여의 시간이 박병호 야구에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도 주를 이룬다. 박병호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각오를 밝힌 적이 있었다. “넥센은 날 비롯해 강정호, 손승락 선배가 빠져 나가는 바람에 전력 약화가 우려됐지만 지난 시즌을 제외하곤 남아 있는 선수들이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 내가 팀에 합류하는 게 큰 도움이 되기보단 조금은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박병호가 미국으로 떠난 사이에 넥센은 홈구장을 목동야구장에서 고척돔으로 바꿨다. KBO리그 사상 2년 연속 50개의 홈런을 터트린 그로선 고척돔에서도 그의 기록이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일. 그러나 박병호는 생각을 달리했다. “지난 2년 동안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규모가 큰 구장을 경험했다. 선수가 야구장 크기와 싸우는 건 아니다. 상대 투수와 싸우는 것이다. 몇 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해도 야구장 크기 때문에 홈런을 못 친다는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 박병호는 KBO리그 복귀를 앞두고 비시즌 동안 훈련량을 늘리고, 특히 강병식 타격코치와 2015시즌의 영상을 돌려보며 타격폼 완성에 공을 들였다. 홈런왕 레이스를 펼칠 박병호의 모습을 기대한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