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관련 추석 전 피고인 신분 소환 가능성…복잡한 금융사건 ‘소환 자체가 기소’ 의미하기도
그동안 공소시효 등 문제로 검찰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는 흐름이기도 한다. 수사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씨가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한다. 때문에 단순히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피고인 조사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장모 최 아무개 씨의 공동 범죄 입증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빠르면 추석 연휴 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9월 안에 김건희 씨를 피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 2010~11년 사이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시세조종 및 차익 실현 의혹이다. 당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금융범죄를 주도했는데, 이때 김건희 씨가 이른바 ‘전주(錢主, 투자자)’로 참여해 이익을 봤다는 내용이다. 사건 관련 의혹은 2013년 경찰 내사보고서로도 만들어졌는데, 보고서에는 ‘주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권 회장이 주식시장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이 아무개 씨를 만나 주식을 맡겼고 이 씨가 이를 가지고 주가를 조작했다. 권 회장이 이 씨에게 주식과 돈을 빌려줄 다른 주주를 소개했는데 여기에 김건희 씨가 포함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김 씨는 공식 내사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는데, 경찰 내사를 끝으로 정식 수사로는 이어지지 못했던 사건은 2020년 초 정식 수사를 받게 됐다. 2020년 2월, 내사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황희석 변호사가 김 씨를 고발한 것.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에 배당했다. ‘특수부’ 성격의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그동안 주가조작 판단 여부와 김건희 씨의 공모 여부 입증에 주력했다. 둘 다 입증이 쉬운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주가조작은 금융범죄에 있어서도 매우 중한 범죄에 속하지만,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워 차익을 보려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힘든 편에 속한다”며 “이에 대해 특정 인물이 공모를 했는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누군가 내부 흐름을 수사팀에 협조해 알려주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공모 가능성은 사실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김건희 씨는 2009년 5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대주주였던 두창섬유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 원어치를 사들였고, 그 다음해에는 권 회장이 소개한 ‘선수’ 이 씨에게 증권사 계좌를 맡기기도 했다.
#‘정치 논란’ 피하기
당초 공소시효 때문에 수사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상황이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가조작으로 이득을 본 금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경찰보고서에는 김건희 씨가 이 씨를 만나 증권계좌를 건넨 것이 2010년 2월이라고 적혀 있다. 때문에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 시기를 2012년까지로 볼 수 있는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김 씨 등이 거래에 사용했다는 계좌의 증권사들로부터 녹취자료를 제공받기도 했다. 그럴 경우 공소시효는 내년까지 유효하다.
그럼에도 검찰이 9월 이내, 빠르면 추석 연휴 전 김 씨를 조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정치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다. 추석 이후 빠르게 진행될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일정을 고려할 때, ‘수사가 늦었다’는 여당의 비판과 ‘정치에 관여한다’는 야당의 비판을 최소화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는 해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선 후보 선출이 가까워질수록, 야당에서는 ‘야당 탄압’이라며 이번 수사 결과를 놓고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무혐의를 내더라도 중요 선거일 기준 4~5개월 전에는 끝내야 하는 게 검찰 수사의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당 내 유력 대선 후보인 상황에서 더더욱 검찰이 ‘신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소환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도 얘기한다. 통상의 사건과 달리, 다소 입증이 어려운 특이한 사건이기 때문에 소환 자체가 ‘기소 가능성’을 띤다는 얘기다. 앞선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보통 사건은 피고인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무혐의나 기소 여부를 판단하지만, 복잡한 금융범죄 사건의 경우 고발 내용이 터무니없으면 아예 소환을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혐의가 입증됐을 때 구체적인 해명을 듣고자 부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장모 추가 기소 가능성도
김 씨의 어머니이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인 최 아무개 씨 수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씨는 “도이치모터스는 내가 했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최 씨가 8월 초 의정부구치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것을 두고 “서울중앙지검 소환조사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딸 김 씨가 아니라 어머니 최 씨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둘 다 소환조사를 받을 필요성도 제기된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어머니인 최 씨가 돈을 벌기 위해 사채업자 등 여러 가지의 역할을 했고, 이 과정에서 딸 김 씨도 관여했다는 게 의혹들 전반에서 제기됐던 내용들 아니냐”며 “특수부는 사건이 배당될 때부터 ‘입증하고 기소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팀이 소환을 고민한다는 것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고, 그렇다면 수사팀은 그동안의 수사로 판단한 ‘사실 관계 확정’만 남겨둔 채 김건희 씨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인데, 김 씨 설명으로 부족할 경우 어머니인 최 씨도 불러서 조사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