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불명예 퇴진으로 기업은행 사태 일단락 “팀 이탈, 서남원 감독과 갈등 탓 아냐”
선수의 이탈을 만류해야 하는 코치가 선수와 함께 팀을 떠난 게 이번 사태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김 코치는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이 팀을 나간 배경으로 서남원 전 감독의 폭언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서 전 감독이 즉각적으로 반박 인터뷰를 내놓자 말을 아끼며 한 발 물러섰다.
팀을 나간 코치가 갑자기 복귀한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단장과 감독을 경질하는 조급함을 보였고, 김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게 되면서 기업은행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팬들은 구단이 감독을 마음대로 경질하면서 팀을 나갔다가 들어온 코치를 문책하기는커녕 감독대행 자리에 앉힌 걸 용납하지 못했다. 김희진, 김수지, 표승주 등 도쿄올림픽 스타 3인방을 등에 업고 인기를 모으던 기업은행의 잇단 헛발질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2주가량 배구계를 흔들었던 기업은행 사태는 김사니 코치가 12월 2일 한국도로공사 전을 앞두고 자진 사퇴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된 듯하지만 씁쓸한 여운마저 가신 건 아니다.
김 코치는 기업은행 최초의 영구 결번 선수다. 구단을 대표했던 레전드이고 미래의 감독감으로 꼽힌 지도자였다. 그런 그가 1년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김 코치는 이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팀을 나간 이유에 대해 “지금은 말하지 못하지만 나중에 시즌 끝나면 따로 인터뷰를 통해 말하겠다”면서 “그때 (조)송화 문제 등 다 말씀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팀을 나간 것이지 서남원 감독과 갈등을 빚어 팀을 나간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코치의 자진 사퇴 후 남은 이들은 상처 받은 선수들뿐이다. 시즌은 길고 선수들은 코트에서 뛰어야 한다. 감독도, 수석코치도, 세터 코치도 없는 위기의 상황에서 선수들이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 김 코치는 자진 사퇴 발표 후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