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손정민 사건 등 경찰 수사력 도마 위, 신뢰 회복 숙제…관건은 정치권 수사 ‘속도’
국수본은 9명이 숨진 광주 건물 붕괴사고 관련, 굴착기 기사 등 2명에 대해 6월 15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법조계는 대선을 앞둔 올해, 국수본이 정치 관련 수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국수본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주 사건은 속도전
광주 건물 붕괴사고가 6월 9일 발생하자 국수본은 곧바로 지휘 시스템을 격상했다. 철거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매몰됐으며,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국수본은 다음날인 10일 입장문을 배포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광주 사고 관련 합동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부장이 본부장으로, 광주청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했다. 또, 피해자보호전담팀도 편성했다. 국수본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점,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 집중수사를 통해 신속한 사고 원인 규명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6일 만에 책임 소재 입증을 위한 강제 수사에도 착수했다. 6월 15일 경찰은 오후 철거 당시 건물 하부를 굴착한 굴착기 기사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경찰대 5기)도 같은 날 광주를 찾았다. 사고 현장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를 방문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나라 안전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달라”며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와 불법 재하도급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모두 밝혀내 책임자 구속 수사 등 엄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신뢰 회복 숙제
이는 최근 경찰의 잇따른 신뢰도 하락을 고려한 대처였다는 평이 나온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당시 변호사)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 수사 담당자가 당시 이용구 변호사가 법무부 간부 출신의 변호사라는 점을 알았다는 게 국수본의 수사 결과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5월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확인된 바로는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계 직원이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실무자에게 (이 차관 신분을) 통보한 것 외에, 정식 보고나 수사라인 보고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당시 서초경찰서 간부들 사이에서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공유됐다는 것을 파악했고, 서초서 생활안전계 직원이 이 차관의 신분을 파악하고 상급 기관인 서울청에 3차례 관련 보고를 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보고가 서초서와 서울청 실무 직원들 사이의 대화였을 뿐 정식 보고는 아니었고, 경찰청 본청 역시 이 차관 관련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이 권력을 의식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했던 상황이다. 결국 경찰은 앞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취급하는 중요 인물들의 내사 사건은 수사 사건처럼 시도 경찰청 및 경찰청 국수본으로 보고해 지휘를 받겠다고 밝혔다. 국수본에게 주어진 역할이 더 늘어나게 된 셈이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 씨 사건 수사도 경찰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가장 잘하는 수사에 경찰력을 최대한 투입하는 대응을 했는데도, 초반에 퍼진 ‘살인 의혹’에 비해 의혹 해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경찰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을 만큼 불신론이 커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치인 사건 ‘큰 산’
여전히 법조계는 경찰청 국수본에 대해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치인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당장 경찰청 국수본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는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한 결과, 12명에게서 법 위반 의혹을 찾아냈다. 권익위 부동산 거래 특별조사단은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의혹이나 소지가 있는 국회의원 및 그 가족 총 12명과 16건을 확인, 관련 조사 내용을 정리해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넘기겠다고 밝혔는데, 합수본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주도하고 있다.
실제 16건 가운데 13건은 부동산 투기 의혹, 3건은 뇌물 등 다른 범죄 의혹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기존 합수본 수사 대상에 이미 올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권익위 발표 이후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 12명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공문을 접수했다”며 “권익위의 개별 조사결과 내용을 분석 후 엄정 수사할 예정”이라는 원칙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면 올해 안에 다 끝낼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부동산 관련 수사인 만큼 법조계는 국수본의 수사 속도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부동산 관련 불법 정보 취득 사건이 아닌, 단순한 허위 농사 여부 신고 등의 경우 2~3주면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사건”이라며 “과거 정치권의 눈치를 많이 보던 경찰이었다면 비교적 오랜 기간 사건을 가지고 뭉갰을 텐데 국수본이라면 다를 수 있을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