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통증 탓 체인지업 난조, 자신감 잃어…훈련량 많아 체력 부담 가능성도”
류현진은 올 시즌 개막 후 2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했고 2경기 모두 5실점 이상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은 구속 저하였다. 17일(한국 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선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90.2마일(약 145km), 평균 88.7마일(약 143km)에 그쳤다. 첫 등판이었던 텍사스 레인저스전의 최고 시속 91.5마일(약 147km), 평균 90.1마일(약 145km)보다 감소한 수치였다.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류현진에 대해 국내외 언론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훈련량 부족부터 ‘에이징 커브’ 등 좋지 않은 결과에 따른 해석들이 대부분이다. 과연 류현진한테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일까.
지난 비시즌 동안 류현진은 제주도에서 개인 훈련을 하다 친정팀 한화 이글스 선수단에 합류, 후배들과 단체 훈련을 이어갔다. 국내 훈련 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일주일가량 투구 프로그램을 중단했지만 그 전까지 류현진의 훈련 진행 과정은 매우 고무적이었다는 게 류현진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의 류현진은 모두 세 차례 등판 기회를 가졌다. 한 번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시범 경기 선발이었고, 남은 두 차례는 자체 청백전에서 투구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세 번째 자체 청백전에서 6이닝 동안 76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0탈삼진으로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기분 좋게 시즌 개막을 맞이할 수 있었다.
토론토 입단 2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섰던 류현진은 2022시즌을 3선발로 시작했다. 토론토의 찰리 몬토요 감독은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호세 베리오스-케빈 가우스먼-류현진-알렉 마노아-기쿠치 유세이 순으로 정했는데 류현진은 당시 인터뷰에서 “선발 로테이션 순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개막전 선발이 주는 부담을 덜고 내 등판에만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4월 10일, 류현진은 토론토 홈구장인 로저스센터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홈 개막 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투구수 70개로 3.1이닝 4탈삼진 5피안타 2사사구 6실점을 기록하고 4회 주자 두 명을 남겨 놓은 채 강판됐다. 구원 투수로 올라온 줄리안 메리웨더가 류현진의 책임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면서 류현진의 자책점은 6점으로 늘어났다.
4월 17일, 예정보다 하루 더 쉬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 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은 4이닝 1탈삼진 6피안타 5실점을 기록했고, 투구수는 불과 53개였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90.2마일(145km)을, 평균 구속은 88.7마일(142km)에 불과했다. 첫 등판이었던 텍사스전 때의 최고 91.5마일, 평균 90.1마일보다 구속이 떨어진 상태였다.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구가 흔들리다 보니 상대 타자들은 한복판에 들어오는 체인지업, 커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경기 후 찰리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의 부상 소식을 알렸다. 류현진이 왼쪽 팔뚝 통증을 호소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결국 류현진은 MRI 검진을 받았고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구단은 그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리면서 추가 휴식을 부여했다. 토론토 전담 기자들은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을 두 세 차례 정도 거를 것 같다고 예상했다.
류현진이 왼쪽 팔뚝 통증을 호소했지만 MRI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구단의 공식 입장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왜 통증을 호소했을까. 류현진의 스승인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오클랜드전에서 공을 던지는 류현진의 모습은 내가 알던 류현진이 아니었다. 뭔가 몸이 불편해 보였다. 나중에 토론토 감독이 팔뚝 통증을 공개했는데 투수는 오래 던지면 오래 던질수록 몸에 한두 가지 고질적인 통증을 달고 살기 마련이다. 몸이 아프더라도 던지면서 땀이 나면 괜찮아지는 법인데 그게 잘 안된 것 같다. MRI 상에는 나타나지 않아도 선수는 크고 작은 통증을 안고 산다.”
김 전 감독은 류현진이 팔 통증으로 인해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각도가 떨어지면서 흘러 들어가지 못해 연타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만 살아나도 경기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투수다. 체인지업이 제대로 안 들어가니까 다른 구종에서도 자신감을 잃은 것처럼 보이더라.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난겨울 동안 너무 훈련을 많이 했던 게 체력적인 부담을 안겨준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팔뚝 통증이든 뭐든 한두 차례 쉬어가는 게 맞다.”
김 전 감독은 지난 두 차례의 선발 등판 경기만 놓고 류현진의 올 시즌을 판단하기란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오클랜드전에서는 공을 뿌릴 때의 잡아채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팔뚝 통증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이 구속으로 윽박지르는 투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91마일 정도의 구속이 나와야 한다. 거기에 제구력이 더해진다면 91마일의 공도 94마일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처럼 89마일에서 90마일 사이를 오가면 장타를 맞을 확률이 높다. 선수로선 지금 전력에서 이탈해 회복 시간을 갖는 게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복귀 전까지 몸을 잘 회복해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류현진은 몸 상태만 좋다면 충분히 제 몫을 해내는 선수 아닌가.”
메이저리그 해설을 하는 동안 류현진을 통해 야구 공부를 많이 했다는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지금 상황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부상만 없으면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다. 팔뚝 통증이 있다고 알려진 만큼 쉬면서 몸 상태를 회복시키면 된다. 주위에선 자꾸 류현진의 구속이 떨어졌다고 걱정하는데 투수들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구속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류현진의 구속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선수로 뛸 때 현진이 나이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구속이 떨어졌다. 류현진 정도 되니까 그 정도의 구속이 나오는 거다. 나이를 먹으면서 구속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그 상태에서 어떤 구종으로, 어떤 패턴으로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마 현진이도 그 부분을 생각할 것이다.”
김선우 위원은 류현진이 몸과 마음을 재정비한 다음 마운드에 오른다면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로테이션을 두세 차례 거르고 복귀할 경우 경기 운영면에서 어색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류현진이라면 1이닝 정도가 지난 다음부턴 원래의 패턴대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그래서 류현진이 대단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현재 류현진의 몸 상태는 어느 정도일까. 류현진의 개인 트레이너인 장세홍 코치는 “지금은 괜찮다”면서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잘 회복한다면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한 터라 선수의 아쉬움이 가장 클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내가 선수를 잘 케어하지 못한 탓이 크다. 남은 시간 동안 선수가 몸을 잘 만들어서 복귀했을 때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보살피겠다.”
지금까지 회복 훈련에 집중했던 류현진은 23일부터 캐치볼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성적이 안 좋으면 이런저런 비난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류현진한테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은 ‘심기일전’이 아닐까 싶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