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 없앴지, 내가 말야’ 문구 적혀…‘화가 나는 에코백’ 불리며 인기
독특한 가방의 이름은 재미있게도 ‘화가 나는 토트백’이다. 고이즈미를 묘하게 닮은 남성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비닐봉지를 없앴지, 내가 말야’하며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이 프린트돼 있다.
일본 매체 ‘제이캐스트’에 따르면, “에코백 제작자는 디자이너로 오래 활동한 인물로 웹사이트 ‘세계정복 상점’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주로 프린트 티셔츠를 디자인해왔는데, “어느 날 무료로 받은 에코백을 보다가 ‘에코백 하면 고이즈미지!’라는 생각이 스쳐 관련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2020년 7월부터 비닐봉지 유료화 정책을 실시해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편하기만 할 뿐 과연 정책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에코백이 비닐봉지보다 꼭 친환경적인 것만은 아니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고이즈미 환경상은 “비닐봉지를 유료화한다고 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것이 목적이 아니다. 환경에 대한 국민 계몽이 목적”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SNS에서는 “우매한 국민 취급을 하고 있다”며 비난이 쏟아졌었다.
에코백 제작자는 “너무 욕을 많이 먹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응원의 마음으로 고이즈미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을 그려 넣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에코백을 보급하고 싶은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소량 한정판매로 준비했던 에코백은 발매 5분 만에 매진됐다. 당초 특별한 명칭이 없었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는 반향을 불러 모아, 이후 자연스럽게 ‘화가 나는 토트백’으로 불리게 됐다. 9월 3일 추가 판매를 시작했으나, 하루 300건 이상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어 생산 및 발송 작업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구매자들은 “상상 이상으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고이즈미 환경상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일러스트가 우스꽝스럽게 보이도록 접어서 사용하거나 일부러 구겨지게 물건을 넣는 이용자도 있다. 또 슈퍼마켓 계산대 점원에게 ‘깜짝 디자인’을 보여준 후 웃게 만드는 활용법도 공유됐다.
에코백에 새겨진 ‘비닐봉지를 없앴지, 내가 말야’라는 문구도 인상적이다. 제작자는 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환경을 위해 내가 좋은 일을 했다”는 자랑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비닐봉지가 없어져 불편한 것은 바로 나(고이즈미) 때문이지”라는 도발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작자는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