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과 음원·공연 수익 매력적…SBS ‘라우드’ MBC ‘방과후 설레임’ Mnet ‘걸즈플래닛999’ 경쟁 예고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프로그램은 SBS가 6월 5일 프로듀서 박진영과 가수 싸이를 내세워 시작한 ‘라우드’다. 각각 엔터테인먼트회사 JYP엔터테인먼트와 피네이션의 수장인 두 사람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를 대표할 새로운 아이돌 보이그룹 멤버를 직접 선발한다. 현재 트와이스부터 있지, 스트레이키즈 등 그룹을 통해 아이돌 시장을 움직이는 명가 JYP엔터테인먼트와 최근 현아와 제시를 영입해 사세를 확장하는 피네이션이 공개적으로 아이돌 후보를 뽑는 만큼 시작부터 관심이 뜨겁다.
MBC는 미국 빌보드 차트 진입을 목표로 걸그룹을 선발하는 아이돌 오디션 ‘방과후 설레임’을 내놓는다. 11월 방송 예정으로 현재 지원자 모집에 한창이다. 엠넷의 힙합 오디션 ‘쇼 미 더 머니’ 시리즈와 ‘프로듀서 101’ 초창기 기획자인 한동철 PD가 책임자로 나서 글로벌 걸그룹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가 성공모델로 만든 Mnet도 빠지지 않는다. 규모를 국내에서 아시아 3국으로 넓혔다. 한‧중‧일 3국에서 지원자를 모아 글로벌 걸그룹을 뽑는 오디션 ‘걸즈플래닛999’ 준비에 한창으로 8월 시청자를 찾는다.
#신뢰 회복‧공정성 확보 ‘관건’
부활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저마다 ‘차별화’를 내세운다. 시청자가 참여하는 문자 투표 조작이 밝혀져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현실을 고려해 어떻게든 공정성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청자 참여를 유지하면서도 그 방식을 보완했고, 기존 아이돌 오디션과 다른 선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알린 프로그램도 있다.
박진영과 싸이의 ‘라우드’는 관심을 증명하듯 시작부터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었다. 5일 밤 9시에 시작해 총 3부로 구성된 첫 방송에서 1부 3.9%, 2부 5.5%, 3부 9.0%의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3부 시청률이 9%까지 치솟아 향후 기록 상승을 기대케 했다.
진행자이자 심사위원인 박진영과 싸이의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2년여 동안 중단된 아이돌 오디션의 포문을 다시 여는 입장인 만큼 책임감도 크다. 박진영은 원더걸스부터 2PM, 갓세븐 등 20여 년간 여러 아이돌 스타를 배출한 베테랑 제작자로서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연습생을 평가한 방식 그대로 ‘라우드’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1인 미디어가 너무 많아 가수의 태도, 인성, 능력을 숨기기가 어렵다”며 “그래서 ‘진짜’를 찾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양한 장르의 음반 프로듀서 경험이 풍부한 싸이는 “박진영 형도, 나도, 가수로 데뷔할 때 엄청 특별했고 특수한 외관도 지녔다”며 “예전에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끼’도 많았다면 요즘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외적인 모습에 기대는 평가를 최대한 배제하고, 지원자 각각의 내면의 성향을 관찰해 선발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이돌 오디션 열풍의 주역이자, 조작 논란의 장본인 Mnet도 제작진을 재정비하고 다시 아이돌을 뽑는다. 현재 제작이 한창인 ‘걸스플래닛999’가 바로 Mnet이 사활을 건 프로그램이다. 재정비하는 만큼 변화도 시도한다. 오디션 지원자의 범위를 한‧중‧일 3국으로 넓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들이 언어와 경계를 초월해 K팝으로 화합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는다.
선발 과정에 투명성도 기한다. 3국 참가자 99명을 지원하는 멘토들이 참여하고, 각자의 실력 향상을 도울 전문가 마스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원자들을 응원하는 팬덤을 ‘플래닛 가디언’으로 지칭해 결속력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이에 더해 시청자가 직접 문자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을 제작진 주도가 아닌 외부 플랫폼에 일임해 투명성을 높이고, 외부 참관인 제도를 도입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돌 오디션…포기 못하는 이유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10여 년 동안 방송가 ‘킬러 콘텐츠’로 통했다. 특히 2016년 시작한 Mnet의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그룹 아이오아이, 워너원 등을 배출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로 지칭하고 직접 투표하는 방식을 도입해 참여도를 높였다.
하지만 2019년 제작 과정에서 담당 제작진이 시청자의 유료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담당 연출자인 안준영 PD와 총괄프로듀서 김용범 씨는 올해 3월 사기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 형과 1년 8개월 형을 확정 받았다.
Mnet이 제작한 또 다른 아이돌 오디션 ‘아이돌 학교’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프로그램을 책임진 김 아무개 CP는 2017년 7월부터 9월까지 방송에서 시청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형사19단독)으로부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CP의 투표 조작을 알고도 방조한 김 아무개 제작국장에게는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다.
이 같은 조작 논란은 해당 프로그램에 선발한 아이돌 가수들에 고스란히 향했다. 시청자들은 ‘취업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팀의 해체를 주장했고, 비난 여론에 휘말린 탓에 실제로도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다. 특히 논란의 주범인 제작진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속속 나오면서 해당 논란은 현재 진행형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돌 오디션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 아이돌 프로그램만 한 ‘효자’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돌 스타를 직접 뽑는 과정이 가진 ‘화제성’,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면서 얻는 ‘시청률’ 효과, 선발된 그룹을 통한 추가 ‘수익’까지 기대해 볼 만하다. 실제로 2018년 ‘프로듀스 101’ 시즌2의 멤버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은 1년여 활동 동안 음반, 공연 등으로 약 9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가운데 프로그램 제작사이자 방송사인 CJ ENM의 지분은 25%다. 프로그램 광고 매출을 제하고도 막대한 수익을 확보했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