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배민의 배신” 격한 반응…공공 배달앱 개발 박차 속 “과도한 개입” 시각도
배달의민족이 요금정책을 개편해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배달의민족 제공
배민은 초창기 정률제를 운영하다 2015년 8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9년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5조 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글로벌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했다. DH는 배달업계 2위인 요기요를 설립하고 ‘배달통’을 인수해 운영하는 독일계 회사다.
배민은 지난 1일부터 광고 요금을 개편해 시행했다. △기존 ‘오픈리스트’를 ‘오픈서비스’로 변경 △2022년까지 울트라콜 요금 동결 △할인쿠폰 등 노출 무료화 등이 주된 개편안이다. 이 같은 개편을 통해 수수료를 인하하고 영세업체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업체가 오픈리스트 서비스에 가입하면 배민은 무작위로 3개 업체를 선정해 앱 화면 상단에 노출해줬다. 이 광고 링크를 통해 주문이 이뤄지면 건당 6.8%의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개편된 ‘오픈서비스’는 가입업체의 전체 리스트가 노출되면서 수수료는 주문 건당 5.8%다. 또 울트라콜은 월 8만 8000원을 내면 업체가 설정한 주소 반경 내 있는 고객들에게 노출되는 정액제 광고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배민의 개편과 주장이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개편된 체제에서는, 가령 고객이 치킨을 검색하면 오픈서비스에 가입한 치킨업체 전체 리스트가 뜬다. 스크롤을 내려 오픈서비스 가입업체를 전부 지나친 다음에야 울트라콜 광고에 가입한 업체 리스트가 뜬다. 결국 울트라콜만 이용하는 업체라면, 고객이 스크롤을 내리면서 오픈서비스 가입업체를 다 보고 난 후에야 고객 눈에 보이는 방식이어서 홍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자영업자들은 결국 더 큰 홍보효과와 주문량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오픈서비스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주들은 이전의 오픈리스트는 원할 경우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동적 광고 형태라면, 개편된 오픈서비스는 업주들이 선택할 수 없는 필수사항이 된 탓에 그만큼 부담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체제를 개편하면서 수수료를 6.8%에서 5.8%로 인하했다지만 결국 큰 틀에서 배민의 수수료 정책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업주들은 사실상 오픈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5.8%라고 하지만 여기에 부가세와 카드수수료, 결제망이용료 등을 지불하면 업주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는 10% 수준에 육박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정액제 모델에서는 광고효과가 업소별로 다 달랐다. 매출액 대비 광고비 지출이 큰 업소 중에 소규모 자영업자가 많다. 오픈서비스를 도입해 오히려 광고비를 덜 내는 영세업체가 늘고 신규 진입 업체의 부담이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배민이 뒤통수를 쳤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서울의 한 요식업체 관계자는 “정률제를 폐지한 배달의민족을 많은 업주들이 밀어줬고 그 덕에 배달의민족이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진데 이제 와서 정률제로 바꾸는 건 배신”이라며 “국내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성공했으면서도 외국 자본에 회사를 팔고, 더 큰 이익을 위해 체제를 맘대로 바꾸는 곳을 더 이상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배민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 배민에 대한 평가도 새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비록 ‘플랫폼경제의 선봉’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면서 오히려 시장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황소개구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결제·배송 부문 등을 수직계열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을 통해 배달노동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배민페이’를 출시한 데다 PG업 운영 허가를 받아 결제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배민이 이제는 단순히 ‘배달앱’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배달시장의 대부분 분야를 잠식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DH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이 이뤄져 국내 배달시장의 95%를 차지하는,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이 저해되면서 그 부담과 피해가 결국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전북 군산시가 자체 개발한 ‘배달의명수’는 성공적인 공공앱 개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진=군산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직접 SNS를 통해 “국민과 소비자는 기업을 살릴 수도 있지만, 죽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최대한 빨리 공공앱을 개발하겠지만 그 사이라도 대책을 세워야겠다”며 “배달앱 대신 전화로 주문하고 점포는 전화주문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여러분께서 소비자와 국민이 무섭다는 걸 보여 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전북 군산시가 자체 개발한 배달음식 플랫폼 ‘배달의명수’가 공공앱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배달의명수는 앱을 통해 지역상품권을 사용할 경우 할인 등 여러 혜택을 준다. 현재 군산시 내 배달 식당의 90%에 해당하는 700여 개 업체가 배달의명수에 가입해 있다.
외식업중앙회 군산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상당히 성공적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며 사용자도 크게 늘었다”며 “수수료가 없는데다 카드수수료도 시가 기존보다 저렴한 수준인 2.2%로 PG사와 협의한 점이 강점이어서 많은 업체가 입점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자체가 직접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옳으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는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앱 개발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처사로 보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세상에 없던 수요를 창출하는 게 플랫폼경제”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할 일은 수요를 창출한 플랫폼 업체와 상생하면서 같이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지 직접 시장에 들어와 경쟁하는 건 혁신 생태계를 저해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지자체들은 공공앱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어려운 데다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상거래 영역의 혁신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시는 2019년 말부터 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전통시장 식자재 배송 등을 포함한 공공앱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공앱을 구축해 전통시장 20여 곳과 인근 상권을 포함시켜 낙후된 시장과 업체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현재까지 성공사례가 많이 축적되지 않았지만 군산시 공공앱의 경우 운영이 잘 되고 있다. 또 전통시장이 낙후되고 지역경제가 어려워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