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 “김사니 코치에 대한 서남원 감독의 견제가 배경”…B 씨 “프로가 프로답지 못하면 팬들 남지 않을 것”
IBK기업은행(기업은행) 선수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배구인 A 씨는 기업은행의 비상식적인 일들의 배경에 구단이 못 박아 놓은 김사니 코치(감독대행)에 대한 서남원 감독의 견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2012-2013시즌 첫 우승에 성공한 후 3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2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내며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9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자 그동안 큰 업적을 이룬 이정철 전 감독을 경질했고 김우재 감독을 선임하기에 이른다.
2019년 4월 기업은행의 2대 사령탑에 오른 김우재 감독은 첫 시즌에는 5위에 그쳤지만 지난 시즌 3위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선수들과의 불화설에 휘말렸다. 결국 기업은행은 김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지난 4월 서남원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지만 서 감독은 정규시즌에서 10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배구인 A 씨는 김사니 코치가 서 감독이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감독이 자신을 견제하고 있다는 걸 김 코치가 모를 리 없다. 더욱이 서 감독으로선 김 코치와 기존 선수들의 두터운 관계에 벽을 느꼈을 것이고, 김 코치가 선수들을 감싸고도는 부분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런 감정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선수들 미팅 때 서 감독이 김 코치를 야단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본다.”
또 다른 배구 관계자는 조송화 이탈 후 숙소를 나갔다가 돌아온 김사니 코치가 감독대행 자리에 오른 자리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했던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코치 말로는 서 감독이 자신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고, ‘야, 너 김사니 대답 안 해?’라고 소리쳤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 모욕적인 말인지 묻고 싶다. 아니면 더 큰 모욕을 들었는데 그걸 공개 못하는 건지 궁금하다. 서 감독은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렇게 모욕을 퍼부은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김 코치도 이 부분은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감독과 코치는 수직 관계다. 특히 팀을 이끄는 감독이라면 그 말의 힘이 클 수밖에 없다. 감독이 선수들 보는 데서 코치를 야단 쳤다고 코치가 팀을 이탈한다는 건 어느 종목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김사니 감독대행의 발언은 가뜩이나 안 좋은 여론에 불을 지핀 꼴이 되고 말았다.
기업은행은 원칙과 상식에서 벗어난 구단 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배구인들은 김사니 감독대행 체제로 연승을 이어갈 경우 구단에선 김 감독대행으로 시즌을 계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배구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 기업은행을 맡을 감독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구단은 곧 차기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말하지만 어느 누가 그 팀을 쉽게 맡을 수 있겠나.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김사니 감독대행과 똘똘 뭉쳐 연승을 이어간다면 여론이 돌아설 수도 있다. 아마 구단은 그런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배구인 B 씨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모든 배구인이 프로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전 이재영·이다영 학교 폭력 사태부터 이번 기업은행 일까지 현재 여자 배구가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 이런 일들은 과거에도 발생했던 일인데 그때는 여자 배구가 인기가 없어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이젠 구단, 지도자들, 선수들 모두 프로다워야 한다. 말로만 프로가 아니라 진짜 프로여야 한다. 모두 정신 차리지 않으면 힘들게 얻은 인기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프로가 프로답지 못한데 팬들이 남아 있겠나.”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