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꽂아둔 공책 인기 폭발, 공식적으로 ‘만화 소설’ 섹션에 추가
이런 꿈은 얼마전 이뤄졌다. 그것도 기대했던 것보다 더 근사한 방법으로 말이다. 지난해 말 ‘딜런 헬빅의 크리스마스 모험’이란 소설을 완성한 소년은 자신이 쓴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했다. 할머니가 선물해주신 빨간 표지의 공책에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고, 삽화를 그려 넣은 야심찬(?)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체 출판’하기로 결심한 소년은 할머니와 함께 아이다호 보이시에 있는 ‘에이다 커뮤니티’ 도서관을 방문했다. 그리고는 사서들의 눈을 피해 81쪽에 달하는 자신의 빨간 공책을 슬쩍 서가에 꽂아 두고 왔다.
소설의 내용은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 별이 폭발하면서 추수감사절과 북극 등의 시공간을 초월한 여러 장소들로 떠나는 모험을 묘사하고 있다. 빨간색 책 표지에는 책 제목과 함께 저자 ‘딜런 자신(Dillon His Self)’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딜런의 어머니는 1~2일 뒤 이 책을 찾기 위해 공공도서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아들의 책이 여러 사람이 꺼내봤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으니 그냥 도서관에 보관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도서관장인 알렉스 하트먼과 사서들도 책에 매료됐으며, 심지어 하트먼의 여섯 살 아들도 단숨에 읽어 버렸다고 했다.
그 결과 이 책은 헬빅 본인과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공식적으로 ‘만화 소설’ 섹션에 추가됐으며,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빌려서 읽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당장 빌릴 수는 없다. 이 책의 인기가 그야말로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처음 1월 한 달 동안 대출 대기자 명단은 56명에 달했으며, 현재는 120명가량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런 헬빅에게 도서관 측은 처음으로 도서관의 마스코트인 부엉이의 이름을 딴 ‘우디니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뜻하지 않은 성공에 고무된 헬빅은 더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소년은 “다만 마흔 살이 되면 글쓰기를 그만두고 게임을 만들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현재 속편을 쓰기 시작한 헬빅은 이밖에도 실제 경험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다음 작품인 ‘재킷을 먹는 옷장’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