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캐피탈 지분 인수 후 수백억 대출…신안 측 “우리도 빨리 변제하고 싶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안건설산업은 2017년 매출 722억 원, 순이익 128억 원을 기록했다. 신안건설산업은 2015년 이후 3년 연속 순이익 100억 원을 넘기는 등 나쁘지 않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우경선 회장의 개인 재산이 없어서 부당이득금을 반환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에 ‘일요신문’이 우 회장의 자금흐름을 추적한 결과 특이한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우선 우 회장은 본인 재산의 상당 부분을 신안건설산업에 빌려줘 표면적으로는 보유한 재산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또 부동산을 차명으로 보유한 정황이 나타났고, 본인이 소유한 여신업체를 통해 수백억 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신안건설산업 본사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우 회장의 9개 예금통장에는 잔액이 없거나 제3채무자(채무자에게 채무를 지고 있는 제3자)들의 은행 대출권이 있었지만 제3채무자들은 해당 금액을 지급할 의사가 없는 상황이다. 또 우 회장은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해 피신청인들을 위한 100만 원을 공탁할 것을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공탁금을 넣지 않았다.
우 회장이 차명으로 부동산을 갖고 있는 정황도 발견됐다. 법인등기부상 우 회장의 거주지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이고, 해당 부동산의 서류상 소유주는 아들 정석 씨다. 그렇지만 부동산등기부에 정석 씨가 아닌 우 회장이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4차례에 걸쳐 대출을 받은 기록이 있어 실소유주가 우 회장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우 회장은 신안건설산업이 보유한 여신업체 코스모캐피탈 지분 16.13% 전량을 2016년 인수해 현재 18.51%를 갖고 있다. 장부가액으로 환산하면 47억 원이 넘는다. 우 회장은 코스모캐피탈 주식을 은행에 질권(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서 채무자로부터 받은 담보물권) 설정해 실질적인 집행이 불가능하다.
우 회장은 코스모캐피탈 최대주주로 올라선 후 코스모캐피탈에서 수차례 돈을 대출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우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코스모캐피탈로부터 총 111억 원의 신용공여(대출금, 지급보증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빚)를 받았다. 여기에 신안건설산업 등 계열사와 우 회장의 두 아들 정석 씨와 정엽 씨 등 특수관계자의 신용공여액을 모두 합치면 256억 8000만 원에 달한다.
우 회장의 대출은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신용공여의 합계액은 자기자본의 50%를 넘을 수 없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코스모캐피탈의 자본은 총 315억 원이다. 당시 기준으로도 우 회장과 특수관계자는 자본의 50%가 넘는 256억 8000만 원의 신용공여를 받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신안건설산업 관계자는 “안 그래도 금융감독원(금감원)에서 조사를 해서 유예기간인 9월 말까지 상환해야 한다”며 “우 회장이 빌린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우 회장이 코스모캐피탈로부터 대출을 받은 공식적인 사유는 ‘운영자금’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신안건설산업은 대표이사로부터 238억 원을 연이자율 0%의 조건으로 대출 받았다. 여기에 부동산, 유가증권 등 총 246억 원에 해당하는 담보를 대표이사로부터 제공받았다. 현재 신안건설산업은 우 회장과 아들 정석 씨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우 회장이 코스모캐피탈을 인수하기 전인 2015년 말 기준 신안건설산업이 대표이사로부터 빌린 돈은 7억 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우 회장이 코스모캐피탈로부터 돈을 빌린 후 그 돈 중 일부를 신안건설산업에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신안건설산업 측도 우 회장을 통해 우회적으로 돈을 빌렸다는 걸 인정했다. 우 회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출금 일부가 우 회장에게 돌아갔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확인은 어렵다.
신안건설산업 관계자는 “신안건설산업이 돈이 없어서 우 회장 개인 돈을 회사에 빌려준 건 맞지만 회사가 어려워서 회사도 우 회장에게 돈을 갚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변제해야 할 원금은 6억 원이었는데 이자까지 해서 현재 8억 원이 넘는 상황이라 우리도 빨리 변제하고 싶다. 우리가 돈을 주지 않고 버티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 회장은 코스모캐피탈 최대주주로 올라선 후 코스모캐피탈에서 수차례 돈을 대출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사진=이종현 기자
우 회장의 나머지 재산은 이미 2000년대 후반 두 아들 정석·정엽 씨에게 대부분 물려준 것으로 보인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신안건설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32.7%를 보유한 우경선 회장이었지만 2008년 48.48%를 보유한 ‘대표이사 외 특수관계자’로 변경됐다.
비슷한 시기 우 회장은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석·정엽 씨는 2007년 주택건설사 에스디산업개발의 지분 35%를 각각 인수했다. 문제는 인수금의 출처가 신안건설산업이 정석·정엽 씨에게 대여해 준 돈이라는 것이다.
에스디산업개발은 경기도 고양시 인근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던 회사였지만 행정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사업은 현재까지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신안건설산업이 정석·정엽 씨에게 자금을 빌려줘 에스디산업개발을 인수하게 한 후 주택분양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는 ‘편법증여’로 판단해 약 18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우 회장 측은 에스디산업개발에게 초기 사업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국세청 조세심판원은 “신안건설산업은 공동주택건설사업 경험이 풍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공사로 참여하는 것보다 직접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에스디산업개발이 독자적 사업시행 목적이 있는지와 독자적으로 사업을 수행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판단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안건설산업 측 관계자는 “우리가 고양시 인근 땅을 사려고 하니까 당초 시행사로 작업하고 있었던 에스디산업개발이 법인까지 인수하라고 요청해서 정석·정엽 씨가 인수한 것”이라며 “우리는 아파트 사업을 위해 돈을 (정석·정엽 씨에게) 빌려준 것이어서 업무와 유관하다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밖에 2017년 말 기준 우 회장은 신안관광 40%, 이천실크밸리 33.3% 등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부가액으로 계산하면 총 30억 6650만 원에 달하는 돈이다. 문제는 이를 현금화시키기 어려워 피해자 배상액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경우 재산을 현금화하는 환가처분을 해야 하는데 지분을 인수할 곳을 찾기 어려워 배상액에 쓰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