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울면 깊은 잠 잤을 때처럼 편안…대면 모임 어려워 ‘감동적 영화 보기’ 강추
“펑펑 울면서 스트레스 이겨내세요.” 실컷 울고 나면 왠지 개운한 느낌이 들곤 한다. 실제로 눈물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끼쳐 마음에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물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루이카쓰’. 사진=ANN 뉴스
#일본에는 ‘눈물 동호회’도 있다
일본의 경우 울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우는 ‘루이카쓰(淚活, 누활)’라는 모임이 있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눈물 활동’쯤 된다. 감정을 드러내는 데 서툴고, 폐를 끼칠까봐 맘대로 울지 못하는 일본인들이 한데 모여 눈물을 흘리는 활동이다. 주로 감동적인 동영상이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림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모임을 처음으로 만든 것은 30대 남성, 데라이 히로키다. 원래 이혼식 행사를 진행하던 그는 “이혼식에서 실컷 운 사람일수록 개운해 하는 걸 보고 ‘나도 한번 울어볼까’ 하고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2013년 첫 모임이 결성된 후 눈물 활동은 일본 전역에 유행처럼 번져갔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눈물치료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도 했다.
사실 ‘눈물의 건강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원리는 이러하다. 인간은 스트레스에 놓이면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우위를 점해 긴장 상태가 된다. 심할 경우 면역력 저하로도 이어진다. 그런데 “눈물을 흘리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눈물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카테콜아민이 배출되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로토닌 증가로 면역력 향상 도움
도호대학에서 뇌생리학을 연구하는 아리타 히데호 교수에 따르면 “한바탕 울고 난 뒤에는 깊은 잠을 잤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가 편안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는 “눈물도 웃음과 마찬가지로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눈물은 3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기초적 눈물인데, 평소 안구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눈물이다. 둘째는 반사로 인한 눈물이다. 가령 눈에 먼지가 들어갔거나 양파를 썰 때 나오는 눈물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슬프거나 기쁠 때 흘리는 감정적 눈물이 있다.
이 중에서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 것은 세 번째 눈물, 즉 감정 변화로 흘리는 눈물이다. 단순히 자극을 받아 흘리는 눈물은 뇌관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나오는 반면, “감정에 복받쳐 나오는 눈물은 대뇌의 전두엽을 거치기 때문에 성분부터 다르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감정적 눈물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함유돼 있었다.
심리상담사 요시다 히데후미는 “코로나 여파로 피로감이 쌓인 지금이야말로, 감동적인 영화나 책을 보며 의식적으로 눈물을 흘리면 좋다”고 조언했다. “답답함이 뻥 뚫리고 면역력도 높아지니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다만 바깥활동과 모임을 자제해야 하는 만큼, 집에서 혼자 하는 눈물 활동을 권했다.
#조명은 어둡게, 억울한 울음은 피해야
주변 환경은 가능한 편안하게, 조명도 어둡게 하는 편이 울기 쉽다. 참고로 눈물 모임에서는 잔잔한 음악을 틀거나 아로마 향을 피우기도 한단다. 보통은 아침보다는 밤에, 주초보다는 주말에 울기 편하다. 그렇다고 해도 매일같이 눈물을 달고 살 수는 없는 일. 이에 대해 요시다 상담사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눈물을 흘려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잘 우는 요령 중 하나는 자신의 취약점을 아는 일이다. 사람마다 눈물 나는 포인트가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가족애가 느껴지는 작품에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동물 관련 영상을 보면 울음을 참기 힘들다. 자신이 특별히 어떤 부류에 약한지 미리 알아두도록 한다. 그런 다음, 마음이 느끼는 대로 울고 싶을 때 실컷 울면 된다.
요시다 상담사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감동적인 영상을 살펴보라”고 했다. “대부분 수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들이 많아 파악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가급적 실제 체험이 아니라, 타인의 일에 공감해 흘리는 눈물이면 좋다. 덧붙여 “억울한 뉴스를 보고 흘리는 눈물보다는 긍정적인 감정의 눈물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종합해보면 “감동적인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흘리는 눈물이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울고 싶어도 꾹꾹 참고 마는 경우가 많다. ‘눈물을 흘리는 건 벌거벗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요시다 상담사는 “눈물을 참으면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도 쌓인다”며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누군가의 시선이 신경이 쓰인다면 아무도 없는 곳, 욕실 같은 데서 속 시원하게 우는 것도 괜찮다. 한껏 울고 나면 몸과 마음이 한층 개운해진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꽃미남이 눈물을 닦아드립니다 꽃미남이 눈물을 닦아주는 이케메소 서비스. 최근엔 온라인 이케메소 서비스도 등장했다. 사진=ikemeso-office 몇 년 전 일본에서는 ‘이케메소’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케메소는 꽃미남을 뜻하는 일본어 ‘이케맨’과 훌쩍훌쩍 우는 의성어 ‘메소메소’를 합친 말로, 이른바 눈물을 닦아주는 꽃미남이란 뜻이다. 눈물 활동 모임을 만든, 데라이 히로키의 아이디어로 “각종 스트레스에 지친 직장 여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한다. 눈물을 사업으로 승화시킨, 지극히 일본적인 서비스라 할 수 있겠다. 예컨대 눈물치료사 자격증을 지닌 꽃미남이 슬픈 영상과 이야기로 울게 한 뒤 눈물을 닦아주는 식이다. 개인 방문이면 자칫 ‘수상한’ 서비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법인으로 한정했다. 꽃미남이 신청한 회사를 직접 찾아가 그곳 여직원들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이케메소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름하여 ‘코로나 블루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서비스’다.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약 1시간 동안 웹 화상을 통해 슬픈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동영상 시청 같은 ‘눈물을 쏙 빼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눈물치료사가 손 씻기 지도부터 시작해 눈을 비비지 않고 눈물을 닦는 등 올바른 눈물 활동 실천법도 강의해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