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사고 치지 말자”는 말, 귓등으로 들었을까…제 발등 찍은 사생활 논란
20일 김선호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지난 10월 17일 자신을 김선호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네티즌 A 씨의 폭로를 인정했다.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대세 배우 K모 배우의 이중적이고 뻔뻔한 실체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K 배우가 자신에게 낙태를 종용했고 요구대로 중절 수술을 받자 수개월 뒤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선호는 "얼마 전 제 이름이 거론된 기사가 나가고 처음으로 겪는 두려움에 이제야 글을 남기게 됐다"며 "저는 그분(A 씨)과 좋은 감정으로 만났다. 그 과정에서 저의 불찰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그분에게 상처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분과 직접 만나서 사과를 먼저 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제대로 된 사과를 전하지 못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황상 A 씨와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선호는 이어 "우선 이 글을 통해서라도 그분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저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실망감을 드려서 죄송하다"며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김선호라는 배우로 설 수 있었는데 그 점을 잊고 있었다. 부족한 저로 인해 작품에 함께 한 많은 분들과 모든 관계자분들께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선호의 사과문으로 'A 씨의 주장 중 일부 허위나 과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은 깨져버렸다. 여자친구에게 임신 중절을 요구한 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다는 배우를 로맨스 장르에서 보고 싶어하는 대중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김선호는 이제까지 '무해한 매력'을 어필 포인트로 삼아 강조해 온 배우 중 하나다. 그의 인생작이 될 뻔 했던 '갯마을 차차차' 홍두식 역을 연기하면서는 올곧고 반듯한 모습으로 국내외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김선호가 구축해 온 이미지는 수많은 광고 러브콜로 이어졌고 내년까지 '차기작 줄 세우기'로 배우와 소속사 모두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차였다.
그런 와중에 불거진 논란으로 김선호의 인기는 결국 '1년 천하'가 돼 버렸다. tvN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서브 남주인 한지평 역을 맡으며 큰 인기를 끌게 됐던 것이 2020년 10월 17일부터 시작된 일이었으니 딱 1년 만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것. 정확한 안방극장 데뷔 시점으로만 계산해도 고작 4년 만에 천국과 지옥을 다 맛 본 셈이다.
현재 김선호가 고정 출연 중인 KBS2 예능 '1박 2일 시즌4'는 김선호의 하차를 공식적으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미 촬영된 방송분에서는 최대한 편집을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1박 2일'은 시즌3 출연진인 정준영의 불법촬영·집단성폭행 사건 연루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는 등 풍파를 겪은 바 있다. 그렇기에 새로 꾸려진 시즌4 멤버들은 "더 이상 사건사고는 안 된다"며 각별히 몸을 사리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왔었다. 그런 가운데 김선호의 논란으로 다시 암초에 걸리면서 제작진들도 현 상황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광고계 역시 손절에 나섰다. 김선호와 그의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 먼저 움직인 것도 광고사였다. 2021년 기준으로 김선호는 에디션 센서빌리티(남성 의류), 신한 MyCar, 라로슈포제, 캐논, 나우(아웃도어), 도미노피자, 미마마스크, 와이드앵글(아웃도어), 11번가, 에버화이트(화장품) 등에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었다. 20일 현재 미마마스크와 에버화이트를 제외한 모든 광고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각 광고사의 공식 SNS 계정에서도 김선호의 사진은 삭제됐다.
그의 차기작에도 비상이 걸렸다. 박훈정 감독의 '슬픈열대'로 11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던 김선호는 2022년 1월 김덕민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도그데이즈'와 3월 임윤아와 함께 하는 이상근 감독의 차기작 '2시의 데이트'에 주연으로 연이어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아직 계약이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그의 출연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대로 진행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라며 "사실상 배우 교체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논란이 없었다면 김선호는 분명 이견의 여지가 없는 대세 중의 대세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올해 가장 사랑 받았던 로맨스 드라마 작품 가운데서도 '갯마을 차차차'의 제일 수혜자가 되면서 국내외에서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됐던 배우가 김선호였다. 그런 만큼 막 인기를 끌던 시점부터 제대로 챙기지 못한 사생활 문제가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력 범죄를 저질렀던 남배우들이 스크린이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또는 무대 등을 통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복귀하는 것은 이전 연예계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선호의 경우는 이제 막 날개를 펴기 시작한 시점에서 불거진 '도의적인 논란'이라는 점, 그 논란이 김선호가 이제까지 부각시켜왔던 세일즈 포인트와는 180도 달라 여전히 그를 응원하는 팬들의 니즈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이 발목을 잡는다. 거액의 위약금을 우려하며 임신 중절을 요구했던 때처럼 실제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된 현상황에서 김선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긴 시간 자숙 뿐일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