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상호작용 ‘행복호르몬’ 옥시토신 활성화…고양이와 사람 유대관계 ‘반려견 그 이상’
#고양이는 다정하지 않다?
“개는 3일 기르면 3년 동안 주인을 잊지 않고, 고양이는 3년 기른 주인을 3일이면 잊는다.” 일본에 전해지는 속담이다. 흔히 개는 사람을 잘 따르고 의존적인 반면, 고양이는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신 연구 결과에 의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연구팀은 고양이가 낯선 환경에서 주인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그랬더니 “반려견 이상으로 주인과 깊은 유대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실험에서는 먼저 주인과 고양이가 함께 방에 들어가 2분을 보냈다. 이후 주인이 고양이를 떠났고, 다시 2분이 지나자 방으로 돌아왔다. 연구팀은 이 모든 과정을 촬영해 고양이의 울음소리와 반응 등으로 주인과의 유대감을 분석했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자기에게 애정을 준 사람에게만 유대감을 보인다. ‘진정한 사랑’을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아카가와 마나부는 평소 고양이 애호가로 유명한 인물. 그는 “반려묘와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실은 고양이도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다만 고양이가 아양을 떨지 않아 냉담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마나부 교수는 “표현방법이 개와 다를 뿐, 고양이가 다정하지 않다는 것은 오해”라고 덧붙였다.
#개는 어떤 주인에게도 ‘충성’
뇌과학자 사와구치 도시유키는 “하나의 실험만으로 고양이가 개보다 인간과의 유대감이 깊다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개는 1만 5000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교감해왔다. 일각에서는 4만 년 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인간이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절부터 동반자였던 셈이다. 서로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것을 ‘공진화’라고 하는데, 인류와 함께 진화해 온 동물은 개밖에 없다.”
반려견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다. 특히 개는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적합한 처신을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컨대 가족 구성원이 귀가라도 하면, 반가움에 날아갈 것처럼 꼬리를 흔들고, 벌렁 누워 절대적인 복종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아무리 주인에게 혼이 나도, 괜찮다는 듯 언제나 늘 한결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애묘인들 또한 “고양이에게도 충성심이 있다”고 말한다. 4마리의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경제분석가 모리나가 다쿠로는 “개와 고양이의 충성심 형태가 조금 다르다”고 분석했다. 가령 개는 무리 생활을 하는 늑대의 후손이다. 집단을 이뤄 사냥을 하기 때문에 본래 협조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따로 주인이 애정을 쏟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우두머리(주인)에게 절대복종한다.
이에 반해 고양이는 야생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고 살던 살쾡이의 후손이다. 애초 고독한 사냥꾼이다. 동료가 필요 없으며, 절대복종해야 할 우두머리도 없다. 개와 주인이 상하관계라면, 고양이와 주인은 좀 더 대등한 관계다.
눈길을 끄는 건 최근 연구 결과다. 연구에 의하면 “고양이는 뇌 속 편도체가 굉장히 발달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애정을 쏟을 경우 경계심을 풀고 일종의 ‘충성심’이 싹튼다”는 설명이다. 즉 반려견처럼 주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계속 애정을 쌓아온 사람에게만 충성스러워진다. 어쩌면 고양이는 ‘진정한 사랑’을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지능 수준은 고양이보다 개가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개가 가진 뉴런의 숫자가 고양이보다 많기 때문이다. 개 뇌에는 약 5억 3000만 개의 뉴런이, 고양이는 2억 5000만 개의 뉴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평균적으로 개는 100개의 단어를 구분할 수 있으며, 이는 만 2~3세 아동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연구 결과 반려견을 키우면 조기 사망 위험률이 24%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을 기르면 장수한다
개와 상호작용하는 사람은 이른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크게 활성화된다. 또한 ‘반려견을 기르면 더 오래 산다’는 논문도 나와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1950년부터 2019년 5월까지 발표된 연구를 통해 ‘개를 키우는 것과 사망률’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반려견을 키우면 조기 사망 위험률이 24% 낮아졌다. 특히 심장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좋았는데,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31%나 저하됐다.
캐나다 연구팀은 “개와 함께 살면 산책을 시켜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치인처럼 긴장감이 연속인 직업군에게도 반려견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례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소문난 애견인이다. 2012년에는 일본 정부가 아키타견을, 2013년에는 불가리아 총리가 셰퍼드종을 선물해 화제를 모았다. 히틀러 역시 반려견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쩌면 개의 충직함에서 치유를 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라 경제도 살리는 고양이
“일본에서는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해 감성이 풍부한 예술가들이 유독 고양이를 좋아했다”고 한다. 2017년부터는 혼자 사는 젊은이와 고령자를 중심으로 ‘고양이 기르기 붐’이 일면서 애묘인 수가 애견인 수를 추월하는 역전현상도 발생했다. 이러한 공전의 고양이 붐은 엄청난 경제적 효과까지 만들어냈다. 일명 ‘네코노믹스’로, 고양이를 뜻하는 일본어 ‘네코’와 경제학을 뜻하는 ‘이코노믹스’의 합성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양이 붐에 의한 일본의 경제효과는 연간 2조 엔(약 22조 원)을 넘어섰다. 고양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산책이 필요 없어 상대적으로 키우기 쉽다는 점이 꼽힌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테스트] 개파 vs 고양이파…당신은 어느 쪽? ① 아웃도어(야외)보다 인도어(실내) 쪽이다. (예 / 아니오) ② 내성적이다. (예 / 아니오) ③ 사람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예 / 아니오) ④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편이다. (예 / 아니오) ⑤ 소중한 사람이 슬퍼할 때 격려하기보다 조용히 안아주고 싶다. (예 / 아니오) ⑥ 체육과 예술, 둘 중에 선택하자면 예술이 좋다. (예 / 아니오) ⑦ 집단행동이 불편하다. (예 / 아니오) ⑧ 마이페이스 경향이 있다. (예 / 아니오) ⑨ 리더보다는 윤활유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예 / 아니오) ⑩ 쉽게 친구가 되지 못하고 사람을 가린다. (예 / 아니오) ※진단결과 : ‘예’ 수가 많을수록 고양이 파. 좋고 싫음이 분명하며,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다정하다. ‘아니오’ 수가 많으면 개 파. 밝고 사교적인 타입이 많다. 다만 독점욕이 강한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